2023/02/20

도광양회

연구실에 실훈 같은 것은 없는데 혹시라도 실훈을 만든다면 ‘도광양회’(韜光養晦)가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남에게 주는 교훈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힘들고 어렵고 돈 없더라도 함부로 까불지 말고 실력을 키우며 조용히 버티자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있는 연구실은 실험 같은 집단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와서 독서실처럼 책이나 논문을 읽다가 가는 곳이기 때문에 따로 책임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당연히 실훈 같은 것을 정할 권한이 있는 사람도 없다. 물론, 연구실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기 때문에 내가 대충 말해도 다른 사람들이 따라주기는 하겠지만, 나이 많다고 유세하면 매우 추하기 때문에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내 이야기를 들은 동료 대학원생은 금이 간 벽이 그대로 있는 것보다는 ‘도광양회’가 적힌 액자가 있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래도 내가 나이 많다고 실훈 정하자고 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으며, 액자나 족자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글씨를 잘 쓰는 편도 아니고 잘 쓴 글씨를 받아오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러자 동료 대학원생은 자신의 5천 원짜리 패드를 보여주며 심심할 때 패드에다 ‘도광양회’를 써보라고 했다.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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