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선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실수했네.” 그 말을 듣고 내가 물었다. “대학원 진학을 말하는 건가요?”
과학철학 대학원생들 중 대부분은 학부를 이공계에 다닌 사람들이다. 곧바로 취업을 할 수도 있었고 이공계 대학원으로 갈 수도 있었고, 실제로 이공계 대학원에서 석사학위까지 받고 철학 전공 대학원생이 된 경우도 있다. 참고로, 나는 문과로만 살았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선배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내가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에 세계가 나에게 적대적으로 변했어.”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런 말은 키가 180센티가 넘는 미남이 했을 때나 어울리니까 잘 생긴 대학원생한테 저작권료를 받고 파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선배도 나에게 대학원 진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1조 달러를 가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짐바브웨 달러로요.”
(2017.12.19.)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