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학자 여사면은 중국 황제 중에 어리석은 사람이 많은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예로부터 황제란 현명한 자는 드물고 어리석은 자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리석은 황제도 태어나면서부터 어리석었던 것은 아니다. 교육은 학교에서의 가르침만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는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으므로 교육은 주위 환경 일체의 가르침을 뜻한다. 그렇다면 황제가 받았던 교육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었다. 평생을 깊은 궁궐 안에서 지내야 했던 황제는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고 접하면서 넓히는 견문을 얻을 기회가 없었다. 그리하여 본디 지혜가 뛰어난 황제라 해도 보통 사람 정도밖에 될 수 없었고, 본래가 보통 사람이라면 모자란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황제는 놀고먹는 부잣집 도련님이고 그 가운데서도 첫째가는 도련님이니, 그들의 행태를 유심히 살펴보면 황제의 기질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잣집 도련님 중 상당수는 품위 있는 사람들과는 사귀기 싫어하고, 꼭 자기가 데리고 다니는 하인과 말수작 주고받기를 좋아하면서 하인 말만 듣지 않던가? 그들의 지식이란 것이 그저 하인의 말을 알아들을 정도밖에는 안 되는데다가, 오직 하인만이 신분도 기개도 가지고 있지 않아 기꺼이 굽실거리며 자기들의 비위를 맞추기 때문이다. 역대 황제들이 환관을 좋아한 까닭이 이것이었다. (31-32쪽)
* 참고 문헌
여사면, 『삼국지를 읽다』, 정병윤 옮김 (유유, 2012).
(201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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