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파트 경비원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참지 못하고 분신한 일이 있었다. 왜 아파트 입주자는 경비원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했을까? 이는 구조적인 문제인가, 개인 인성의 문제인가?
얼핏 보면 이것은 구조적인 것과는 무관한 개인 인성의 문제로 보일 수 있다. 직접 고용하던 것을 외주로 돌려서 비용을 절감했는데(임금 덜 주고 해고를 쉽게 제도를 만들어놨는데), 왜 개인들이 멀쩡히 일하는 노동자한테 진상 짓을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진상 짓, 갑질 하는 건 막돼먹은 개인들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런 개인들이 벌이는 다양한 진상 짓의 원인은 철저하게 개인에게 있다. 못된 놈은 환경이나 교육과 무관하게 그러한 타고나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진상들이 왜 진상 짓을 하느냐가 아니고 그러한 진상 짓을 왜 막지 못하느냐이다.
진상들의 부당한 횡포에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응을 하려면 고용이 안정되어야 한다. 노동자가 진상 고객과 싸우면 그 일 때문에 윗사람에게 찍히기 쉽다. 해고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면, 그래서 고객의 횡포에 정당한 대응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못 하게 되어 있다면, 노동자가 고객의 진상 짓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다. 그러나 해고 절차가 간단하면 그 노동자는 묵묵히 참고만 있어야 한다. 윗사람에게 찍히면 재계약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진상 짓을 하는 사람들은 심신 미약 상태가 아니라서, 어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한지 유리한지를 정확하게 안다. 자신이 노동자에게 진상 짓을 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면 그런 진상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감정조절 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매장에서 충동적으로 진상 짓을 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그렇게 대가를 치르는 경험을 반복한다면, 그런 반복된 경험 때문에 그 진상이 진상 짓을 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진상들은 고객의 진상 짓에 노동자들이 꼼짝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다.
아파트 주민들이 전기 아껴서 경비원 임금 올리고 고용 보장한 사례는 어쩌다 운이 좋은 것에 불과하다. 그 아파트는 입주민 대표회의에 우연히 진상들이 덜 참여했거나 어쩌다 진상들을 배제하게 된 것이지, 언제라도 경비원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이에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미담은 미담일 뿐 강제성이 없다. 해결책은 아파트 경비원을 아파트에서 직접 고용하도록 법을 바꾸는 것뿐이다.
* 링크: [경향신문] 아파트 주민들이 전기 아껴서 경비원 임금 올리고 고용 보장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1280600045 )
(201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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