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중에는 기숙사에 살고 주말에는 집에 간다. 집이 시골집이라 마당이 있고 마당 구석에는 감나무가 있다.
나는 집에서 볼 일을 볼 때 오줌은 뒷마당에 있는 감나무 밑에서 눈다. 어느 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 한정된 자원이 이런 식으로 소모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로 집에서 볼 일 볼 때는 그렇게 한다. 마당이 담장 안에 있기 때문에 괜찮다.
어젯밤, 나는 맥주를 두 병 마시고 볼 일을 보기 위해 현관문을 나왔다. 현관문을 나오면 문 앞에 있는 고양이집에서 고양이가 뛰쳐나와서 재롱을 떤다. 내가 뒷마당으로 가면 으레 고양이들은 나를 따라온다. 어젯밤도 그랬다.
감나무 밑에서 오줌을 누는데 점점 발등이 뜨듯해졌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한국 속담이 떠올랐다. 깜짝 놀라 나는 급히 바지를 손으로 만져보았다. 바지는 멀쩡했다. 멀쩡히 오줌을 잘 누고 있는데 왜 내 발등이 뜨듯해지나 싶어서 오른쪽 발등을 보니, 나를 따라온 노란 수컷 고양이가 내 발등 위에 오줌을 누고 있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았다. 내가 고양이한테 “너 뭐 하냐?”라고 가만히 물으니까 고양이는 나를 슬쩍 보더니 슬금슬금 도망갔다.
술은 내가 먹었는데 왜 고양이가 나한테 이러는 걸까? 나는 이런 일을 처음 당했다. 아흔 살이 넘은 할머니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셨다.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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