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1

밥만 먹고 가는 고양이들



집에 오는 고양이에게 몇 달째 밥을 주고 있다. 고양이는 우리집에 눌러앉을 생각은 하지 않고 밥만 먹고 간다.

몇 년 전 겨울, 노란 고양이가 우리집에 와서 하도 구슬프게 울어서 할머니가 밥을 몇 번 주었더니 집에 눌러앉은 적이 있었다. 올해 고양이는 다르다. 당당하게 와서 밥을 먹고 그냥 간다. 처음에는 노란 암컷 고양이만 밥을 먹었는데, 어느새 회색 수컷 고양이도 와서 밥을 먹고 가기 시작했다. 가끔 노란 수컷 고양이도 밥 먹으러 온다.

어제 노란 고양이가 낮에 밥 먹으러 사랑방 문 앞에 왔을 때, 내가 깜빡 잊고 사료를 채워놓지 않아 밥그릇이 비어 있었다.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 넣으려고 방충망을 열었더니, 노란 고양이가 나에게 “하악-!” 하는 소리를 내며 경계를 표했다. 그동안 밥은 잘 얻어 먹어놓고는, 내가 사료 부어주려고 나가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얻어먹는 것이 아니라 나를 경계한다. 그래도 밥그릇에 사료를 채워놓았다.

오늘은 낮에 비가 많이 왔다. 점심 먹으려고 안채에 들어갔는데 창고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어머니가 창고를 오가다 실수로 고양이를 가둔 것이 아니었다. 노란 고양이가 열어놓은 창고 문 밖으로 고개를 빼고 울었다. 비가 와서 왕래하기 힘드니 나보고 밥을 가져다 달라는 것인가? 한참 울다가, 밥을 안 주어서 그랬는지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밤에 사랑방 앞에 와서 밥을 먹었다.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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