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근처에 장미 나무가 있다. 줄기가 담장을 타고 밖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안쪽으로 죄다 쏟아져서, 마치 영화 <링>에 나오는 사다코의 머리카락처럼 되었다. 내가 다른 데 신경 쓰느라 장미 나무를 돌보지 못했더니 그렇게 되었다.
장미 나무도 아버지가 심었다. 아버지는 장미 줄기를 수습하려고 쇠 파이프와 각목 십여 개를 격자로 엮었는데, 이것들이 장미 줄기와 함께 담장 안쪽으로 쏟아져서 상황이 더 난감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혼자 힘으로 장미 줄기를 수습하지 못한다며 나를 불렀다. 어머니는 한데 엉킨 덩어리를 담장 바깥쪽으로 밀려고 했다. 얼핏 봐도 그렇게 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일단 쇠 파이프와 각목을 해체하는 작업부터 했다.
쇠 파이프와 각목은 폐-전선과 밧줄로 엮여 있었다. 고정될 만큼만 적당히 감았어야 했는데, 잘 고정되지 않았는지 몇 번이고 칭칭 감아서 쉽게 풀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장미 줄기를 붙잡고, 나는 매듭을 풀었다. 해체하는 데 한참 걸렸다.
어머니는 각목이 짧아서 장미 줄기가 담장 밖으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더 긴 각목을 찾아오려고 했다. 그런 식으로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장미 줄기를 밀다 보니 주요 줄기 두 개만 담장 밖으로 넘기면 나머지는 알아서 정리될 것처럼 보였다. 어머니보고 장미 줄기를 잡고 있으라고 한 다음, 각 주요 가지마다 밧줄로 각목을 매달아서 담장 밖으로 넘겼다. 각목은 닻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렇게 밧줄 두 개와 각목 두 개로 장미 나무 정리가 끝났다.
(202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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