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9

유시민이 설명하는 호텔경제학



최근에는 고친 것 같기는 하지만, 예전부터 이준석은 방송에서 잘난 척할 때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도 상대방 패널한테 “이러이러한 것은 잘 모르시겠지만”이라며 말을 꺼냈다. 상대방이 아는지 모르는지 어떻게 아는가? 그런데 유시민은 그조차도 아니다. 하나도 어렵지 않은 것을 아주 아주 어려운 것이라고 해버린다.

지난 대선 때 호텔 경제학 가지고 말이 많았을 때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유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 호텔 경제학은 맥락이 굉장히 크고 복잡한 주제예요. 케인즈주의 경제학의 지배권이 무너진 것이 1970년대인데, 실업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케인즈주의 경제학의 기초가 많이 허물어졌어요. 그 때 한쪽에서는 그와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이 등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케인주주의 경제학을 수리해서 살려보려는 시도가 나타납니다.

호텔 경제학의 예는 극단적인 예인데 그 반대 극단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느냐 하면, 10만 원을 호텔 예약하고 취소하리라는 것을 다 안다, 이게 합리적 기대 가설인데, 정부가 하는 모든 정책의 효과를 모든 경제 주체가 다 알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정책은 아무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재정정책을 쓰지 말라는 거예요.

그리고 통화정책도, 통화량을 줄였다 늘렸다 해봐야 민간의 경제 주체가 다 알기 때문에 소용없다, 통화량을 늘려봐야 인플레만 생기지 아무 효과가 없다, 그러니까 정부는 해마다 거래량이 늘어나는 만큼만 통화량을 일정한 속도로 증가시키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게 신자유주의 물결로 1980년대 이후에 미국 경제학계와 전 세계를 휩씁니다.

그거에 대한 대항으로 나온 논쟁 과정에서, 사람들이 다 알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호텔에 10만 원 예약했는데 취소하리라는 것을 모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때로는 국민들이 예측하지 못한 정책 수단을 투입하는 것이 효과가 나타난다, 이른바 재정주의자들 쪽에서 자기네들 주장을 강화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그와 비슷한 우화를 만들어낸 거예요. 그것을 이재명 대표가 가져온 것인데 그것도 극단적인 사례이고, 그것에 대한 반격도 극단적이었어요.

그런데 이 문제는 단순히 극단적인 주장이 부딪쳤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 있다는 이야기예요. 이재명 대표는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 예를 든 것이고, 그것을 반격하기 위해 그것을 공격해야 하는 거죠.”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만 훑어봐도 다 알 수 있는 내용을 피상적으로 나열해 놓고는, 마치 경제학사를 관통하는 대단한 논쟁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군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할 당시에 지역화폐의 효과를 직관적으로 설명하려다가 약간 삐끗한 것이라고 대충 뭉개도 되는데도, 유시민은 굳이 이렇게 잘난 척을 한다. 유시민은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논쟁은 사실은 높은 수준의, 대학원 수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정책사에 대한 공부 없이는 소화하기 어려운 굉장히 어려운 논쟁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저렇게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자는 쪽과 그것을 반대하는 쪽이 저런 양상으로 부딪치는구나, 그렇게만 감상했습니다. 재미있었어요.”

『맨큐의 경제학』만 봐도 나오는 내용인데 이게 무슨 놈의 대학원 수업 수준인가? 그러면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대학원 수업에서 쓰는 교재인가? 사람들을 개돼지로 봐도 정도껏 해야지, 교양서적 작가가 그러면 안 된다. 상도덕이라는 것이 있다.

유시민과 같이 패널로 나온 정옥임 전 의원의 태도도 흥미롭다. 영상을 보면 유시민이 한참 이야기를 길게 풀어낼 때, 정옥임이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겨우 참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을 써보자면, 정옥임은 유시민을 보며 ‘어쩌면 저렇게 태연하게 사기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1차 토론에서 돋보였던 후보와 손해본 후보를 꼽아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정옥임은 “후보 토론으로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토론”이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유시민 작가님도 말씀하셨지만, 그 호텔 경제학, 소위 이준석 후보가 명명하기는 했지만, 제가 지금 들으면서 제가 알아들었는지 헷갈릴 정도인데,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쉬운 용어로 알아듣기 쉽게 자신이 하려고 하는 정책을, 소위 세일즈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호텔 경제학 가지고 논란을 벌인 후보들은 별로 재미를 못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옥임은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시민이 말한 내용 중에서 헷갈릴 것이 뭐가 있겠는가? 속한 진영만 다르지, 크게 보아서는 사실상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니 대충 뭉개고 넘어간 것이다. 정말이지,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 뱀발

쉽게 설명할 수 있으면서 일부러 어렵게 말하는 사람은 사기 치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유시민이 2019년에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나와서 한 말이다.









* 링크(1): [MBC] “호텔경제학?” 토론 지켜본 ‘경제학자’ 유시민 반응은 / 100분 토론 (2025.05.21.)

( www.youtube.com/watch?v=wQb9lP3jQcw )

* 링크(2): [jtbc] 어려운 단어 남발하는 글은 설득할 생각이 없는 것 / 차이나는 클라스 52회

( www.youtube.com/watch?v=b70_Te0Qvs4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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