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말인지, 최근에 생긴 말인지, 옛날부터 있기는 있었는데 최근에 유행한 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런데 왜 사람은 고쳐 쓰면 안 되는가? 대개는 사람(또는 사람의 본성)은 안 바뀐다고 답변할 것이다. 이런 답변에 대하여, 인간에 대한 낭만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나, 종교인이나, 유교적 가치에 심취한 위선자 등은 사람이 안 바뀐다고 어떻게 단정 지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거나, 사람이 개선된 소수 사례를 반례로 가져올 것이다.
사람을 고쳐 쓸 수 없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약한 이유는, 주장하는 바에 비하여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해당 주장은 개인 본성의 불변하거나 지속성이 매우 강하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이를 입증하려면 인간 일반의 행동이나 성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약화시켜 ‘애초에 가망이 있는 놈이 있고 없는 놈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분명히 반대편에서는 “어떤 놈이 가망이 있고 없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을 것이고, 딱 봐도 안 될 놈이 보인다고 치더라도 어떤 기준과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는지 설득력 있게 답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을 고쳐 쓸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라고는 개인들의 관찰과 관찰 결과들에서 나타나는 규칙성과 그 규칙성에서 도출한 추론 정도일 텐데, 관찰된 사례 자체도 적고, 규칙성이 나타난다고 하기에 판단하는 사람의 주관도 많이 개입하기 때문에, 당연히 추론한 결과도 믿기 어렵다. 인간 본성 불변론의 반대 측 주장에 대해 효과적으로 논박하기 어려운 데다, 사람이 회심하고 멀쩡히 사는 사례를 가져오면, 인간 본성 불변론 측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입증 부담을 줄여야 한다. 본성처럼 관찰이 어렵거나 다루기 어려운 것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 관찰가능하거나 측정가능한 것으로 바꾸어 주장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만한 주장은, 사람을 고쳐 쓰는 것보다 새로 쓰는 것이 비용이 덜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기보다는 “사람을 고쳐 쓰는 것은 비-경제적이다”라고 하거나 “사람을 고쳐 쓰는 것은 대체로 비용-편익 비율(B/C ratio)이 1 미만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본다.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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