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미덕이지만 지나친 겸손은 미덕이 될 수 없다. 겸손이 지나쳐서 예의가 아닌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나친 겸손이 의사소통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서울시 노원구에 있는 <더숲 아트시네마>에서 영화 <컨버세이션> 상영과 함께 감독과 배우가 나와 관객과의 대화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송은지 배우가 섭외 뒷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감독이 송은지 배우에게 DM을 보냈는데, 감독이 자신을 영화 감독으로 소개하지 않고 “영화를 공부하는 김덕중입니다”라고 해서, 송은지 배우는 영화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보낸 DM으로 오인했다고 한다.
감독이 학부 선배라서 관객과의 대화 이후에 학부 선후배와 함께 만나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했는데, 이 때 송은지 배우가 했던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감독에게 그렇게 겸손하면 안 된다고 해서 나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런 인사말은 봉준호 같은 사람들이 해야지 형은 아직은 그런 거 하면 안 돼요. 만약에 내 지도교수가 다른 교수한테 이메일을 보내면서 ‘철학을 공부하는 천◯◯입니다’라고 하면 교수인데 겸손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대학원생이 보낸 메일인 줄 안다니까요!”
(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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