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집에 오면 고양이가 “와-앙” 하는 소리를 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데 집이 조용했다. 고양이가 어디 다른 곳에 가서 놀고 있나 싶었는데, 코 앞에 있었다. 현관문 앞에 둔 상자에 들어가서 웅크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고양이가 창고에 똥이라도 싸서 어머니한테 혼났나 싶어서, 고양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오늘 집에 연동이가 왔어. 고양이하고 싸우지는 않고 으르렁거리면서 기 싸움을 하는데, 내가 반가워서 연동이 보고 우리집에서 같이 살자고 했지. 그런데 그냥 가더라. 그러고 나서 고양이가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저러고 있대?”
며칠 전 내가 보았던 연동이 닮은 고양이가 우리집에 왔던 모양이다. 내가 그러했듯이 어머니도 우리집과 아무 상관 없는 고양이를 붙들고 우리집에서 살자고 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우리집 고양이로서는 어머니의 행동에 서운했을 수도 있다. 우리집 고양이 입장에서 보면, 다른 집 고양이인지 길고양인지 알 수 없는 놈이 집에 들어와서 자기 딴에는 으르렁거리면서 영역을 지켰는데, 어머니가 우리집 고양이가 아니라 다른 고양이 편을 든 것이다. 우리집 고양이로서는 기분이 나쁠 만도 하다.
나는 현관문 앞에 앉아서 상자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를 불렀다. 고양이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고양이를 상자 밖으로 꺼내서 안마를 해주었다. 한참 안마를 해주니 고양이가 평소처럼 소리를 내고 나를 따라왔다.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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