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

설계사무소 대표의 뇌



견적 낼 일이 있어서 설계사무소를 찾았다. 설계사무소 대표가 내가 불러주는 지번을 위성지도에서 찾아보다가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아, ◯◯ 형님 아들?”이라고 물어보았다. 내가 맞다고 하니 설계사무소 대표는 반가워하며 우리집과 관련된 공사를 줄줄이 읊더니 “내가 하는 일이 이래서 사람 얼굴 보면 잘 모르는데 땅을 보면 알아요”라고 했다.

동네가 좁아서 다른 사람들은 내 얼굴을 보고 아버지를 알아보는데 설계사무소 대표는 땅 모양을 보고서야 내가 아버지 아들인 줄 알아보았다. 택시 운전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해마가 커진다고 하는 것처럼, 설계사무소 일을 오래 하면 인식 방식에 뭔가 달라지는 점이 생기나 보다.

그런데 정말로 설계사무소 대표는 사람 얼굴을 일반인보다 잘 못 알아보는 것 같기도 했다. 몇 년 전 내가 하수 관련해서 시청에 민원을 넣었을 때 시청 허가민원2과에서 설계사무소 대표를 불러서 현장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자기가 설계한 것도 아니지만 시청이 갑이라 부르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 때 내 동생을 만났다고 말했다. 당시 대표는 지금보다 덜 늙은 나를 만난 것인데, 사무실에서 현재의 내 모습을 보고 그 당시 내 동생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

(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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