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첫째 날 행사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선생님들과 맥주를 마셨다. 이야기가 오가던 중 어떤 선생님이 농담으로 유튜브 이야기를 꺼냈다. 증거나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유튜브 이야기가 나온 것이어서 나는 그런 것으로는 절대로 상업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어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철학 채널이 <5분 뚝딱철학>인데 예상 수입이 월 7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 이상의 수입을 얻으려면 이름만 철학으로 달고 철학 아닌 소리를 해야 한다.
닭날개를 뜯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서 그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먹방을 하는 게 아마 수익이 더 나지 않을까요? <철학자는 치킨맛을 어떻게 표현하나?> 이런 제목으로?” 그 말에 선생님은 웃었으나 금세 웃음이 사라지며 약간 씁쓸한 표정이 보였다. 사실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 표정을 보고 참았어야 했는데 곧바로 또 다른 게 생각나서 나는 이렇게 말해버렸다. “<뉴진스로 철학하기> 같은 거 하면서 영어로 유튜브 영상 올리면 그건 수익이 괜찮을 수도 있겠네요.” 그 선생님 옆에 있던 다른 선생님 나에게 “네? 뭐라구요? 뭘로 철학한다구요?”라고 물어보았다. 가게 안이 시끄러워서 잘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뉴진스요.”
내 말을 듣자마자 그 선생님의 눈이 커지더니 마치 뱀이나 똥 같은 약간 혐오스러운 것을 본 듯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상적인 반응이다. 선생님이 너무 놀란 것 같아서 바로 이렇게 답했다. “네, 알아요. 저도 그런 거 안 할 거예요.”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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