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7

연동이가 봄을 타나



연동이가 약간 이상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만 보면 들러붙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본숭만숭하고 사람이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사료도 잘 안 먹는다.

며칠 전에는 내가 학교 가느라 집을 비운 동안 하루 종일 연동이가 안 보여서 어머니가 걱정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사람을 따라다니며 일도 못 하게 귀찮게 굴어야 할 연동이가 보이지도 않으니 걱정했던 것이다. 연동이가 집을 나갔는지, 어디 구덩이 같은 데 가서 빠져 죽지나 않았는지, 불러도 대답도 안 하니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고 한다.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서 연동이가 하루 종일 안 보였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불안했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정말로 연동이가 없었다. 큰 소리로 연동이를 불렀다. 그러자 현관문 앞 고양이집에서 연동이가 뽀시락 뽀시락 하면서 기어 나왔다. 그걸 보고 어머니가 화를 냈다. 어머니가 그렇게 연동이를 부르고 찾아도 한 번 울지도 않더니 내 목소리를 듣고 고양이집에서 기어 나오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연동이가 봄을 타는 것인가, 벌써 사춘기가 온 것인가, 아니면 수컷 고양이 한 마리만 키우니까 같이 같이 놀 고양이도 없고 외롭고 쓸쓸해서 그런 것인가? 특별히 섭섭할 일도 없었던 것 같은데, 연동이는 오늘도 사람을 봐도 본숭만숭하고 혼자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2024.03.27.)


댓글 없음:

댓글 쓰기

한국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삼국지>를 만든다면

리들리 스콧의 영화 <나폴레옹>은 영화가 전반적으로 재미없다는 것을 다 떠나서 약간 놀라운 게 있는데, 바로 나폴레옹이 영어를 쓴다는 점이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처럼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아닌데, 나폴레옹이 주인공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