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

낫자루가 타는 줄도 모르고



전원주택 진입로 근처에 있던 쓰레기를 치웠다. 땅을 오랫동안 방치하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갔다. 재활용 가능한 것들은 자루에 담아 따로 모아놓고, 자외선에 노출된 지 오래되어 부서지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은 괜히 이리저리 끌고 다녀서 미세플라스틱이나 나오게 하느니 소각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근처에 있던 마른 풀, 나뭇가지, 각목 등과 함께 태웠다.

불을 놓고 나서 일할 때 쓰던 연장을 챙겨서 집에 돌아왔다. 낫이 없었다. 내가 집에서 낫을 안 가져갔나? 느낌이 이상해서 얼른 전원주택 진입로 근처에 갔다. 불을 놓은 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불은 거의 꺼지고 재만 남아있었다. 막대기로 재를 뒤지니 쇳소리가 났다. 자루는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타버리고 날만 있었다. 해가 져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한국 속담에 “신선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하던데, 나는 낫자루가 불에 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했다. 그런데 내가 불을 잘 놓기는 했나 보다. 어떻게 자루가 그렇게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타나?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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