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3

변화가 빠르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창의성이나 상상력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변화가 빠르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창의성이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변화가 빠르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전 사회와는 다른 현대 사회의 고유한 특징인가? 이전 시대에는 미래를 예측하기 쉬웠나?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을 겪은 조선시대와 21세기 한국을 비교하면 어느 시대가 더 격변의 시대인가? 6.25를 겪은 몇 십 년 전과 오늘날을 비교한다면? 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대를 예로 들며 오늘날의 경제적 변동성을 강조할 수도 있겠지만, 옛날에는 자연 재해 때문에 수시로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오히려 예전에는 내년에 살지 죽을지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가 아니었나?

기술의 발전만 놓고 보면 오늘날이 확실히 변화가 빠른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단위 시간당 변화율을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오늘날의 미사일 기술은 놀라운 것이지만, 2차 대전 때 독일의 미사일 기술에서 오늘날의 미사일 기술로 변화한 것의 변화율과 몇 백 년 전에 화약의 발명에서 화약 무기의 개발로 변화한 것의 변화율을 비교한다면 어떨까? 오늘날 사람들이 오늘날 기술을 볼 때 느끼는 놀라움보다 옛날 사람들이 옛날 기술을 볼 때 느끼는 놀라움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현재가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정되고 살만한 시대여서 한가하게 창의성이나 상상력 같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닐까? 내가 1930년대나 1940년대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그래도 그 시대에는 창의성이나 상상력 같은 소리를 안 했을 것 같은데, 그러든가 말든가 맨하튼 프로젝트 같은 데 참여했던 물리학자들은 당시 인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발휘했다. 현대 사회가 정말 위기이고 급변하고 있다면 창의성이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와, 이러다 우리 다 죽는다!”라고 하지 않을까?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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