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6

문학 작품을 왜 읽어야 하는가?

     

나는 소설을 잘 못 읽는다. 다른 책이라고 딱히 잘 읽는 건 아닌데 소설은 특히나 더 못 읽는다. 억지로 읽어봐야 무슨 말인지 모르거나 어쩌자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가끔씩 소설 읽기를 시도하기는 했다. 소설 몇 권 읽는다고 딱히 사람이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문학 작품을 아예 안 읽으려니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 같아서 가끔씩 소설 읽기를 시도하기는 했다. 대부분 실패했다.
  
며칠 전에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등장인물이 다 비정상이고 이해하지 못할 행동만 했다.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고기를 안 먹지 않나, 가족들은 억지로 고기를 먹이지 않나, 그런다고 자해를 하지 않나, 형부라는 사람은 예술한답시고 몸에 꽃 그리고 처제하고 이상한 짓이나 하지 않나, 정신병원 들어가서 자기는 식물이라고 밥 안 먹지 않나, 하여간 시작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뿐이었다. 억지로 끝까지 읽기는 했는데 무슨 재미로 읽는지,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왜 감동받는지, 왜 문학계에서 이 작품에 주목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외국에서 상을 준 것을 보면 이 작품에 뭔가 있긴 있나 본데, 왜 나는 이런 작품을 못 읽거나 읽어봐야 불쾌하기만 할까? 내 수준은 잘해봐야 <심슨가족>이나 『삼국지연의』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가?
  
궁금해서 문학적인 소양이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았다.
 
“제가 어차피 현대 소설이든 그 이전 소설이든 어차피 못 읽는 건 마찬가지라서 잘 모르는데요, 사람들은 정신 나간 사람이 정신 나간 소리하는 이야기를 읽고 무슨 감동을 받을까요? 먹고사는 것만 해도 힘들고 어려운데 굳이 여가시간에 그런 것을 읽는다는 건 뭔가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일 텐데 도대체 읽어서 무슨 좋은 점이 있을까요?”
  
그 사람은 내 말을 듣고 배를 잡고 웃었다.
 
“현대소설을 정신 나간 사람이 정신 나간 소리 하는 것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부조리한 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든 현대인을 다룬다고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나는 그 사람의 설명을 들으면서 똑같은 대상을 서술하면서도 이렇게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도 우아하고 품위 있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 이래서 사람이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하는가보다 싶었다.
  
  
(2016.12.30.)
    

2017/02/25

중년 여성의 정서

     

일본 중년 여성 중에는 한국 연예인이 좋아서 남편한테 연예인 누구 만나고 올 테니까 며칠 동안 찾지 말라는 쪽지를 남겨놓고 무작정 한국에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연예인을 별로 안 좋아해서 일본 중년 여성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아주머니는 왜 그랬을까?
 
중년 여성의 정서를 나에게 설명해준 것은 결혼한 지 10년이 넘은 중년 여성이었다. “연애할 때 아무리 좋아서 죽고 못 살아도 결혼한 지 10년이 넘어가면 남편이든 부인이든 서로 별 느낌도 없어요. 그래서 40대가 넘어가면 부부처럼 지내는 것이 아니라 친구처럼 지내요. 남편이 옆에 있어도 외롭고 혼자인 것 같고 연애 같은 게 하고 싶고 그런 거지. 그래서 연예인을 찾아가는 거예요.” 그 분의 남편은 옆에서 그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다른 40대 여성은 자기 친구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는 첫사랑이었던 오빠가 생각나서 그 오빠를 찾아갔다고 한다. 물어 물어 겨우 찾아서 만나고 보니 그 오빠가 너무 볼품없었다고 한다. 기억 속의 오빠는 정말 멋있고 잘 생겼는데 30년이 지나 자기 눈 앞에 있는 오빠가 그렇게 볼품없으니 마음이 안 좋았다고 한다. 그래도 그 오빠한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빠, 오빠가 제 첫사랑이었어요.” 그러자 그 오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네가 첫사랑이 아닌데?”
  
  
(2016.12.29.)
      

2017/02/24

뇌까지 섹시해하는 한국인

   
피터 노왁이 쓴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전 세계 포르노 시장은 970억 달러에 이른다. 늘 이 정도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 중국, 한국, 일본은 포르노 매출이 가장 높은 3대 국가다. 반-포르노 규정이 엄격한 중국은 포르노를 소비하는 데서 나오는 수익보다는 DVD와 섹스토이 같은 상품을 제조하고 얻는 수익이 크기 때문에 수치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약 130억 달러를 포르노 산업에 쓰는 미국이 4위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이 각각 20억 달러로 그 뒤를 잇는다.(35쪽)
  
중국, 일본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한국이 미국보다 포르노 시장이 크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 미국은 한국보다 인구가 여섯 배 많고 1인당 소득은 두 배 많고 포르노 제작과 유통이 합법인데, 어떻게 한국이 3위고 미국이 4위인가. 통계가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한국인이 변태 종족이라서 그런 건가.
  
어쩌면 한국인은 변태 종족일지도 모른다. 세계 기억력 대회에서 여덟 번 우승한 도미니크 오브라이언이 쓴 책 중에는 <How to Develop a Brilliant Memory Week by Week>(2014)라는 책이 있다. 한국에서 이 책은 『뇌가 섹시해지는 책』(2015)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기억력 늘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한국에서는 뇌가 섹시해지는 책이 된다. 한국인들은 신체 부위에서 섹시함을 느끼다 못해 뇌에서도 섹시함을 느낀다.
  
   
* 참고: 피터 노왁,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이은진 옮김 (문학동네, 2012).
  
  
(2016.12.27.)
   

2017/02/23

연애에서의 벼랑 끝 전술

     

jtbc <비정상회담>에 반려견과 결혼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애인 때문에 고민이라는 어느 여성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고 한다. “개가 우선이냐 자기가 우선이냐”며 애인을 압박하는 것은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이다. 개를 키우는 게 결혼을 포기할 만큼 치명적인 문제는 아닐 텐데 그런 일에 벼랑 끝 전술을 쓰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애인이 개를 선택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것인가? 벼랑 끝 전술은 가진 패가 하나뿐일 때 쓰는 막장 전술이라 아무 때나 쓰면 안 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수시로 벼랑 끝 전술을 쓰는 사람은 가진 것이 쥐뿔도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 그런 사람과는 빨리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내가 아는 사람 중 매사에 벼랑 끝 전술을 펴는 사람과 연애했던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애인은 사사건건 “◯◯이야 나야?”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도박하는 것도 아니고 마약하는 것도 아닌데 사소한 것을 가지고 매번 그랬다고 들었다.
  
어느 날 그 남자가 애인한테 담배를 끊기로 약속만 해놓고 담배를 못 끊자 그 여자는 평소처럼 “담배야 나야?”라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고 한다. 사람이 웬만큼 매혹적이지 않고서는 담배보다 중독성이 높기 힘든데, 벼랑 끝 전술을 일삼는 사람이 매력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었겠는가? 결국 남자는 담배 대신 애인을 끊었다. 10년도 더 지났지만 그 남자는 아직도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다.
  
  
* 링크: [허핑턴포스트] “반려견과 결혼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애인”에 대한 타일러의 명쾌한 한 마디
  
  
(2016.12.23.)
    

2017/02/22

고대 과학도 과학인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는 <과학사통론1>과 <과학사통론2>를 개설한다. <과학사통론1>은 르네상스 이전의 과학을 다루고 <과학사통론2>는 르네상스 이후의 과학을 다룬다. 어떤 철학 전공자가 물었다.
  
- 철학 전공자: “그런데요, 고대의 과학이라고 하는 것도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요? 현대 과학하고 너무 달라서 둘을 같은 과학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요?”
  
- 나: “탈레스도 철학자잖아요.”
  
- 철학 전공자: “아.”
  
  
(2016.12.22.)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