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을 잘 못 읽는다. 다른 책이라고 딱히 잘 읽는 건 아닌데 소설은 특히나 더 못 읽는다. 억지로 읽어봐야 무슨 말인지 모르거나 어쩌자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가끔씩 소설 읽기를 시도하기는 했다. 소설 몇 권 읽는다고 딱히 사람이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문학 작품을 아예 안 읽으려니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 같아서 가끔씩 소설 읽기를 시도하기는 했다. 대부분 실패했다.
며칠 전에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등장인물이 다 비정상이고 이해하지 못할 행동만 했다.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고기를 안 먹지 않나, 가족들은 억지로 고기를 먹이지 않나, 그런다고 자해를 하지 않나, 형부라는 사람은 예술한답시고 몸에 꽃 그리고 처제하고 이상한 짓이나 하지 않나, 정신병원 들어가서 자기는 식물이라고 밥 안 먹지 않나, 하여간 시작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뿐이었다. 억지로 끝까지 읽기는 했는데 무슨 재미로 읽는지,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왜 감동받는지, 왜 문학계에서 이 작품에 주목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외국에서 상을 준 것을 보면 이 작품에 뭔가 있긴 있나 본데, 왜 나는 이런 작품을 못 읽거나 읽어봐야 불쾌하기만 할까? 내 수준은 잘해봐야 <심슨가족>이나 『삼국지연의』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가?
궁금해서 문학적인 소양이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았다.
“제가 어차피 현대 소설이든 그 이전 소설이든 어차피 못 읽는 건 마찬가지라서 잘 모르는데요, 사람들은 정신 나간 사람이 정신 나간 소리하는 이야기를 읽고 무슨 감동을 받을까요? 먹고사는 것만 해도 힘들고 어려운데 굳이 여가시간에 그런 것을 읽는다는 건 뭔가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일 텐데 도대체 읽어서 무슨 좋은 점이 있을까요?”
그 사람은 내 말을 듣고 배를 잡고 웃었다.
“현대소설을 정신 나간 사람이 정신 나간 소리 하는 것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부조리한 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든 현대인을 다룬다고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나는 그 사람의 설명을 들으면서 똑같은 대상을 서술하면서도 이렇게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도 우아하고 품위 있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 이래서 사람이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하는가보다 싶었다.
(2016.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