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8

정의당의 부채



정의당에서 문자가 왔다. 빚이 30억 원이고 그동안 3억 원을 모았다고 한다. 절절함으로 호소한다고 문자에 써있길래 홈페이지에는 뭐라고 했나 보려고 오랜만에 정의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부채 해결을 위한 특별당비 납부를 촉구하는 게 떠 있다. 아예 대놓고 돈 달라고 할 정도면 당이 얼마나 망한 것인가?

정의당에서는 아예 <119 부채 상환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위원회 게시판에 올라온 공지 글 중에는 “부채 현황 안내: 부채, 왜 생겼나요?”라는 제목의 글도 있었다. 제목만 보았는데도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해당 게시글에는 부채가 왜 생겼는지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다.

정의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지역 출마자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전국 80여 명의 후보에게 약 30억 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 도입과 정당 지지율 제고를 통해, 최대 당선자를 배출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례없는 ‘비례위성정당’의 출현과 당의 총선 전략에 대한 문제들이 나타나면서 결과적으로 목표에 한참 부족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지역구 후보들에 대한 지원은 고스란히 부채로 남았고, 이후 당의 부침에 따른 탈당이 이어져, 경상 적자가 발생하고 악성화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정의당이 지닌 부채는 최고 43억에서 시작되어 현재 원리금 상환을 거듭해 30억 원 규모의 부채로 남았습니다.

누가 보면 성실하고 선량하게 살던 소시민이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을 맞아 어려움에 처한 줄 알겠다. 유례없는 비례위성정당의 출현? 그 때 정의당이 한 짓이 유례없는 헛짓거리다. 어차피 지지자들은 호구처럼 표를 내놓는다고 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만 도입하면 원내교섭단체 되는 줄 알고 돈을 뻥뻥 써제꼈다가 이 지경이 난 것 아닌가? 이게 부동산 갭 투자 하다가 망해놓고 세상 탓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지만, 따지고 보면 정의당의 실패는 부동산 갭 투자 실패보다도 더 말이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변동은 전문가도 예측하기 힘들지만, 비례위성정당이 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만들 때부터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그러니 정의당의 경우는 부동산 갭 투자라기보다는, 파생상품에서 거액을 잃은 사람이 전세금을 빼서 강원랜드에 간 것과 더 비슷하다. 빚더미에 올라 놓고는 살려달라며 “카지노에서의 유례없는 승률과 베팅 전략에 대한 문제들이 나타나면서 결과적으로 목표에 한참 부족한 결과를 얻었다”고 호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당이 망했으니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그에 대한 합당한 평가와 반성이 있었을 것이다. 가령, 21대 총선과 관련한 실패에 대하여 “당과 당원에게 창당 이래 가장 심한 좌절과 손실을 가져다준 심상정의 인기영합적 오류이며 그녀의 책임”이라고 하든지, 간단하게 “심상정 맹동주의”라고 하든지, 하여간 납득할 만한 평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평가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을 모든 당원이 다 알 수는 없다. 당직자가 아닌 이상에야 일반 당원은 각자 할 일도 다 못 하고 사는 사람들이라 당내 의사결정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 나도 당원이지만 그와 관련된 어떤 평가나 반성이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니 당에서 당원들에게 어떤 소식을 전달하거나 요청할 때는 당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돈을 달라고 할 거면 왜 빚더미에 올랐는지 그 원인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동시에 그에 관한 당의 입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정의당이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조금이라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대충 뭉개면서 죽겠으니까 빨리 돈이나 내놓으라고 하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싶어서 특별당비를 내고 싶은 마음이 쏙 들어갈 것이다. 나는 돈을 내지 않을 것이다.

* 링크: [정의당] 119 부채 상환 특별위원회 게시판

( www.justice21.org/newhome/board/board.html?bbs_code=JS283 )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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