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어머니께서 이모, 외삼촌과 함께 외가에 다녀오셨다. 주말에 외가 식구들이 외가에 있는 교회에서 오전 예배를 보았다. 시골 교회라 신도들 대부분이 노인이다. 목사님 설교 중에 신도들이 꾸벅꾸벅 졸았고 이모, 외삼촌들도 졸았다. 이모 중에 교회를 심하게 다니는 분이 있는데 외가 식구들이 외가로 돌아올 때 그 이모가 “성령이 충만하면 잠이 안 오는데 잠의 마귀에 빠져서 설교 중에 꾸벅꾸벅 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무당 뒷다리 잡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졸리면 조는 거지 무슨 마귀 같은 소리를 하고 앉았어. 내가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교회를 안 다니는 거야.” 이모 말이 맞다면 성령이 부족할 때는 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잠의 마귀를 처방하면 되겠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머니는 집에 돌아와서 너희 이모가 미쳤다고 몇 번을 말씀하시더니 교회를 심하게 다니는 친척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 그 할머니가 우리집에 오셔서는 처마 밑에 친 거미줄을 보고 빗자루로 황급히 거미줄을 치우며 “거미는 거미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거미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지는 모르지만, 거미가 거미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사람처럼 세상을 보면 그게 더 무서울 것 같다.
두 분은 모두 비교적 체력도 약하고 정신적으로도 약한 편이며 심지어 빙의 체험도 했다. 내가 보기에 두 분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도 남을 사람들인데, 그런 두 분이 사이비 종교 같은 데 빠지지 않고 가정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사는 것은 기독교 덕분이다. 사이비 종교는 가진 것을 모두 내놓으라고 하지만 개신교는 소득의 10분의 1만 내라고 하고, 사이비 종교는 가정을 버리고 와서 종교 시설에서 살라고 하지만 개신교는 가정에 충실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만 교회에 나오라고 한다.
내가 종교학 같은 건 배워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내가 관찰한 바로는 종교의 순기능 중 하나는 사람들이 조금 이상해 보이는 것을 믿게 해서 정말 이상한 것을 안 믿게 하고 이를 통하여 사회를 유지하는 것 같다. 물론, 조금 이상해 보이는 것도 안 믿고 정말 이상한 것도 안 믿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는데,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람들 중에는 육체든 정신이든 태어날 때부터 약한 사람이 있고,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잠시 정신이 약해질 때가 있다. 항상 약한 사람이든 가끔 약한 사람이든, 약한 사람의 극단적인 이상 행동을 막아 개인과 가정의 평화를 안전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고등 종교는 일종의 사회적 안전 장치로써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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