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6

한국은 왜 일본처럼 번역 사업을 하지 못했나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부터 번역 사업을 했기 때문에 일본어로 학문을 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한국도 일본처럼 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건 의지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왜 한국은 일본처럼 할 수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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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사업을 하려면 번역 인력이 있어야 한다. 외국어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분야를 잘 알면서 외국어를 잘 해야 한다. 번역에는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기 연구를 미루어두고 번역에 시간을 전념할 수 없다. 연구자 수가 많으면 번역에 전념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며 번역해도 되니까 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겠는데, 한국에서는 어떤 분야든 연구자 수가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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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수는 경제 규모와 인구 규모에 비례한다. 중국 정부가 동북공정을 해서 고구려 역사가 쟁점이 되었을 때, 중국은 고구려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100명이 넘는데 한국은 다섯 명 밖에 안 된다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보다 인구가 25배 정도 많기 때문에 그 정도 연구 인력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의 사학 전공자가 고구려사에 몰리면 다른 분야가 구멍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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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8세기 초반에 이미 인구가 3천만 명이 넘었다. 한국은 20세기가 들어서야 인구가 3천만 명이 넘어서는데, 김구 선생이 “3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라고 할 때의 그 3천만은 남북한 합쳤을 때의 숫자다. 한국은 20세기가 되어서야 인구가 3천만 명이 되는데, 분단되어서 그게 반 토막이 난다. 이후로도 반세기 동안은 번역 사업 같은 것을 할 여건이 못 되었고, 지금도 연구자는 모자라다. 정부에서 돈을 아낌없이 지원한다고 해도 연구자가 모자라서 단기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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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 일본에서는 웬만한 외국 서적은 1년 이내에 일본어로 번역된다고 하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연구자들이 1년 내내 번역만 해도 일본처럼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연구를 안 할 수 없으니 그냥 원어로 봐야 한다. 여기서 한국과 일본의 길이 달라졌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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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니, 모국어로 학문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통일한다고 해도 북한이 워낙 상태가 메롱이라 한 세대 안에 뭔가 뾰족한 수가 안 나올 것이다. 당분간은 연구자가 이중 언어 사용자 비슷하게 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영어를 아직도 심각하게 못 하는 나는 그냥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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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크: [한국일보] 우리말로 학문하기 / 서화숙

( www.hankookilbo.com/v/196508af110047d99e9d600dea9ef2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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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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