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집에 있던 고양이가 연달아 모두 죽었다. 화천이는 집을 나가 행방을 알 수 없고, 남아 있던 화천이의 하얀 새끼들은 큰 놈이나 작은 놈이나 모두 죽었고, 검은 새끼는 죽지는 않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으나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화천이의 새끼들이 왜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어느 날부터 고양이들이 죄다 비실비실하더니 집에서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옆집 그늘 밑에서 다 큰 하얀 고양이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나는 죽은 고양이를 화장해주었다.
매장하는 것이 화장하는 것보다 더 간단하기는 하지만, 자기 몸에 흙이 묻을까 항상 핥던 고양이를 땅에 묻는 것이 좀 그랬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고대 인도에서는 귀족이나 군인 등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은 화장하고 그렇지 않은 신분의 사람들은 매장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뒤로 나는 고양이가 죽으면 매장보다는 화장으로 장례를 치러준다. 버려진 가구를 해체해서 목재 부분을 쌓아놓고 불을 붙이기 전에 불이 들어가니 어서 나오라고 세 번 말하고 불을 붙였다.
그렇게 화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채구멍에서 큰 놈 하나와 작은 놈 하나가 같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두 마리를 화장하고 나서도 시체 썩은 냄새가 나서 살펴보니 처마 밑 책상 밑에서 새끼 한 마리가 또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또 화장했다. 논밭에 뿌린 제초제를 먹어서 죽은 건지, 날씨가 더워서 온열 질환으로 죽은 것인지 모르겠다. 입 주위에 거품도 없었고 자듯이 죽었으니 농약을 먹고 죽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주변 이야기를 들으니 고양이도 홍역에 걸린다는데, 백신을 맞히지 않은 우리집 고양이들이 홍역에 걸려 비슷한 시기에 죽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가에서 보니 동네에 돌아다니는 길고양이가 마치 집고양이처럼 사람을 따랐다. 처음 본 사람도 경계하지 않았다. 집에 데려가고 싶었으나 너무 커서 데려갈 수 없었다.
옆집에는 고양이가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았으니 두 마리만 가져가라고 했고, 어머니는 암컷은 새끼를 너무 자주 낳으니 수컷 한 마리만 데려가겠다고 했다. 옆집에 가서 보니 새끼가 너무 어려서 내가 데려가서 살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스포이트로 우유를 먹이며 지극정성으로 돌보면 살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집에만 붙어있는 사람도 아니고 어머니도 회사에 다니니 괜히 걷지도 못하는 고양이 새끼를 데려오면 객지에서 죽게 만들 판이었다.
어머니는 새로 데려갈 고양이의 이름을 “해남이”로 지어놓았으나 큰 고양이든 작은 고양이든 결국 데려갈 수 없었다.
(2023.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