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3

여자가 잘 들어와야 집안이 평안하다?



여자(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집안이 평안하고 형제간의 우애가 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있다. 원래 의가 좋았던 형제였는데 재산 분쟁이 벌어져서 이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다 여자가 자기 남편을 꼬드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하여 저절로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고 피상적인 경험을 많이 한다고 하여 아는 것이 늘어나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내심 싫으면서도 싫다고 직접 말하기는 껄끄러운 상황에 남 핑계를 대는 일은 매우 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어린 아이가 맛있는 것을 먹고 있는데 어떤 놈이 와서 몇 개 달라고 한다고 하자. 그 아이는 자기 것을 주기 싫지만, 싫다고 직접 말하기에는 힘이 모자랄 수도 있고, 힘은 모자라지 않지만 나누어먹지 않을 명분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럴 때 하는 말이 “엄마가 나 혼자 먹으랬어!”다. 엄마가 혼자 먹으랬든 말든, 사실 옆에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으면 같이 먹자고 할 것이었을 텐데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고 치자. 돈이 없다고 했어야 했는데, 상대방이 돈을 빌려달라고 할 줄 모르고 이미 돈 자랑을 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히 의절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인적 네트워크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면 그러한 의절은 작지 않은 손실로 나에게 되돌아올 수도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얻는 이득을 유지하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는 비용은 최소화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하면 되는가? 배우자에게 물어보아야 한다고 말하면 된다. 어쩌면, 배우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상대방에게 안 된다더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본다면, 형제들이 재산 분쟁을 겪는다면, 전래동화에 나올 법한 의좋은 형제가 여자에게 현혹되어 그렇게 된 것이겠는가, 아니면 애초부터 재산을 더 먹을 마음인데 악역을 자기 부인에게 뒤집어씌운 것이겠는가? 다른 껄끄러운 일을 처리할 때는 죄다 남 핑계를 대다가, 오직 형제간의 일에서만은 남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남에게 현혹된 것이겠는가?

사람들은 별별 이유로 이혼한다. 부모 재산 가지고 싸울 정도라면 부부가 상당히 오래 살았을 것이고, 그 정도 살았으면 질릴 때도 되었을 것이다. 그런 때 부인이 남편을 현혹하여 형제들과 불화를 일으키려 한다고 해보자. 이혼하기에 이렇게 좋은 기회와 명분도 없다. “형제는 수족 같고 처자는 의복 같거늘!”이라고 호통치고 이혼한 다음, 주말마다 산악회에 다니고 친구들한테 동창회 언제 하느냐고 물어볼 만하다. 그런데 그렇게 집안에서 분쟁이 나고 난리가 났는데 정작 부부 사이는 괜찮다면, 재산 분쟁 때 하는 개억지가 형이나 동생의 뜻이겠는가, 아니면 형수나 제수의 뜻이겠는가? 원래 착한 놈이었는데 부인을 잘못 만나 현혹된 것이겠는가, 아니면 원래부터 글러먹은 놈인데 어렸을 때의 흐릿한 기억에 기반하여 오판한 것에 불과하겠는가?

(2022.03.13.)


2022/05/12

[강연] Popper (1999), “Notes of a realist on the body-mind problem” 요약 정리 (미완성)

     

[ Karl Popper (1999), All Life is Problem Solving (Routledge), pp. 23-35.
  칼 포퍼, 「15장. 육체-정신 문제에 대한 실재론자의 고찰」,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허형은 옮김 (부글북스, 2006), 277-298쪽.
  * 1972년 5월 8일 독일 만하임에서 한 강연 ]
 
 
  I
  II
  III


  I

24, 279
- 세계1(World 1): 물리적 세계
- 세계2(World 2): 인간의 의식에서 일어나는 사고 과정
- 세계3(World 3): 인간 정신의 객관적 창조물들이 만들어내는 세계


25, 280-281
- 넓은 의미의 세계3: 인간 마음이 낳은 산물들의 세계
- 좁은 의미의 세계3: 잘못된 가설까지 포함하여 모든 이론의 세계이자 수많은 이론의 참/거짓을 밝히는 문제를 포함한 과학적 문제의 세계
-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은 세계3에 속하지만 세계4에 속한다고 보아도 됨. 이는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

25, 281-282
- 과학 이론이 속한 세계3과 심리적 세계인 세계2의 문제들을 구분하는 일
- 볼차노: 자명한 진술(statements in themselves)
• 우리가 어떤 진술을 생각할 때 일어나는 심리적 사고 과정과 대비되는, 논리적 의미에서의 진술
- 프레게: 진술의 내용(content of a statement)
• 이 역시 논리적 의미에서의 진술
- 예: 수학자 두 명이 ‘3×4=13’이라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했다고 하자.
• 서로 아주 다를 수 있는 두 가지 별개의 사고 과정이 세계2에서 발생했음.
• 그런데 ‘3×4=13’은 (거짓인) 자명한 하나의 진술이고, (논리적으로 거짓인) 하나의 내용임.
• 아무리 많은 수학자들이 ‘3×4=13’을 참이라고 믿는다고 해도 항상 객관적으로 틀린 진술이므로, 이 진술 자체는 세계3에 속함.
- 포퍼는 볼차노와 프레게의 견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3에 참인 자명한 진술, 거짓인 자명한 진술, 문제(problems), 논증(arguments)을 포함시킴.

25, 282
- 세계3의 두 가지 특징
• 특징(1): 세계3이 실재한다는 것
• 특징(2): 적어도 부분적으로라도 자율적이라는 것, 즉 세계2와 독립된 부분적인 내적 구조를 가진다는 것.

26, 282-283
- 세계3의 실재(reality)
• 모든 실재에 관한 패러다임들은 세계1의 물리적 대상들임.
• 예) 돌, 나무 등
• 포퍼는 세계1의 대상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실재하는’(real) 것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함.
- 예: 고층건물
• 고층건물은 물리적 대상이므로 세계1에 속함.
• 고층건물은 설계도에 따라 건축되었고, 설계도는 여러 이론과 수많은 문제들로부터 영향을 받음.
• 설계 및 이론들과 문제들은 건축가의 의식(세계2)에 영향을 미친 후에야 건설 노동자들의 물리적 운동의 세계와 굴착기와 석재, 벽돌 등에 영향을 미침.
- 세계3은 세계2를 통해 세계1에 간접적 영향을 줌.
- 이 사례는 세 가지 세계 모두의 실재성을 설명함.
• 건물이나 교각이 무너지면 세계2의 착오나 잘못된 주관적 믿음 때문일 수도 있지만, 거짓인 객관적 이론(세계3의 오류) 때문일 수도 있음.

26, 283
- 세계3 개념에 대한 비판: 세계2는 존재하지만 그 사고의 내용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
• 사고 내용은 정신의 추상 작용, 뇌가 만들어낸 환상임.
- 포퍼의 반론: 세계3은 분명히 세계2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부분적으로 자율적인 내적 구조를 가짐.

26-, 283-
- 독일의 수학자 크로네커: “신이 자연수를 만들었고 그 밖의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었다.”
- 포퍼는, 자연수는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소수는 발견된 것이라고 주장함.
• 자연수는 수 세기를 계속하다가 발명한 인간 언어의 산물. 덧셈과 곱셈도 인간의 발명품.
• 그러나 덧셈이나 곱셈의 법칙(예를 들어, 결합 법칙)은 인간의 발명에서 파생된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발명된 것임.
• 역사적으로 보면 소수는 자연수와 함께 발명되었다고 해야 하지만, 자연수의 발명 시점에서 수백 년이 지나 소수가 발견되기 전까지 소수의 존재 자체는 세계2에 존재하지 않았음.
• 소수와 자연수가 함께 세계3에 존재했다고 말할 수 있으며, 발견되기 전에 세계3의 자율적인 부분에 존재해온 것임.
- 세계3의 자율성이 세계2에 임의의 영향을 줌.
• 소수의 발견을 유도한 세계2의 사고과정의 원인 중 하나는, 세계3의 소수의 존재임.
• 이는 영국인 측량사가 에베레스트 산봉우리를 발견하도록 이끈 원인이 에베레스트 산의 존재인 것과 마찬가지임.
- 세계3의 자율적 부분은 세계1에도 작동함.
• 소수의 존재를 동료들에게 설명한 최초의 수학자는 자신의 혀를 움직여서 설명했을 것임.
• 혀는 세계1에 속함.
- 아직도 소수 연구는 완결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문제들도 발명된 것이 아니라 발견된 것으로 세계3의 자율적인 부분에 속함.
...
-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의 예
• 세계3의 정리는 파피루스로 옮겨갔으며, 그 과정에서 인간 유클리드(세계2)를 통해서 세계1을 변화시킴.
• 최대 쌍둥이소수가 존재하는냐의 문제는 세계3에 속한 미해결 문제이며, 모든 수학자들에게 임의의 영향을 주고 있음.

28-, 286-
- 세계1, 세계2, 세계3의 구분
• 책은 세계1에 속하고, 책의 내용은 세계3에 속함.
• 서로 다른 <기하학원론> 개정판 두 권은 세계1에 속함.
• 두 권이 같은 내용을 가지는 것으로서 세계3에 속함.
• 포퍼의 강연을 듣는 사람이 독일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세계1의 속하는 부분만 듣는 것임.
• 독일어를 이해하고 포퍼의 말하는 논지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포퍼의 강연에서 세계3에 속하는 부분만 중요한 의미를 가짐.
• 강연을 이해하려는 청중의 노력은 세계2에 속하며, 그런 노력을 할 때 청중은 세계3에 속하는 어떤 대상에 집중하게 됨.
• 따라서 청중의 세계2는 세계3으로부터 임의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임.
- 세계1과 세계3에 동시에 속한 대상이 존재하며, 세계2와 세계3에 동시에 속한 대상이 존재함.
- 중요한 것은, 세계3에만 속한 대상도 존재한다는 것.
• 예) 어느 수학자가 오늘 연구하고 있으며 내일 발견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증명
• 그 증명은 내일 세계2와 세계3에 모두 속하게 될 것이며, 종이에 기록된다면 세계1에도 속하게 될 것임.
- 아직 발견되지 않은 증명이 기록되기 전에 이미 세계1에 속한다고 가정할 수는 있음.
• 세계2의 사고과정이 두뇌 작용과 연관되며, 따라서 세계1의 물리적 현상과 연결되기 때문임.


287-288


  II

29-30, 288-289
심신 상호작용론: 세계2와 세계1은 서로 영향을 끼침.
심신 병행론: 세계2의 모든 사고과정은 세계1의 두뇌 작용과 평행을 이루며 이루어짐.
순수 물리주의 또는 철학적 행동주의: 세계1만 존재하며, 세계2는 없고 세계3도 없음.
순수 심리주의 또는 정신주의: 세계2만 존재하며 세계1은 나의 상상일 뿐임.



  III



(2022.08.16.)
     

2022/05/11

민주당 당원들의 땡깡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추이를 지켜보다가 정의당에 투표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홍준표나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민주당 문재인을 찍을지 정의당 심상정을 찍을지 금방 결정할 수 없었다. 결정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토론회였다. 안철수가 토론회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이 안철수인지 갑철수인지 묻고 MB 아바타인지를 묻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정의당에 투표했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재명과 윤석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정의당에 투표하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윤석열이 당장 대통령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았을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도 알았을 것이다. 10년 후라면 모를까 윤석열이 당장 대통령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윤석열이 학습 능력이 좋다고 한들 그렇다. 검사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하려다가 짜장면 냄새 맡고 다시 검사하기로 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국회의원도 아니고 대통령이 된다니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 윤석열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장동 특별검사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대장동 수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 아닌가? 이야기는 끝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정의당 심상정 때문에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주책 떨고 다니는 놈들이 있다고 한다. 한 번 나온 의혹이 계속 따라다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의혹이 계속 터져 나오는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뽑아놓고는 다른 당 지지자들이 자기 당 후보를 안 찍어서 선거에 패배했다고 땡깡 부리는 게 과연 정상인가?

* 링크: [중앙일보] 2.37%도 서러운데... “沈, 尹 당선에 한몫” 연쇄 탈당 조짐

www.joongang.co.kr/article/25054421 )

(2022.03.11.)


[외국 가요]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 www.youtube.com/watch?v=qA4BXkF8Dfo ) ​ Billie Holiday - Blue Moon ( www.youtube.com/watch?v=y4b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