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0

[과학철학] Popper (2002), Ch 3 “Theories” 요약 정리 (미완성)

    

[ Karl Popper (2002), The Logic of scientific discovery, 2nd ed. (Routledge), pp. 37-56.

  Karl Popper (1959). The Logic of scientific discovery, 1st ed. (Basic Books).

  칼 포퍼, 「제3장. 이론들」, 『과학적 발견의 논리』, 박우석 옮김 (서울: 고려원, 1994), 75-100쪽. ]

  

  

  12. 인과성, 설명 그리고 예측들의 연역

      (Causality, Explanation, and the Deduction of Predictions)

  13. 엄격한 보편성과 수적 보편성

      (Strict and Numerical Universality)

  14. 보편적 개념들과 개별적 개념들

      (Universal Concepts and Individual Concepts)

  15. 엄격 보편 진술 및 엄격 존재 진술들

      (Strictly Universal and Existential Statements)

  16. 이론 체계들 (Theoretical Systems)

  17. 한 공리 체계를 해석하는 몇 가지 가능성

      (Some Possibilities of Interpreting a System of Axioms)

  18. 보편성의 수준들: 후건 부정식

      (Levels of Universality. The Modus Tollens)



  12. 인과성, 설명 그리고 예측들의 연역

      (Causality, Explanation, and the Deduction of Predictions)

 

[pp. 38-39, 76-77쪽]

- 어떤 사건에 대한 인과적 설명은, 하나 이상의 보편 법칙을 특정한 단칭 진술들인 초기 조건들과 함께 연역의 전제들로 사용하여 그것을 기술하는 하나의 진술을 연역하는 것.

- 완전한 인과적 설명을 하려면 두 가지 상이한 유형의 진술이 필요함.

• (1) 보편 진술: 자연 법칙의 성격을 가지는 가설

• (2) 초기 조건(단칭 진술): 문제되는 구체적 사건에 적용되는 것들.

- 보편 진술들과 초기 조건들의 연접으로부터 또 다른 단칭 진술을 연역함.

• 이를 구체적 예측 또는 단칭적 예측(singular prediction)이라 부름.

- 초기 조건들은 보통 문제가 되는 사건의 ‘원인’이라고 불리는 것을 기술함.

- 예측은 보통 ‘결과’라고 불리는 것을 기술함.


[pp. 39-40, 77-78쪽]

- ‘인과성의 원리’(principle of causality)는 어떤 사건이든 인과적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그 사건이 연역적으로 예측될 수 있다는 주장.

• ‘될 수 있다’(can)는 말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이 원리는 동어반복적(분석적)이거나 실재(reality)에 관한 주장(종합적)임.

• 분석적: 인과적 설명을 구성하는 것이 언제나 논리적으로 가능 → 예측으로부터 예측이 도출될 수 있는 전칭 진술과 초기 조건을 발견가능 → 동어반복적

• 종합적: 어떤 구체적 사건도 보편적 규칙성이거나 법칙의 사례이게끔 구성되어 있음. → 반증가능하지 않음.

- 포퍼는 ‘인과성의 원리’를 채택하지도 않고 물리치지도 않음.

• 이는 ‘형이상학적’인 것으로서 과학적 영역으로부터 제외함.

- 그러나 포퍼는 ‘인과성의 원리’의 형이상학적 버전으로 간주될 만한 것에 대응하는 방법론적 규칙을 제안함.

• 그것은 우리가 보편적 법칙들과 정합적인 이론 체계의 탐색을 포기하면 안 되고, 우리가 기술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사건도 인과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를 단념하면 안 된다고 하는 간단한 규칙.


  

  13. 엄격한 보편성과 수적 보편성

      (Strict and Numerical Universality)

 

[pp. 40-41, 80-81쪽]

- 보편 종합 진술(universal synthetic statement)은 ‘엄격 보편’(‘strictly universal) 진술과 ‘수적 보편’(‘numerically universal) 진술로 구별할 수 있음.

• 엄격 보편 진술은 12절에서 염두에 둔 보편 진술

• 수적 보편 진술은 어떤 단칭 진술들이나 단칭 진술들의 연접들과 동치

- 예

• (a) 모든 조화진동자에서 그것들의 에너지가 특정량(hv/2)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참이다.

• (b) 현재 지구상에 사는 모든 인간들은 신장이 특정량(8피트)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이다.

- (기호 논리학을 포함하는) 형식 논리학은 두 진술을 모두 보편 진술들로 취급함.

- 포퍼의 해석

• 진술(a)는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서나 참이라고 주장됨.

• 진술(a)와 같은 유형의 진술들은 모든-진술(all-statement), 즉 무한한 수의 개체들에 관한 보편적 주장으로 간주함.

• 진술(b)는 유한한 개별적(또는 특수한) 시공 영역 내의 구체적 원소들의 유한집합에 관해서만 언급함.

• 진술(b)와 같은 유형의 진술들은 원리상 단칭 진술들의 연접에 의해 대치될 수 있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문제되고 있는 집합의 모든 원소들을 매거할 수 있기 때문.

 

[pp. 41-42, 81-82쪽]

- 대립되는 두 견해

• 견해(1): 엄격 보편 진술 개념에 관한 포퍼의 용법

• 견해(2): 어떠한 종합 보편 진술도 원리상 유한한 수의 단칭 진술들의 연접으로 번역가능해야 한다는 견해

• 견해(2)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엄격 보편 진술이 절대로 검증될 수 없으므로 검증가능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부함.

- 단칭 진술과 보편 진술의 구분이 없다는, 자연 법칙에 관한 견해에서는, 귀납의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임.

- 그러나 방법론적 귀납 문제는 이러한 해결책의 영향을 받지 않음.

• 자연 법칙이 적용될 수 있는 모든 단일한 사건들을 경험적으로 확인하고 그러한 모든 사건이 실제로 법칙에 부합한다는 것을 발견할 때만 자연 법칙의 검증이 가능한데, 이는 불가능하기 때문.

- 과학의 법칙들이 엄격 보편 진술이냐 수적 보편 진술이냐 하는 문제는 논변에 의해 해결될 수가 없음.

• 그것은 타협이나 협약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 중 하나일 것.

- 포퍼는 이러한 방법론적 상황을 염두에 두었을 때, 자연 법칙들을 종합적인 엄격 보편 진술들로 간주하는 것이 유용하고도 성과를 많이 거두는 길이라고 봄.

 

 

  14. 보편적 개념들과 개별적 개념들

      (Universal Concepts and Individual Concepts)


42-, 82-

- 보편 진술들과 단칭 진술들의 구별은 보편적 개념 또는 이름과 개별적 개념 또는 이름 간의 구별과 밀접히 연결됨.

• ‘독재자’, ‘행성’, ‘H₂O’은 보편 개념 또는 보편 이름

• ‘나폴레옹’, ‘지구’, ‘대서양’은 단칭(또는 개별) 개념(또는 이름)

• 보편적 개념들은 고유명사들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정의될 수 있음.

• 개별적 개념들은 고유명사를 써서 정의됨.


모든 과학의 응용은 보편적인 과학의 가설들로부터 단일한 사례들로 나아가는 추리에, 즉 단칭적 예측들의 연역에 근거하는데, 어느 단칭적 진술에도 개별적 개념들 또는 이름들이 반드시 등장함. 

이들은 종종 시공 좌표로 가장하고 등장하는데, 이는 시공 좌표 체계의 적용이 언제나 개별적 이름들의 참조를 포함하기 때문임.


단칭 진술들로부터 보편적 진술로 이동하는 귀납논리가 비실제적이듯이, 개별적 이름들의 도움을 받아 보편적 이름들을 정의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패하게 마련.


  

  15. 엄격 보편 진술 및 엄격 존재 진술들

      (Strictly Universal and Existential Statements)

 

47-

오직 보편적 이름들만이 그 안에 등장하고 개체의 이름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진술들은 여기서 ‘엄격하다’ 또는 ‘순수하다’고 기술될 것. 

그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은 엄격 보편 진술들.


자연 과학의 이론들, 그리고 특히 우리가 자연 법칙이라 부르는 것은 엄격 보편 진술의 논리적 형식을 지님. 

따라서 그것들은 엄격 존재 진술들의 형식 또는 비-존재 진술들의 형식으로 표현될 수 있음.

 

이렇게 정식화 할 때 자연법칙들은 ‘추방’또는 ‘금지’의 역할을 할 수 있음. 

즉 어떤 사물들 또는 사태들을 추방하거나 금지하여 이런 사물들 또는 사태들의 비존재를 주장함. 

그리고 그것들이 이런 일을 하기 때문에 그것들은 반증가능함. 

말하자면, 만약 우리가 법칙에 의해 배제된 어떤 사물의 존재를 주장함으로써 금지된 바를 어기는 단칭 진술을 참으로 인정하게 되면, 그 법칙은 반박되고 만다.

 

그러나 엄격 존재 진술들은 허위화 될 수 없기 때문에, 비경험적 또는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취급해야만 함. 

이는 엄격 또는 순수 진술들은 그것들이 보편 진술이든 존재 진술이든 간에 시간과 공간에 제한되지 않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격 존재 진술과 엄격 보편 진술들은 원리상 경험적으로, 일방적으로 결정가능함. 

어떤 것이 여기 또는 저기 존재한다는 사실이 발견될 때마다 그에 따라 하나의 엄격 존재 진술이 검증될 수도 있고 하나의 보편 진술이 반증될 수도 있는 것.


  

  16. 이론 체계들 (Theoretical Systems)

 

50-

과학의 분과들이 엄밀한 체계의 형식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체계가 충분히 분명하고 확정적으로 정식화되어 어떤 새로운 가정이 등장했을 때 체계가 수정된다는 것이 쉽게 인지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 

이것이 소위 ‘공리화된 체계’(axiomatised system)의 형식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 공리들은 그 이론 체계에 속한 모든 다른 진술들이 공리로부터 순수한 논리적 또는 수학적 변환들에 의해 도출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선택됨.


(a) 공리 체계는 모순(자체 모순이건 상호 모순이든 간에)이 없어야 한다. 이것은 모든 임의로 선택된 진술이 그것으로부터 연역 가능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요구와 동치이다.

(b) 그 체계는 독립적(independent)이어야 한다. 즉 그것은 나머지 공리들로부터 연역 가능한 어떠한 공리도 포함해서는 안 된다.

(c) 공리화될 이론에 속하는 모든 진술들을 연역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d) 같은 목적을 위해 필요해야만 한다. 즉, 불필요한 가정들을 전혀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공리화된 이론 내에서는 그 체계의 여러 부분들간의 상호 의존성을 조사하는 것이 가능함. 

그리고 이 조사들은 왜 어떤 논리적으로 연역된 진술의 허위화가 부분적으로만 일어나더라도 반증된 것으로 취급되는지를 분명히 해줌. 


  

  17. 한 공리 체계를 해석하는 몇 가지 가능성

      (Some Possibilities of Interpreting a System of Axioms)

 

51-

(1) 공리들은 협약들로 간주될 수 있다. 

: 이 때 협약들은 공리들이 도입하는 근본적 관념들의 용법이나 의미를 속박하여 이들이 근본적 관념들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결정함.

즉, 공리들의 체계를 만족시키는 모든 개념들의 체계는 그 공리 체계의 모델이라 불릴 수 있음.


(2) 공리들은 경험적 또는 과학적 가설들로 간주될 수 있다.

그 공리적 체계 내에 등장하는 원초적 개념들이 암묵적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논리 외적 상황들로 간주되어서, 그 공리 체계의 진술들은 경험적 대상들에 관한 진술들, 즉 종합적 진술들이 된다고 생각됨.


그러나 (2)의 이러한 견해는 한 개념을 정의하는 ‘경험적 방식’이 무엇인지 전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이때에 명시적(ostensive) 정의를 거론하는 것이 통례. 

이것은 하나의 개념을 실제 세계에 속한 특정 대상들과 상호 연관 지음으로써 그것에 확정된 경험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함. 

그러나 이때 또 공리적 체계에서 사용될 개념들은 보편적 이름들이어야만 하고, 그것들은 경험적인 지시나 지적 따위에 의해 정의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보편적 이름들의 도움을 받아 명백히 정의될 수 있을 따름이고, 그렇지 않으면 정의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수밖에 없음.

 

  

  18. 보편성의 수준들: 후건 부정식

      (Levels of Universality. The Modus Tollens)

 

54-

우리는 하나의 이론 체계 내에서 보편성의 다양한 수준들에 속하는 진술들을 구별할 수 있음.

보편성의 최고 수준에 달한 진술들은 공리들이고, 낮은 수준들에 있는 진술들은 그것들로부터 연역될 수 있음.

더 높은 수준의 경험적 진술들은 그로부터 연역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진술들에 대해 항상 가설의 성격을 갖고, 그것들은 이 낮은 수준의 진술들의 허위화에 의해 허위화 될 수 있음.

이 추리의 방식이 고전 논리학의 후건 부정식(modus Tollens).

 

이에 따르면, 우리는 이 체계의 그 어떤 진술에 대해서도 그것이 허위화에 의해 특별히 난처해진다거나 난처해지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없는데, 오직 p가 체계의 어떤 부분으로부터 독립적일 때만 우리는 이 부분이 허위화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음. 

이와 관련해 어떤 경우에, 우리는 허위화를 어떤 특정 가설에 귀속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2020.09.11.)

    

2020/09/09

‘국가 싱크탱크’를 새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국가 싱크탱크’를 새로 만들자”는 <경향신문> 칼럼을 보자. 다음과 같이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 문단(1): 포스트 코로나는 높은 수준의 분석과 예측을 필요로 하지만 한국 사회가 보유한 지적 능력과 학문적 역량은 이에 대처하기에 불충분하다. 외국 석학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뻥쟁이라는 것도 이번에 드러났으니 그들에게 의존할 수도 없다.

- 문단(2): 포스트 코로나 담론의 네 가지 뻥쟁이 유형이 있다. 이들의 말은 듣지 말자.

- 문단(3): 미국, 중국, 유럽 국가들이 거덜 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회복력과 적응력이 다른 집단보다 클 것이다.

- 문단(4): 냉정한 유물론과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 문단(5):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국가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 문단(6): 고등교육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 필요하다. 교육과 정책 기능을 함께 가져 융합 인재를 길러내는 고등인문사회과학원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 문단(7): 고등인문사회과학원을 만들었을 때의 좋은 점들

  

이 글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여 국가 싱크탱크인 국가인문사회과학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문단(3)은 글의 흐름과 무관한 뜬금없는 내용이므로 통째로 들어내도 된다. 사실, 문단(1), 문단(2), 문단(4)도 한 문단으로 줄이는 것이 낫다. 현재가 위기 상황이라고 하거나 더 큰 위기가 곧 온다고만 쓰면 된다. 굳이 그렇게 글을 늘려서 쓸 필요가 없다.

  

문단(5)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국가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왜?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국가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기존의 싱크탱크가 어떠했으며 어떠한 점이 미비했으며 어떤 미비점 때문에 어떤 위기에 대처하지 못했으며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하는지 글에 나와야 한다. 글쓴이는 이 중에서 단 한 가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당연히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문단(6)에서는 “고등교육과 학술 정책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 절실하다고 한다. 문단(3)은 뜬금없는 내용이고 문단(1), (2), (4)는 한 문단으로 줄여도 될 내용이고, 문단(5)는 주장만 있고 근거는 하나도 없는데 문단(6)에서는 뜬금없이 고등교육과 학술 정책 이야기를 한다. 왜? 글쓴이는 “학술진흥청” 같은 조직보다 “교육과 정책 기능을 함께 가져 새로운 융합 인재를 길러내는 고등인문사회과학원”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술진흥청보다 고등인문사회과학원이 더 좋은 이유도 역시나 글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교육과 정책 기능을 함께 가지는 것이 새로운 융합 인재를 길러내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건 자유전공학부인가, 정책대학원인가?

  

새로운 국가 싱크탱크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고, 교육과 정책 기능을 함께 가지는 고등인문사회과학원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고, 그런 것이 생겼을 때 그 놈의 융합 인재가 어떻게 길러진다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문단(7)은 고등인문사회과학원이 생겼을 때의 좋은 점을 말한다. 도대체 어떤 점이 좋은가?

  

그것은 곧 부패한 학벌체제와 장삿속에 빠진 대학을 넘고, 586세대의 세계인식 수준을 넘는 집단지성의 새로운 육성과 제도화일 것이다. 비정상적인 사학 중심 대학체제와 재벌의 사회 지배를 생각하면 독립적이고 공공적인 제도화의 역할을 일단은 국가가 맡아야 한다. 대신 거기엔 교주(校主)의 전제와 관료의 간섭이 없고, 학과 팻말과 학벌·젠더 차별 없이 열린 연구실과 세미나실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아이디어가 빚어져야 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사이 벽은 물론 문·이과 분리도 없어야 한다. 이는 재식민화되고 있다는 한국 사회과학과 영락의 길에서 허덕이는 인문학을 살려 시민들에게 복무하기 위한 길이며, 교육과 앎으로써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 방도이다.

  

“부패한 학벌체제와 장삿속에 빠진 대학을 넘”는다고 한다. 그딴 거 만들 돈이 있으면 국공립대에 예산을 더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겠다. “586세대의 세계인식 수준을 넘는 집단지성의 새로운 육성과 제도화”가 된다고 한다. 고등인문사회과학원 원장은 파격적으로 40대가 하려나보다. 글쓴이는 그런 곳에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사이 벽은 물론 문・이과 분리도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어국문학과에서 어문 전공과 문학 전공이나 친하게 지내고 나서 그런 말을 해야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재식민화되고 있다는 한국 사회과학과 영락의 길에서 허덕이는 인문학을 살려 시민들에게 복무하기 위한 길이며, 교육과 앎으로써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 방도”라고 한다. 무슨 수로? 역시나 그에 대한 근거는 나오지 않는다.

  

고등인문사회과학원을 만들자는 이 칼럼은, 역설적이게도 고등인문사회과학원 같은 것을 절대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등인문사회과학원을 만들면 이사회와 관료의 간섭도 받지 않는 사람들이 “학과 팻말과 학벌・젠더 차별 없이 열린 연구실과 세미나실에서 자유로운 토론”이나 하면서 아무 근거 없이 고등인문사회과학원 같은 거나 만들자는 식으로, 세상의 모든 사안에 대해 아무나 하고나 만나서 아무 소리나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게 몽상가들의 잡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반영된다고 생각해보자. 코로나19는 일시적인 재난이지만 고등인문사회과학원은 상시적인 재난이 될 것이다.

  

  

* 링크: [경향신문] ‘국가 싱크탱크’를 새로 만들자 / 천정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07080300015 )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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