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5
[과학철학] Putnam (1981), Ch 5 “Two conceptions of rationality” 요약 정리 (미완성)
2020/04/24
신천지가 교회를 통째로 접수하는 방법
신천지는 교회 다니는 신자들만 포섭하는 것이 아니고 목사나 장로를 포섭해서 교회를 아예 통째로 접수한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신천지에서 목사나 장로를 포섭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교회가 통째로 넘어갈까? 담임 목사가 신천지에 감염될 때 부목사는 뭐 하고 있었으며, 장로 한 명이 감염될 때 나머지 장로들, 집사들, 권사들은 뭐 하고 있었길래 교회가 넘어간단 말인가. 3당 합당 때 김영삼이 넘어갈 때 부산-경남 넘어가듯 교회도 비슷하게 넘어가는 건가? 그래도 이해는 안 간다. 널린 게 교회인데 옆 교회나 옆옆 교회를 가면 되지 왜 나머지 신도들은 순순히 신천지 교회를 다니는가? 교회에 침투하는 신천지 사람들을 ‘추수꾼’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그들은 밭떼기를 하는 것인가?
오전 예배 보고 나서 목사님하고 대화하다가 그러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목사님은 친한 목사님 중에 신천지에게 교회를 빼앗긴 분이 있어서 교회가 신천지에 넘어가는 과정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안다고 하셨다. 우선, 목사가 신천지에 넘어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매우 낮다고 한다. 일단, 대부분의 목사들은 정상적인 신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에 이상한 교리에 노출된다고 해도 거기에 넘어갈 가능성이 낮고, 또 목사들끼리 수시로 공부 모임 등 모임을 가지기 때문에 신천지가 침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목사가 신천지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교회를 통째로 신천지에 넘어가는가? 단번에 목사나 직급 높은 사람들이 신천지에 포섭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추수꾼들을 교회에 몇 명 보내본다고 한다. 그렇게 보낸 사람들이 교회에 정착하면 분위기 봐서 몇 명 더 보낸다. 그렇게 몇 명씩 계속 보내서 교회 내 신천지 사람들의 숫자를 늘린다. 교회에서 신천지 사람들의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추수꾼들은 그렇게 교회 일을 열심히 하고 사교적이어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신앙심이 깊은 사람인 줄 안다고 한다. 그렇게 교회에서 신천지 신자들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기존에 다니던 신자들을 포섭하고 교회에서 분란을 일으키다가 교회를 접수할 임계치가 넘어가면 목사를 내쫓고 신천지 목사를 데려온다고 한다. 그렇게 벽돌 한 장 안 쌓고 멀쩡한 교회 하나를 낼름 먹는 것이다. 그렇게 접수하면 또 다른 교회로 추수꾼들을 보내기 시작한다.
나는 목사님 이야기를 듣고,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싶었다. 15년 전쯤에 어느 진보정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이런 사례들을 모아 보면, 조직 침투 및 접수에 관한 일반 모형 같은 것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2020.02.24.)
2020/04/23
줄임말
친구집에 가서 텔레비전을 보았다. 몇 년 만에 가요 프로그램을 본 것인지 모르겠다. 남자고 여자고 한 무더기씩 떼로 나와서 20년 전 일본 노래 같은 것을 불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아니고 보다가 채널을 돌렸는데, 보는 동안 죄다 모르는 가수들만 나왔다. 가요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 중에 내가 아는 가수가 없다니. 1위 후보곡 세 곡 중 레드벨벳의 <사이코>와 지코의 <아무 노래>는 아는데 나머지 하나는 곡을 모르는 게 아니라 가수 자체를 몰랐다. 가수 이름이 ‘창모’였다. 내가 아는 구창모 뿐인데, 창모라는 가수가 1위 후보가 될 때까지 나는 그의 존재도 몰랐던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좋아하는 가수든 아니든 그래도 누가 누구인지는 알았는데, 이제는 아는 가수가 많지 않다. 그들 중 대부분은 지금 몰라도 상관없고 10년 뒤에 몰라도 상관없겠지만, 어쨌든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친구가 나보고 줄임말 같은 것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잘 모르지만 ‘갑분싸’ 같은 것은 안다, 배우 황정민처럼 “갑분싸가 갑자기 분뇨를 싸지른다의 줄임말 아니냐”고 묻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자만추’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자만추, 어디서 들어보기는 했는데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기억을 못하자 힌트로 용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아무개 씨, 소개팅 하는 거 어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는 자만추예요.”
소개팅 제안을 거절하고 자기는 자만추라고 한다니. 하나가 떠올랐다. 자기 만족하는 추한 남자? 확실히 아닌 것 같기는 한데 생각나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다. 한참 있다가 자만추가 무슨 말인지 기억났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내가 어디서 듣기는 들었던 것이다.
회사원인 친구는 줄임말의 틀린 사용에 대해 말했다. 어떤 임원이 사장하고 한참 싸우고 나온 다음에 자기가 사장한테 ‘열폭’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열폭? 이게 무슨 말인가? 그 나이 많은 임원은 열폭이 ‘열등감 폭발’이 아니라 ‘열 받아서 폭발’인 줄 알고 그랬던 것이다. 아마도 그 임원은 내 친구가 열폭의 원래 뜻을 가르쳐주기는 전까지 줄임말을 아무 상황에서나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다녔을 것이다. 결함 있는 전자제품을 판매한 대리점에 항의하러 다녀와 놓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방금 무슨 무슨 대리점에 가서 열폭하고 왔다”고 말했을 수도 있다.
그 나이대 어른들이 줄임말을 그런 식으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분들이 어쩌다 새로운 말이나 젊은이들이 쓰는 말을 배우면, 마치 말을 처음 배우는 어린 아이처럼 새로 배운 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쓰며 용법을 익힌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런 분들에게 그런 말을 가르쳐주는 분들도 그 말의 원래 뜻을 정확히 아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원래의 줄임말은 그들만의 새로운 뜻을 가지게 되어 그 분들의 의사소통에서 다른 의미로 통용된다고 한다.
이상한 줄임말 같은 것을 쓰면 세종대왕이 슬퍼하니까 어리거나 젊은 사람들보고 이상한 말 쓰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어쩌면 그런 말을 쓰지 말아야 할 사람들은 젊은 사람이 아니라 나이든 어른들일지도 모르겠다. 세종대왕이 슬퍼할까봐 그러는 것은 아니다. 우리 엄마 늙었다고, 우리 아빠 늙었다고 주변 사람들이 슬퍼할까봐 그런 것이다.
(2020.02.23.)
2020/04/22
머캐머가 갈릴레오 연구서를 편집했다는 것
최근에 어떤 것을 검색하다가, 피터 머캐머(Peter Machamer)가 갈릴레오 연구서를 편집했다는 것을 알고 약간 놀란 적이 있다. 내가 아는 머캐머는 과학철학에서 메커니즘 연구로 잘 나가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갈릴레오 연구도 한단 말인가? 동명이인인가 싶어서 찾아보았는데 갈릴레오 연구서를 편집한 머캐머는 내가 아는 그 머캐머와 동일 인물이다. 외국에서는 이렇게도 하는구나 싶었다. 과학철학 하나만 잘 하기도 힘든데 과학사까지 잘 한다니. 외국에는 사람이 많으니 뛰어난 사람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외국에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것 이상의 함축을 가진다.
몇몇 과학철학 전공자들은 가끔 반-농담 반-진담으로 “왜 과학사 논문에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없느냐?”고 한다. 내가 과학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과학사 수업에서 다루는 논문에만 한정한다면 전공자들의 이야기가 대충은 맞는 것 같다. 적어도 과학사 수업에서 다루는 논문들은 과학철학에서 하는 논의가 실제로도 그런지 어떤지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래이(K. Brad Wray)의 2010년 논문인 “Philosophy of Science: What are the Key Journals in the Field?”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래이는 과학철학에서 핵심적인 학술지를 확인하려고 안내서(companion) 두 권과 선집(reader) 한 권에 수록된 논문들의 참고 문헌을 조사했다. 과학철학 논문에서 가장 자주 인용된 학술지는 <Philosophy of Science>, <British Journal for the Philosophy of Science>, <Journal of Philosophy>, <Synthese>, <Erkenntnis>, <Studies in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인데, 이 중에서 <Studies in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만 유일하게 과학사와 과학철학 학술지이고 나머지는 모두 철학 학술지이다. 과학사 분야의 주요 학술지인 <Isis>는 안내서 두 권과 선집 한 권에서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다.
이런 결과를 보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철학 하는 사람들은 과학사 사례를 어디서 구하나요?” 그러게나 말이다. 래이의 논문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와 관련된 다른 논문이 있을 수는 있는데 아직 못 찾았다. 머캐머의 행적으로 보아 과학철학에 필요한 과학사 연구 중 일부는 과학철학자들이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머캐머가 편집한 갈릴레오 연구서 관련 링크를 대학원생 단체카톡방에 올리면서 이렇게 글을 썼다. “메커니즘의 그 피터 머캐머가 이런 책도 편집했네요. 혹시나 동명이인인가 해서 찾아보았는데 그 머캐머 맞습니다.” 동료 대학원생이 답글을 달았다. “머캐머는 다 잘하네요.” 그 답글에 나는 짧게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 링크: The Cambridge Companion to Galileo
( www.cambridge.org/core/books/cambridge-companion-to-galileo/667AEBEAC408146DEA40C164A8AC02EE )
(2020.02.22.)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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