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4

[한국 음악] 펭수 (Pengsoo)



펭수 - 테스형! / 펭훈아 런치쇼

( www.youtube.com/watch?v=6zQ1aWr4X5c )

펭수에게 바치는 헌정 EDM 한 시간 엣헴송 리믹스 [1탄]

( www.youtube.com/watch?v=WjhW2FZJRTE )

작곡가가 작정하고 만든 펭수 엣헴송 엣헴송[2탄]

( www.youtube.com/watch?v=H4cosUxrWCc )

작곡가가 작정하고 만든 펭수 엣헴송 리믹스 [3탄]

( www.youtube.com/watch?v=bpShJTZIakI )

작곡가가 작정하고 만든 엣헴송 1, 2, 3탄 모음 (2시간 연속 재생)

( www.youtube.com/watch?v=tvwdXykEoPI )

(2020.10.23.)


소래포구를 다녀오다



지난 주 금요일에 소래포구를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소래포구 코앞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나는 협동과정 자료실 도서정리 작업에 참여했다. 도서정리 1차 작성이 월요일에 마무리되어서 정리작업 뒤풀이를 금요일 저녁에 하기로 했다. 금요일 아침에 동료 대학원생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오늘 자료모임 저녁 6시 소래포구로 오시면 된다고 합니다!!” 나는 알았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 날 나는 기숙사에서 하던 일을 마저 하고 낮잠을 잠깐 잤다가 일어나서 하던 일을 마저 하고 소래포구로 출발했다. 저녁 6시쯤 소래포구에 거의 다다랐다. 가는 도중 길을 헤매서 15분쯤 늦게 되었다. 소래포구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소래포구에 있는 가게로 곧장 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동료 대학원생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가게 주소가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답장이 왔다. 어? 주소지가 서울시 관악구로 되어 있었다. 나는 인천 소래포구 코앞까지 왔는데 가게는 관악구 낙성대동에 있었다. 횟집 이름이 <소래포구>였다.


아찔했다. 아침에 보았던 카카오톡을 다시 보았다. “오늘 자료모임 저녁 6시 소래포구로 오시면 된다고 합니다!!” 어디에도 인천이라는 말은 없었다. 상식적으로 인천에서 뒤풀이를 할 리가 없다. 학교에서 소래포구까지 승용차로 30-40분, 대중교통 수단으로 1시간 30분 이상 걸린다. 상황이 이러니 웬만한 악당이 아니고서는 소래포구에서 뒤풀이를 하자고 하지 않을 거다. 뒤풀이 장소를 잡은 선생님은 좋은 분이다. 내가 교수라고 해도 뒤풀이 장소를 그렇게 잡을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왜 나는 여기 있나? 내가 여기에 왜 왔지? 아, 내가 미쳤구나.


반대편 차선에서 버스를 갈아타려고 일단 급히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데 도로 폭이 너무 넓고 건너편 정류장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 온 곳이었다.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고 주택지도 없고 도로에는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달리는 허허벌판이었다. 일단은 길을 건너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 갔다. 내가 타고 온 버스가 승하차 하지 않는 정류장이었다. 일단 다른 버스를 탔다. 버스가 시흥시청으로 갔다. 이런 허허벌판에 시청이 있었다니. 시흥시청역에서 전철을 타고 다시 낙성대역으로 향했다. 그렇게 길 위에서 다시 두 시간이 지나갔다.


전철 안에 앉아 있으니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왜 그랬나. 어느 누구도 나를 속이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감기약 같은 것을 세게 먹은 것도 아니었다. 그 전날 잠을 덜 자기는 했지만, 사실 며칠 밤을 샌다고 해도 웬만해서는 그런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심신미약 상태도 아니었다. 누가 나에게 최면을 걸지도 않았다. 그러면 나는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판단을 한 건가. 모든 정보가 정상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나는 왜 그렇게 이상한 판단을 했나. <자금성>에서 뒤풀이를 한다고 했어도 나는 북경행 비행기를 타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부 때 학교 근처에 <달나라>라는 분식집이 있었는데, <달나라>에서 뒤풀이를 한다고 해도 NASA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소래포구>를 횟집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천 소래포구로 받아들였을까. 소래포구에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당시에 판단 능력 중 일부가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 보이스 피싱 같은 거 당할 때 이렇게 판단 능력이 마비된 상태로 통장 비밀번호를 넘겨주는 건가 싶기도 했다.


너무 황당한 일이라 이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인가 싶기도 했다. ‘전능한 악마의 기만인가? 내가 매트릭스 안에 있나? 아, 이래서 메릴린치가 그런 보고서를 썼나.’ 2016년 9월 미국의 투자사 메릴린치는 우리가 매트릭스에서 살고 있을 확률이 20-50%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왜 그런 보고서를 썼을까. 2016년 초에 주가가 폭락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전산 오류도 아니고 해킹 당한 것도 아니고 횡령이나 사기를 당한 것도 아닌데 눈 뜨고 투자 손실을 입으니, 너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서 그런 보고서를 쓰게 한 건 아니었을까.


내 후배 중에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 있다. 유부녀인 그 후배는 나를 보면 영감이 떠오른다면서 나를 “뮤즈”라고 부른다. 그 날 겪은 일은 그 후배에게 또 다른 영감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그걸 그대로 각본에 썼다가는 개연성을 밥 말아먹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일은 라디오 사연으로 보내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분명히, 상품타려고 지어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소래포구> 횟집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과 학생들은 내가 먹을 전어회를 남겨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제자 중에 저 같은 행동을 한 사람은 없었죠?” 선생님은 답했다. “나중에 내가 너를 학생으로 만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 말을 들으니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한 일은 대학원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먼 미래의 대학원 사람들이 “옛날에 낙성대 <소래포구> 횟집으로 오라고 했더니 인천 소래포구로 간 사람이 있대. 그런데 그 사람은 박사학위도 못 받았대”라고 말할 것을 생각하니 끔찍했다. 어떻게든 박사학위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19.10.24.)


2019/12/22

‘미친 몽둥이’라 불린 오르빌리우스



코난 오브라이언은 2011년 다트머스 대학 졸업식에서 이런 축사를 했다.

“자녀가 순수예술이나 철학을 전공했다면 걱정하셔도 좋습니다. 그들이 직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고대 그리스일 테니까요. 행운을 빕니다.”
(If your child majored in fine arts or philosophy, you have good reason to be worried. The only place where they are now really qualified to get a job is ancient Greece. Good luck with that degree.)

코난 오브라이언은 틀렸다. 고대 로마에서도 순수예술이나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직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들이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곳은 한 곳이 아니라 두 곳이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그리스 노예 출신의 문법학자나 수사학자들이 상류층 자녀들의 교육을 담당했다. 문법학에 대한 로마인들의 관심이 높아서, 문법학자나 수사학자들이 상당히 좋은 대접을 받았다. 많은 수입을 벌었을 뿐 아니라, 노예 출신 교사가 상류층의 자식에게 체벌을 가해도 부모들이 용인할 정도였다. 오르빌리우스는 학생들을 몽둥이로 때려서 별명이 “미친 몽둥이”(狂木)였다. 『로마의 문법학자들』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오르빌리우스의 신랄함은 학생들을 다룰 때에도 유감없이 위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예컨대 호라티우스는 그를 ‘미친 몽둥이’(狂木)이라 부른다. 아울러 도미티우스 마르수스도 다음과 같이 썼다. “누가 되었든 오르빌리우스는 몽둥이와 채찍으로 휘갈겨 큰 대(大)자로 눕혔다네.”(172-173쪽)

오르빌리우스의 별명인 “미친 몽둥이”를 오늘날 한국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번역한다면 아마 “삽자루”쯤 될 것이다.

* 참고 문헌

수에토니우스, 『로마의 문법학자들』, 안재원 주해 (한길사, 2013).

(2019.10.22.)


2019/12/21

강의 평가에 모든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는가?



강의 평가 때문에 강사들이 눈치를 보기는 보는 모양이다. 내 주변에도 대학 강사들이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강의 평가 때문에 고통받는다. 왜 고통받는가? 대충 강의하고 쉽게 돈 벌려고 했는데 학생들의 교육열이 높아서? 아니다. 학생들이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써넣어도 전부 다 강의 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평가가 강의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말은 기본적으로는 맞다. 그런데 모든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강의 평가는 강의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라고 있는 것인데 개소리가 반영되면 강의는 더 나빠진다. 어떻게 해야 개소리를 강의 평가에서 걸러낼 수 있는가? 간단하다. 일정 학점 미만을 받은 학생들의 평가를 강의 평가에 반영하지 않거나, 가중치를 매겨서 덜 반영하거나, 그들이 매기는 점수를 강의 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서술형 의견만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서술형 의견 옆에는 그 학생이 받은 학점이 병기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의견은 다들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견들의 가치가 동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A+ 받은 학생의 의견과 C+ 받은 학생의 평가가 동등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두 학생의 평가가 동등한 취급을 받는 것이 더 이상하다. 물론, C+ 학생이 수업에 관한 좋은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그러한 의견은 서술형 의견으로 반영하면 되지, 굳이 정량 평가에서 그 학생의 평가를 반영할 필요가 없다.

누구나 의견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런 의견이 모두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다 큰 어른 중에도 그런 의견들을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 물리학을 쥐뿔도 모르는 내가 <한국물리학회> 같은 데서 하는 학술대회에 가서 나도 의견이 있다면서 “물리학자들아, 왜 내 의견 무시하냐?”고 하면 안 되지 않을까?

내가 20대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안 좋은 의견을 밝힌다고 하자. 그러면 그들이 나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저 아저씨도 나름대로 의견을 가졌으니, 아저씨의 의견과 우리의 의견을 동등하게 취급하자고 생각할까? “아저씨가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해요?”라고 항의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뭘 안다고”이다. 뭘 아는 사람의 의견은 뭘 모르는 사람의 의견보다 존중받아야 한다.

A+ 받은 학생은 C+ 받은 학생보다 그 수업에 대해서는 뭘 아는 학생이다. 그러니 C+ 받은 학생의 평가에 낮은 가중치를 부여해서 A+ 받은 학생의 의견 표명에 노이즈가 안 끼게 하는 것이 수업에 그나마 악영향을 덜 미칠 것이다.

* 뱀발: 내가 위와 같은 의견을 밝히면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니까 자유한국당 지지자라는 오해를 받는 거예요.” 어쩌면, 사람들이 보수/진보를 판단할 때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이나 지지 정당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태도를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2019.10.21.)


준스톤 강남센터를 다녀오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야 한다고 했던가? 준스톤 강남센터(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선거사무소)를 다녀왔다. ​ ​ ​ ​ ​ ​ ​ 준스톤 강남센터에 들르기 위해 강남에 간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러 강남역에 갔다가 우연히 준스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