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를 했다. 모두들 절을 하고 나서 할아버지들이 비석을 보며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다. 한 할아버지는 비석을 가리키며 “이거 100년은 넘었을 걸?”이라고 말씀하셨다.
비석 뒷면을 보았다. “개국 539년”이라고 써있었다. 조선 개국이 1392년이니 그 비석은 1931년에 만든 것이다. 내가 이 사실을 말하자 몇몇 할아버지들이 동요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알아차린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쇼와 몇 년 이렇게는 안 썼네요. 일제시대인데도 조선 개국을 기준으로 했어요.”
할아버지들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한 할아버지는 “아유, 그때 왜놈들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어 그래. 내가 쇼와 11년생이야”라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들이 비석 앞면에 “통정대부”라고 쓰인 글자를 가리키며 “통정대부가 뭐지?”라고 할 때, 나는 차마 “그거 나라에 돈 주고 벼슬을 샀다는 겁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100년 전 나의 조상은 나와 달리 부자였다.
(201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