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하는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에 ‘유비빔’이라는 분이 나왔다고 한다. 해당 방송을 본 건 아니고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짤막한 영상을 보았는데, 그 영상을 보고 유비빔씨가 운영하는 <비빔소리>라는 음식점에 가고 싶어졌다. 예전에도 유비빔씨는 <세상에 이런 일이>나 <화성인 바이러스> 같은 프로그램에 여러 번 나왔는데, 그런 방송을 보았을 때는 딱히 그 가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흑백요리사>에서 백종원이 비빔밥 시식하기 전에 “비비비-빔” 하는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을 보니 저 가게에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비빔밥 하나 먹으러 전주까지 가려니 너무 멀고, 전주 가서 딱히 할 일도 없고, 전주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다른 일로 엮어서 갈 일이 없나 생각해 보니, 하나 떠오르는 게 있었다. 한국과학철학회 행사다. 전북대에서 가끔 정기학술대회 같은 행사를 하니까 그 때 전주에 갔다가 <비빔소리>에서 식사하면 되겠다.
혼자 가거나 몇몇이 가면 별다른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학회 참석한 사람들을 다 데리고 간다면 어떨까? 유비빔씨가 출연한 여러 방송에 따르면, 유비빔씨는 만물의 원리가 비빔이라고 믿는 사람으로, 2002년에 한국이 월드컵 4강을 한 것도 사람들이 비벼져서 그렇다고 주장하고 미닫이문도 비빔문이라고 하며, 본인 이름도 ‘유비빔’으로 개명했고 아들을 설득하여 이름을 ‘유융합’으로 개명했다고 한다.(딸 이름은 ‘유퓨전’으로 개명하려고 했는데 이건 실패했다고 한다.) 그러한 유비빔씨 앞에서 누군가가 우리 보고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을 때 학회장님이 “과학철학 하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답하고 이에 과학철학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과학하고 철학을 비비는 것이지요”라고 답한다면, 그 가게 사장님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 때 학회원들이 모두 “비비비 비 비비빔 비비비 빔” 하며 합창한다면?
그렇게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잘 받았다고 해보자. 그러면 한국과학사학회에도 알려준다. 전북대에서 한국과학사학회 학술대회를 하고 나서 <비빔소리>로 가서 “저희는 과학과 역사를 비볐습니다”라고 하고 또 학회원들이 모두 “비비비 비비빔 비 비비비 빔” 하며 합창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 또 한국과학기술학회에도 알려준다. 나중에 과학정책 하는 사람들이 <비빔소리> 찾아갈 때쯤에는 유비빔씨가 먼저 “아, 이번에는 과학하고 정책을 비비는 분들이 오셨구나?”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202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