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6

정치인에 대한 사랑



대학원 선배가 하는 글쓰기 수업에서 조교 일을 하게 되었다. 어제는 선배, 나, 학부생 튜터, 이렇게 셋이 저녁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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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선배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선배는 평생 민주당을 지지해왔는데 어떻게 민주당 당 대표가 이재명일 수 있냐며 개탄했다. 왜 사람들이 이재명을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가족 중에도 이재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또 왜 사람들이 조국을 지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여기서 핵심어는 ‘합리성’이었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런 게 사랑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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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정말로 지능이 낮아서 이상한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한 정치인을 편들어주려니 지능이 낮아 보이는 언행을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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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상위권 학생이 수능 문제를 다 맞추고 딱 한 개 틀리게 생겼는데 이왕이면 수능 만점을 받고 싶어서 부정 행위를 했다고 해보자. 그 학생의 점수는 한 문제 틀린 것만큼만 감점해야 하는가, 부정 행위를 했으니 0점 처리를 해야 하는가? 0점 처리해야 한다. 아무리 불수능이어서 수능 만점이든 한 문제 틀린 것이든 대학 입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0점 처리하는 것이 맞다. 이 경우 0점 처리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한 사람이 내 자식이라고 해보자. 아무리 냉혈한이라도 한 번만 봐달라고 할 것이다.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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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그런 짓을 조국 교수 일가가 했다고 해보자. 왜 사람들은 조국 교수 자녀 입시 비리를 덮어주고 싶어 하는가? 해당 사실을 부정하던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이 있었음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되자 입시 비리는 있었지만 입시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며 옹호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조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를 사랑하니 조국 자녀의 입시 비리가 내 자식의 일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생판 남의 자식이 입시 비리를 저지른 것을 왜 감싸고 염병들을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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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깡패이고 양아치이고 죽일 놈이어도 부모는 자기 자식이 원래 착한 애인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그런다고 말한다. 그 놈의 자식 때문에 그 놈 친구들 인생이 망한 것이겠지만 부모는 그렇게 말한다. 어떤 경우는 하도 명백히 깡패여서 부모도 자식이 깡패인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경찰에 안 잡히기를 바란다. 우리 어머니도 이재명이 감옥에 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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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듣던 학부생 튜터는 대학원 선배에게 이렇게 말했다. “조교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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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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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지지율이 망했을 때 정치인들이 유권자 앞에서 큰절하는 것도 그렇게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내가 아직 결혼해 본 적이 없어서 부부 생활 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잘못 했을 때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서 다른 배우자 앞에서 (아무 법적 효력도 없는) 각서를 쓰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각서는 요식 행위이고 어차피 다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정당 지지율이 망했을 때 유권자들 앞에서 (아무 정치적 내용 없는) 큰절을 하는 것이 그런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아마 똑같을 것이다. 지지자들은 이미 속으로는 다 용서했는데 용서했다고 밝힐 구실이 필요하다. 그 구실을 만들어주는 것이 큰절이다. 이게 사랑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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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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