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소개팅을 한다. 처음 하는 소개팅이다.
주선자는 연구실에서 내 옆자리에 앉는 동료 대학원생이다. 주선자는 지난 학기 자신의 친언니를 나에게 소개시켜주려고 했는데, 나에게 지난 학기는 망해가던 학기였고 그래서 내가 소개팅을 두 번 미루었는데 그 사이에 주선자의 친언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그냥 뭐 그런가보다 이런 일이 나한테 한두 번이냐’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번 학기에 동료 대학원생이 또 소개팅을 주선했다. 이번에는 친언니의 직장 동료다. 자세한 정보는 모르고 다만, 팔다리가 길고 피부가 약간 검은, 러문과 출신의 공무원이라고만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응원형]
“화이팅, 잘 하세요!”, “잘 될 거예요!”
[조언형]
“부담 가지지 말고 친구를 만들러 나간다고 생각하세요.” (한 번도 소개팅에 나가 본 적이 없는 대학원생)
“부담 가지고 나가. 이건 너한테 천재일우의 기회다.”
[주의-경고형]
“소개팅 나가서 이상한 이야기 하지 말아요!”
“옷 그렇게 입고 나가면 여자가 도망가요!”
“선배는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말도 너무 많아요. 소개팅 나가서 그러면 안 돼요!”
“형, 꼭 모자 쓰고 나가.”
[감탄형]
“와!”, “우와!”, “오!”
[음모론자]
“주선자분이 언니하고 사이가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주선자가 너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
[관람형]
“소개팅 구경 가도 돼요? 와, 정말 재미있겠다!”
“◯일 ◯시 ◯◯◯◯에서 하면 박◯◯◯ 언니랑 같이 구경 가도 돼요?”
[생계형]
“공무원? 와, 그 소개팅 내가 하고 싶다.” (여자친구가 있는 대학원생)
(201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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