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4

어느 철학과의 기말고사 문제



학부 <언어철학> 기말고사 문제를 읽다가 울 뻔했다. 다음은 2011년 <언어철학> 기말고사 스터디 문제(1부) 문제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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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오스틴(Austin)의 저서 <How to Do Things with Words>에 따르면 우리는 하나의 발화를 통해 동시에 다양한 언화행위(speech acts)들을 수행할 수 있다. 아래의 가상적 상황에서 철수가 자신의 발화를 통해 어떠한 언화행위들을 수행하였고 왜 그 행위들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는지 논하시오.


12월 어느 날의 저녁이었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언어철학 기말고사를 마친 철수는 영희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기말고사는 어려웠다. 철수는 네 문제 중 한 문제에 대해서만 제대로 답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건만...’


철수는 허탈감을 느꼈다. 우울하기도 하였다.


‘나는 철학적 재능이 없는 것일까. 평생 동안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한편 영희 또한 우울함에 빠져 있었다. 그는 철수를 좋아했다. 철수도 영희를 좋아했다. 그러나 철수는 영희보다 철학 공부를 더 좋아하는 듯 했다. 심지어 그는 영희에게 철학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말을 한 적도 있었다. 오늘 저녁은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두 사람만의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철수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뿐, 영희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철수에게 나는 무엇일까.’


영희는 생각했다.


‘이런 기분 정말 싫어.’


철수와 영희는 말없이 20분 정도를 걸었다. 앞에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가 보였다. 두 사람은 횡단보도 앞에 멈추었다. 철수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지나가는 차들을 보았다. 신호등의 불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철수가 고개를 돌려 영희에게 말했다.


“나, 앞으로 다시는 철학 공부 하지 않을 거야.”


영희는 놀라고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철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201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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