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8

일본의 동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가



과학철학 저널클럽 회식을 하던 중, 어떤 대학원생이 일본에는 동인지인지 팬픽인지가 많다면서 일본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미소녀인 작품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영화 <서울의 봄>도 주인공을 여성으로 했다면 남성 서사가 어쩌네 하는 평론이 안 나왔겠네’ 하고 생각했다.

그 대학원생에 따르면, 일본에는 박정희가 미소녀인 작품도 있다고 한다. 그 한 마디가 내 상상력에 방아쇠를 당겼다. 박정희가 미소녀이고, 차지철이 근육질의 마초이고, 김재규가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해보자. 세 명의 삼각관계가 진행되다가 차지철이 선을 넘으니까 참지 못한 김재규가 차지철을 쏜 다음 “갖지 못할 바에는 없애버리겠어!”라고 하면서 박정희를 쏜다고 한다면 어떨까? 한 마디를 듣자마자 내가 이런 발상을 하니, 주변 대학원생들이 순발력이 좋다,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대학원생이 박정희 미소녀물에서 그치지 않고 김무성-문재인 연애물도 있다고 말했다. 이 쯤 되니 정말로 그런 게 있나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러든 말든 이 또한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건 소설보다는 웹툰으로 그리는 게 좋을 것이다. 둘이 공항 게이트에서 다정하게 나오는데, 김무성이 상남자답게 “어흠-!” 하고 헛기침하면서 옆을 보지도 않고 여행가방을 수행원에게 패스하고 문재인은 특유의 말똥말똥한 눈망울이 빛나며 김무성을 보며 미소를 짓는, 그런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역시나 주변 대학원생들은 나보고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무성-문재인 연애물에서 나의 상상력이 멈추었다면 좋겠지만, 정신적인 것에도 관성 비슷한 게 있어서 일단 한 번 작동하기 시작하면 멈추려고 해도 제동에 약간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윤석열과 한동훈을 주인공으로 하는 팬픽은 어떨까? 극우 노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필 수 있지 않을까? 가령 이런 식이다.

“지검장님, 그건...”

윤석열이 술에 취한 듯 촉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훈아, 우리끼리 있을 때는 형이라고 불러.”

나는 이렇게 딱 세 줄만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밥을 넘기지 못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미소녀물로 이야기를 꺼냈던 대학원생이 말했다.

“밥 먹는데 그런 이야기는 좀....”

“나는 딱 세 줄밖에 말 안 했는데...”

“그래도 좀 밥 먹을 때는 아닌 것 같아요.”

하여간 동료 대학원생들이 모두 나에게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나도 안다. 알지만 아직 지도교수가 나를 버리지 않았으므로 나 또한 누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지도교수가 나를 버리고, 학계가 나를 버린다면,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세상을 약간 더럽혀야 할지도 모르겠다. 웬만하면 지도교수님께 학위를 받고 학계에 머무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4.01.18.)


2024/03/16

개비온 작업장을 놀이터 삼은 연동이



내가 집에 있으면 하루종일 연동이가 나를 따라다닌다. 개비온을 추가로 만드는 작업을 할 때도 내 주위를 돌면서 나하고 놀려고 한다. 연동이가 다칠까봐 쫓아내지만 연동이는 작업하는 곳 근처를 떠나지 않는다. 하릅 고양이가 뭐가 위험한지 알겠는가? 결국 사람인 내가 일을 살살하고 있다.

(2024.01.16.)


2024/03/15

[외국 가요] 트위스티드 시스터 (Twisted Sister)



Twisted Sister - We’re Not Gonna Take it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배경음악]

( www.youtube.com/watch?v=cTC1TEVo3Aw )

(2024.03.15.)


시골 할머니들이 만든 음식을 먹다가



시골 할머니들이 한 음식이 다 맛있는 것은 아니다. 놀랍도록 음식을 못 하는 할머니들도 가끔씩 있다. 음식을 먹다가 나도 모르게 ‘이렇게 음식을 하면 며느리가 아니라 아들도 싫어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시어머니가 싸준 음식을 며느리가 버렸다고 해서 무조건 며느리를 욕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고부간에 관한 이야기 중에 시어머니가 명절에 온 며느리한테 두 손 가득 음식을 바리바리 싸주었고 며느리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그 음식을 죄다 버렸는데 그 음식 보따리 속에 100만 원이 들어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이니 20-30년 전부터 돌던 이야기일 것이다. 그 시절의 사람들은 (실제인지 가상인지도 모를) 그 며느리를 욕하느라 며느리가 왜 음식을 버렸는지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며느리 말도 들어보았어야 했다.

시골이라고 하면 마치 본연의 맛 같은 것을 보존하고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몇몇 극소수의 종가는 그럴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시골 사람들은 그렇게 살 수 없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장시간 육체 노동을 하기 때문에 요리 같은 데 시간을 많이 쏟을 수가 없다. 밖에서 일하느라 기진맥진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잘 만들어봐야 얼마나 정성껏 잘 만들겠는가? 여차하면 조미료를 넣고, 맛이 없다 싶으면 설탕을 넣는다. MSG 같은 것은 일제 시대부터 사용했고, 박정희 때는 새참으로 설탕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환경적인 요소와 별개로, 태어날 때부터 맛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간을 더 못 맞추면서 음식을 더 맛없게 만든다.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버렸다는 이야기가 실제 사건이라고 해도, 그것이 단순히 세대 간의 식문화의 차이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시어머니가 못 먹을 음식을 그것도 많이 만들어서 며느리에게 쥐어주었던 것은 아닐까? 시어머니가 초밥 장인이라고 해보자. 초밥 세트를 버릴까? 시댁이 횡성에서 한우 농장을 크게 해서 시댁에 다녀올 때마다 한우 세트를 받아온다고 해보자. “한우도 너무 자주 먹으니까 질리네”라고 하며 한우 세트를 버릴까? 며느리들 중에는 시어머니가 김장을 해준다며 동료 여직원들에게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이렇게 본다면, 어머니가 음식을 잘 못하는 데도 단지 어머니가 해준 음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이 과연 효도인지, 그런 아들이 과연 효자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하얀 거짓말이 일시적으로 어머니의 기분을 좋게 할 수는 있겠으나, 하얀 거짓말에 기반한 효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아들이 결혼하기 전에 자기 어머니에게 어머니의 요리 솜씨에 일종의 결함이 있음을 미리 알려주었다면, 적어도 음식이 고부 갈등의 불씨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머니가 원래는 아들이 자기 음식을 잘 먹었는데 며느리가 들어온 다음부터 자기가 해준 음식을 안 먹는다고 착각하지 않도록 아들이 자신의 의사를 가정 내에서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 경우도, 시어머니들이 며느리가 집안에 잘 들어왔어야 한다고 타박하기 전에 애초에 아들을 잘 낳든지 잘 키웠어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2024.01.15.)


[외국 가요]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Billie Holiday - I’m a fool to want you ( www.youtube.com/watch?v=qA4BXkF8Dfo ) ​ Billie Holiday - Blue Moon ( www.youtube.com/watch?v=y4b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