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 (2012), 「허구적 대상에 대한 추상적 실재론 연구: 밀주의에 기반한 혼합논제를 중심으로」, 서울대 철학과 박사학위논문.]
(2021.03.29.)
이종희 (2012), 「허구적 대상에 대한 추상적 실재론 연구: 밀주의에 기반한 혼합논제를 중심으로」, 서울대 철학과 박사학위논문.]
(2021.03.29.)
과에서 학생 소모임을 지원한다고 해서 나도 소모임을 만들어보았다. 이름은 <경제사 및 경제철학 학술모임>이다. 내가 맨 처음에 지은 가칭은 <경제사・경제학사・경제철학・경제정책 모임>이었고, 이후에 구성원들끼리 합의하여 <경제사 및 경제철학 협동모임>이라고 이름을 정했는데, 심사 과정에서 <경제사 및 경제철학 학술모임>이라고 바뀌었다. <경제사 및 경제철학 협동모임>이라는 것 자체가 과학학과의 전신인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을 연상하게 하는 이름이라, <협동모임>을 <학술모임>으로 바꾼 것은 적당히 까불라는 일종의 메시지인 것 같았다. 적당한 선에서 까불기로 했다.
사실, 내가 원래 소모임을 결성하기로 할 때 절반쯤은 약탈적 소모임을 만들 생각이었다. 약탈적 학술지도 있는데 약탈적 소모임은 왜 안 되겠는가? 어차피 지원 금액이 소액이라 약탈해도 된다. 그런데 활동 계획 등을 다듬을수록 멀쩡한 소모임에 가까워졌다. 일단 계획서에 적은 활동 계획에는 (1) 경제학과 접점이 있는 연구 내용 또는 연구 자료 소개 (2) 경제학 연습 문제 풀이 (3) R 또는 파이썬 실습 (4) 기타 친목으로 구성된다. 원래 소모임 결성의 목표는 (4)였으나 (1)-(3)이 추가되었다. 역사를 보면 해적이 해군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내가 과학학과에서 경제학을 접점으로 하는 소모임을 만들겠다고 할 때 아무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정말로 소모임 결성의 최소 인원인 네 명을 모으자 사람들이 다들 약간씩 신기해했다. 그게 안 될 줄 알았나 보다. 과학학과 대학원생은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다. 인문대 출신이 약간 있고, 사회과학 쪽 출신은 매우 드물다. 과학정책 전공자들도 대부분은 이공계 출신이다. 여기서 어떻게 경제학을 접점으로 소모임을 만드냐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게 왜 안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내가 볼 때 충분히 가능한데.
이 과정에서 내가 한 가지 알게 된 점이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면서 느끼는 약간의 보람이나 기쁨의 정체가 일에 대한 성취감이라기보다는 남을 놀래킬 때의 기쁨에 가까운 것 같다는 것이다. 내가 마흔 코앞까지 오면서 이룬 성취라고는 석사학위 취득 말고는 거의 없다시피 하니, 사실상 성취감을 느낄 구석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어떤 일을 해냈을 때 약간의 기쁨이 있었던 것 같은데, 돌이켜 보면 그 중 상당 부분은 사람들의 기대나 예상과 어긋났다는 점과 관련되었던 것 같다. “이게 돼?”라는 반응이 “이게 되네?”라고 바뀌는 것이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다.
소모임 결성만 봐도 그렇다. 나를 포함해서 네 명 모으는 게 뭐가 어려운 일인가? 나는 대충 어떤 식으로 어떤 사람들을 모을지 대충 생각해두었기 때문에 소모임 결성이 그렇게 극적인 성공도 아니었다. 또한, 지원금이 푼돈이라서 경제적 이득도 미미하다. 이까짓 일에서 무슨 성취감을 느낄 것인가? 즐거움의 원천은 자신의 예상과 빗나간 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만일 사람들이 당연히 소모임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면 소모임 결성으로 인한 재미나 즐거움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이는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을 할 때 지속가능하게 즐거움을 느끼려면, 사람들의 기대나 예측과 어긋날 정도로는 어렵지만 어렵지 않게 달성할 정도로 쉬운 일에 도전하면 될 것이다. 정말로 어려운 일에 도전할 경우, 실패하면 크게 실패해서 망할 수 있고(망하면 재미가 없다), 성공하더라도 투입하는 비용이나 노력이 너무 커서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일찍이 본 적이 없어서 안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그리 큰 노력이 들지 않는 일에 계속 도전하는, 그런 얄팍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2023.03.21.)
Beck -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s [영화 <이터널 선샤인> 배경음악]
( www.youtube.com/watch?v=ppzoBclWpaA )
(2023.05.11.)
사람들이 상상하는 현자나 책사 같은 건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공명이나 야사로 정조가 세손 시절일 때의 홍국영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전쟁터에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출전하는 사령관에게 비단 주머니를 주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치더라도, 영조가 『자치통감강목』 넷째 권을 가져오라고 했을 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종이로 붙여서 전해주는 것은 있을 법하지 않을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아마 대부분의 경우라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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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를 만나고 온 세손 정조가 씩씩거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다. “누구야? 누가 내 책에 이랬어? 누가 남의 책에 풀로 종이를 붙여? 어?”
홍국영이 쭈뼛쭈뼛 나서며 자기가 했다고 하고, 왜 그런 짓을 했냐는 물음에 그 책에 영조가 문제 삼을 구절이 있어서 가렸다고 답한다. 그러면 정조는 더 화를 냈을 것이다. “미친 놈이네, 이거? 우리 할아버지가 주원장이냐? 어? 이거 우리 할아버지가 정신병자라는 거잖아? 어?”
당황한 홍국영이 묻는다. “그러면 전하께서는 왜 그 책을 가져오라고 하셨답니까?”
정조는 황당해서 헛웃음을 짓는다. “내가 요새 『강목』 읽는다고 하니까 얼마나 열심히 읽었나 확인해본다고 책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책을 그 모양으로 만들어놓으니까 상황이 더 이상해지잖아? 책은 그냥 읽는 거지 그걸 왜 종이로 가려놓고 안 읽어? 어? 너는 책을 그렇게 읽냐? 어? 내가 너 때문에 이상한 의심이나 받았잖아? 어?”
(2023.03.15.)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