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칼협’이라는 단어는 곱씹어볼수록 웃기다.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하더냐?”의 줄임말이 ‘누칼협’이라고 한다. 그런데 누가 요즈음 세상에 칼을 들고 협박하나? 영화 <대부>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데, 누가 칼 들고 협박하더냐고 묻다니 도대체 얼마나 애송이 같은 발상인가? 그렇게 따지면 권고사직은 회사에서 “직원님, 제발 퇴사 해주시면 안 될까요?”하고 공손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인가?
‘누칼협’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그럴듯하려면 “누가 요즈음 세상에 칼 들고 협박하나?”의 줄임말이어야 할 것이다. 대충 이런 장면을 상상해보자. 폭력배로 시작했으나 기업형 조직을 만든 조직 보스가 명품 양복을 빼입고 널찍한 사무실에서 기업 법무팀에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고 씩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누가 요즈음 세상에 칼 들고 협박하나? 누칼협, 응?” 이렇게 말하면, 담당 변호사는 “그 말이 그게 아닌데요”라고는 말 못하고, “맞습니다, 회장님”이라고 답할 것이다. 회장이 칼을 들고 협박한 게 아니더라도 담당 변호사는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