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감나무에 올랐다. 감을 따면서 감나무를 조금씩 잘랐어야 했는데 몇 년 동안 손을 안 댔더니 나무가 너무 많이 자랐다. 집에 위협이 될 정도로 자란 것은 아니지만 장대로 감을 딸 수 없을 정도로 자랐으므로 나무의 크기를 줄여야 했다. 그렇게 주말 동안 감나무 두 그루를 정리했다.
나무 위에서 한참 동안 가지를 잘라내고 나무에서 내려와서 보니, 화천이와 새끼가 감나무 옆에 있는 장독대에서 자고 있었다. 나를 따라서 감나무 근처까지 왔던 모양인데, 나무 위에서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리니까 나무 위로는 올라오지 못하고 자기한테 피해가 안 올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가 잠이 든 모양이었다. 사람이 나무 위로 올라갔으면 떨어질까봐 걱정해야 하는데, 화천이와 새끼는 내가 자기들처럼 그냥 나무에 쉽게 올라간 줄 알았을 것이다.
(202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