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5

[강의계획서] 철학자와 그의 시대 (한성일, 2019년 2학기)



- 수업명: <철학자와 그의 시대>

- 2019년 2학기

- 서울대 철학과 교양수업

- 담당교수: 한성일

■ 개요

이 강의는 아일랜드 출생의 20세기 영국 철학자 앨리자베스 앤스컴(Elizabeth Anscombe)의 철학을, 그가 처한 시대의 지적 풍토와의 관계 속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7세기 데카르트가 설정해 놓은 이원론적 세계관은 (최소한 영미 철학의 전통의 경우) 20세기 들어서 폐기된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그 세계관이 전제하는 형이상학적 틀은 흄적 경험주의 혹은 물리적 환원주의의 변형을 거쳐 앤스컴의 시기에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철학의 여러 분야에 유산으로 남아 있었다. 앤스컴의 철학은 이러한 근대의 형이상학적 유산에 대한 전면적이고 통찰력 있는 비판을 통해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이 강의에서 우리는 인간 행위에 대해 깊은 철학적 고찰을 하고 있는 앤스컴의 고전 Intention (1957)을 중심으로 앤스컴의 행위철학에 대한 분석적 이해를 도모하고, 그를 바탕으로 현재의 철학 및 도덕에 관한 지반을 반성적으로 점검한다. 강의 진행은 주로 Intention을 부분적으로 발췌하여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논증을 재구성하고, 논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토론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나, 그와 더불어 현대 행위철학 및 윤리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관련 쟁점들도 함께 검토할 것이다.

■ 교재

주 교재는 아래의 [1]과 [2]이다. [1]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지 않다. 우리는 [1]에 대한 훌륭한 해설서로 최근 출간된 [2]의 도움을 얻을 것이다. (근대의 형이상학적 유산에 대한 앤스컴의 비판적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3], [4]를, 윤리적 쟁점에 대한 앤스컴의 논의를 위해 [5], [6], [7], [8], [9]를 참조할 것이다. 그 이외 관련 논의를 다루고 있는 다른 철학자들의 논문도 다룰 수 있다.)

[1] Anscombe, G. E. M. (1957/2000), Inten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2] Wiseman, R. (2016), Routledge Philosophy Guidebook to Anscombe’s Intention (Routledge).

[3] Anscombe, G. E. M. (1971), ‘Causation and Determination’.

[4] Anscombe, G. E. M. (1974), ‘The First Person’.

[5] Anscombe, G. E. M. (1958), ‘Modern Moral Philosophy’.

[6] Anscombe, G. E. M. (1957), ‘Does Oxford Moral Philosophy Corrupt the Youth?’.

[7] Anscombe, G. E. M. (1958), ‘Mr. Truman’s Degree’.

[8] Anscombe, G. E. M. (1961), ‘War and Murder’.

[9] Anscombe, G. E. M. (1982), ‘Action, Intention, and ‘Double Effect’’.

■ 성적 평가 방법

(1) 출석 (10%)

(2) 중간시험 (30%)

(3) 기말시험 (30%)

(4) 과제 (30%): 아래 한글 10 포인트 줄 간격 200% 기준으로 A4 용지 3-4매

<참고사항>

• 본 강의에서는 모든 수강생이 철학적 용어 및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고 가정할 것이므로 관련 배경지식 및 수강경험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필수로 요구되지 않는다.

• 중간시험, 기말시험, 기말과제 중 하나라도 미응시 혹은 미제출이 있을 경우 부여받을 수 있는 최종성적에 대한 기준은 별도로 적용된다. 따라서, 더 나은 최종성적을 위해서는, 예를 들어, 0점을 얻더라도 시험에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 부여된 성적에 대해 의문이 있는 수강생은 담당교수에게 정당하게 성적 산출에 대한 근거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성적 산출에 대한 근거에 대한 문의 이외에, 부여된 성적에 대한 문의 및 면담은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성적 산출 근거에 대한 문의 이외에 부여된 성적을 높이거나 혹은 낮추는 것과 관련한 문의는 허용하지 않는다.)

■ 주요 날짜

• 09/02 (월) - 강의소개

• 10/21 (월) - 중간시험

• 12/04 (수) - 과제제출마감

• 12/11 (수) - 기말시험

■ 대략의 강의 내용

1. 앤스컴의 시대, 그리고 그의 철학적 동기

• 트루먼에 대한 옥스포드 명예 학위 수여에 대해 앤스컴은 왜 반대했는가? [Anscombe 1958, ‘Mr. Truman’s Degree’; Anscombe 1961, ‘War and Murder’]

• 앤스컴은 왜 그의 시대가 암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도덕관에 대해 비판적인가? [Anscombe 1957, ‘Does Oxford Moral Philosophy Corrupt the Youth?’; Anscombe 1958, ‘Modern Moral Philosophy’]

• 인간 행위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냉소적?) 물음과 데카르트로부터의 유산: “What is left over if I subtract the fact that my arm goes up from the fact that I raise my arm?” (Wittgenstein 1953, Philosophical Investigation, §621.)

• 인간 행위 설명에 대한 논리경험주의적 이해. [C. G. Hempel 1942, ‘The Function of General Laws in History’.]

2. 앤스컴의 Intention에 대한 분석적 이해

§1. ‘우리는 의도 개념의 성격에 대해 별반 아는 바가 없다’

• 의도 개념에 대해 우리가 밝혀 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비트겐슈타인적 전회.

§§2-4 /§§50-52. 미래 의도의 표현

• 의도를 표현하는 것과 예측을 제시하는 것의 구분

• 미래 의도는 현재 정신 상태로 이해될 수 있는가?

§§4-21. 의도적 행위

• ‘행위자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행위를 하는지 관찰없이 안다’: 행위를 관찰없이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 인간 행위자의 모든 행위는 인간적(human) 행위인가?

• 비자발적 운동(involuntary movement)과 비자발적 행위(involuntary action)

• 의도적 행위를 비자발적 행위가 아닌 행위로 정의할 수 있는가?

• 행위의 원인과 행위의 이유

• 심적 인과를 관찰없이 알 수 있는가?

• 행위의 이유를 제시하는 것에 해당하는 경우들

§§22-49. 행위시 가지는 의도 / 의도 개념

• 행위시 가지는 의도는 그 행위의 ‘추가적’ 의도 및 미래 의도와 독립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가?

• 미래 의도: Y 하기 위해 X 하기

• 추가적 의도: X 함에 있어 Y하기

• 이중 효과의 ‘남용’을 어떻게 차단할 수 있는가?

• 실천 추론: 실천 추론의 결론은 명제인가? 실천 추론의 전제들은 결론을 필연화하는가?

• 원함 혹은 욕구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적 이해

• 행위와 형상(인과?)

3. 추가적 논의

• 범주적 물음: 행위는 사건인가?

• 행위 인과: 행위자 인과와 사건 인과

• 인과관계에 대한 앤스컴의 견해 [Anscombe 1971, ‘Causation and Determination’]

• 현대 행위 철학의 표준 견해와 그에 대한 앤스컴적 비판 [Davidson 1963, ‘Actions, Reasons, and Causes’; Davidson 1971, ‘Agency’]

• 데카르트적 유산에 대한 앤스컴의 비판 [Anscombe, ‘The First Person’]

(2020.01.20.)


2020/01/03

현지화가 빠른 외국인 대학원생들



동료 대학원생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옆 자리 외국인 대학원생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두 사람의 공통 언어가 한국어라서 그런지 외국인 둘이서 한국어로 대화를 했는데, 한국어를 꽤나 유창하게 구사했다고 한다. 동료 대학원생은 아마도 외국인 대학원생들이 공대생들인 것 같다고 했다. 그들이 어떤 대화를 했길래 그렇게 추정했는가. 그들 중 한 명이 유창한 한국어로 “아, 대학원 괜히 왔어. 현기차나 계속 다닐 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외국인 대학원생들 중에 현지화가 빠른 학생들이 있다.



(2019.11.03.)


2020/01/02

[한문] 천자문 (12/14)

  
 
  
  
99. 耽讀翫市 寓目囊箱

저자[의 서점]에서 글 읽기를 즐기니, 눈에 스쳐도 주머니나 상자에 넣듯이 했다.

* 이 구절은 후한 시대 왕충이 글 읽기를 좋아했지만 집이 가난하여 책 살 돈이 없어서 낙양 저자에 있는 책방에 가서 진열된 책을 읽었다는 고사를 다시 쓴 것.

耽(즐길 탐)  讀(읽을 독)  翫(가지고 놀 완)  市(저자 시)
寓(붙일 우)  目(눈 목)  囊(주머니 낭)  箱(상자 상)


100. 易輶攸畏 屬耳垣牆

[언행을] 쉽고 가볍게 하는 것은 두려워해야 하니, 담장에도 귀가 붙어 있어서다.

* 이 구절은 『시경』 「소반」편의 “군자는 말을 가벼이 여기지 않나니, 담에도 귀가 붙어 있기 때문이네”(君子無易由言 耳屬于垣)”를 다시 쓴 것.

易(쉬울 이)  輶(가벼울 유)  攸(바 유)  畏(두려워할 외)
屬(붙을 속)  耳(귀 이)  垣(담 원)  牆(담 장)


101. 具膳飱飯 適口充腸

반찬을 갖추어 밥을 먹고, 입에 맞추어 배를 채운다.

具(갖출 구)  膳(반찬 선)  飱(밥 손)  飯(밥 반)
適(맞을 적)  口(입 구)  充(채울 충)  腸(창자 장)


102. 飽飫烹宰 饑厭糟糠

배부르면 고기도 물리고, 배고프면 술지게미와 겨를 물리도록 먹는다.

- 饑厭糟糠: “안연은 가난해서 술지게미와 쌀겨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었다”는 『사기』의 기록을 고쳐 쓴 것.

飽(배부를 포)  飫(실컷 먹을 어)  烹(삶을 팽)  宰(재상 재)
饑(주릴 기)  厭(싫을 염)  糟(술지게미 조)  糠(겨 강)


103. 親戚故舊 老少異糧

친척과 오랜 친구를 대접할 때, 나이에 따라 음식을 달리한다.

親(친할 친)  戚(겨레 척)  故(연고 고)  舊(옛 구)
老(늙을 로)  少(젊을 소)  異(다를 이)  糧(양식 량)


104. 妾御績紡 侍巾帷房

부인과 첩들은 길쌈을 하고, 장막을 친 방에서 수건을 들고 시중을 든다.

* 이 구절은 『예기』 「내칙(內則)」편에 있는 ‘부부간의 예(夫婦之禮)’에 대한 내용을 요약한 것.

妾(첩 첩)  御(모실 어)  績(길쌈 적)  紡(길쌈 방)
侍(모실 시)  巾(수건 건)  帷(장막 유)  房(방 방)


105. 紈扇圓潔 銀燭煒煌

흰 깁 부채(환선)는 둥글고 깨끗하며, 은빛 촛불(은촉)은 불을 밝힌다.

紈(흰 깁 환)  扇(부채 선)  圓(둥글 원)  潔(깨끗할 결)
銀(은 은)  燭(촛불 촉)  煒(빛날 위)  煌(빛날 황)


106. 晝眠夕寐 藍筍象牀

낮잠을 자거나 저녁에 잘 때, 대나무 침상과 상아로 장식한 침상이 있다

晝(낮 주)  眠(졸 면)  夕(저녁 석)  寐(잘 매)
藍(쪽 람)  筍(댓순 순)  象(코끼리 상)  牀(평상 상)


107. 絃歌酒讌 接杯擧觴

거문고 타고 노래하며 술 마시는 잔치를 벌이며, 잔을 들어 권한다.

絃(줄 현)  歌(노래 가)  酒(술 주)  讌(잔치 연)
接(접할 접)  杯(잔 배)  擧(들 거)  觴(잔 상)


108. 矯手頓足 悅豫且康

손을 굽혔다 펴고 발을 구르니(춤을 추니), 기쁘고 즐거우며 또한 편안하다.

矯(바로잡을 교)  手(손 수)  頓(두드릴 돈)  足(발 족)
悅(기쁠 열)  豫(즐길 예)  且(또 차)  康(편안할 강)
   
  
* 참고 문헌
  
김근, 『욕망하는 천자문』 (삼인, 2003)
박성복, 『천자문풀이』 (대구대학교출판부, 2012)
한정주, 『천자문 인문학』 (다산초당, 2016)
  
  
(2019.12.15.)
    

2020/01/01

영화 <양자물리학>의 몇 안 되는 장점



나는 아직도 영화 제목이 왜 <양자물리학>인지 모르겠다. 영화 내내 주인공이 “양자물리학”을 들먹인다는 것 이외에는 영화가 양자물리학과 아무 관련 없고, 사실 주인공이 양자물리학을 언급하는 것도 극의 진행과 별로 상관없다. 왜 그런 제목을 지었을까. 제작 단계에서부터 영화가 망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미친 놈이 지은 것 같은 제목으로 관객들을 낚자는 계산을 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도 <양자물리학>의 몇 안 되는 장점이 있다면, 바로 김응수가 출연했다는 점일 것이다. 김응수가 출연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네이버 영화란에서 영화의 명대사로 곽철용의 대사를 패러디했다.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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