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문 작성은 주제 선정에서 이미 시작된다.
- 주제는 논문의 성격에 맞도록 구체화되어야 하며, 구체화된 주제는 선행연구의 검토를 통해 그 가치를 재논의 해야 한다. 선행연구의 많고 적음에 따라 주제의 가치 검토가 달라진다.
- 가치의 재검토는 연구방법 모색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연구방법 모색도 선행연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달리지기 때문이다.
■ 주제 선정과 구체화
- 주제를 선정하는 방법: 지도교수와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방식, 전문가나 지도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는 방식, 최근의 논문과 개론서를 읽고 이론과 방법론을 익혀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는 방식, 선행 연구의 치명적인 결점을 보완하는 방식, 선행 연구의 논의나 결론에 제기된 한계점이나 새로운 연구 과제를 채택하는 방식, 학계나 사회에서 논쟁이 일고 있는 주제를 선택하는 방식, 전공 분야의 문헌 색인집에 기록된 주제어들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 등
- 1차 자료의 확보나 분석이 불가능한 주제는 피해야 한다. 이는 연구자의 시간적ㆍ분석적ㆍ경제적 능력과 관련된다. 정해진 기간 안에 구할 수 없는 자료, 언어나 조사방법 면에서 분석 불가능한 자료, 경제적으로 감당해낼 수 없는 값비싼 자료를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
- 선정 주제를 구체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목표로 하는 논문의 성격과 분량에 맞게 주제 범위를 좁혀야 한다.
-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주제라면 시간적ㆍ공간적 범위를 줄여나가고, 이론이나 사상 또는 개념을 연구하는 주제라면 의미 영역을 좁힐 수 있다.
- 연구 논문의 분량이 원고지 120-150매라면, 참고 문헌 20-30개 정도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적당하다.
- 선행 연구도 20여 개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주제를 좁혀나가는 것이 좋다.
- 선행 연구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주제를 구체화하지 않은 것이며, 참고 문헌이 너무 많다는 것은 지식 자랑을 늘어놓았거나 쓸데없는 문헌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 주제 재검토와 연구방법 모색
- 구체화된 주제는 연구 가치가 있는 독창적인 주제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이 검토는 연구방법을 모색하는 것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능력과 기타 조건에 비추어 적절한 연구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그 주제를 미리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 연구 주제의 재검토와 연구 방법 모색은 선행 연구가 많고 논의가 잘 정리된 경우, 선행연구가 드물고 논의가 전혀 혹은 잘 정리되지 않은 경우, 선행연구가 전혀 없는 경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 선행연구가 많고 논의가 잘 정리된 경우
- 선행 연구가 많고 기존 논의가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은 훌륭한 입문서나 개론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훌륭한 입문서나 개론서를 선택하여 우선적으로 숙지하고 그 내용을 좇아 관련 논의들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
- 이 검토를 통해 기존 논의들이 미비하거나 놓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거나 전혀 다른 결론을 끌어낼 수 있을 때 이 주제는 가치가 있다.
- 연구 방법과 관련하여 대개 특정한 한 가지 연구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보완하여 적용하는 것이 좋다. 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었고 연구 방법도 많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여러 연구 방법을 종합하는 것도 쉽지 않고, 새로운 연구 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 이 경우는 공부할 분량이 가장 많다.
- 주제를 좁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주제를 변경할 수 없거나 굳이 이 주제를 연구하고자 할 때는 원칙적으로 모든 선행연구들을 검토해야 한다.
- 그렇지만 편법 아닌 편법은 존재한다. 개론서나 입문서에서 자기 주제와 관련된 것은 대개 하나의 장(chapter) 정도이다. 이 부분만 읽고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선행 연구들만을 추려나가면 선행 연구의 수가 대폭 줄어든다.
- 이렇게 선택한 문헌들만을 상세히 검토하고 다소 관련성이 적은 문헌들은 간단히 언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개론서나 입문서의 연구가 끝난 시점 이후의 선행 연구들은 일일이 찾아서 고찰하고 정리해야 한다.
■ 선행 연구가 드물고 논의가 잘 정리되지 않은 경우
- 이 경우는 반드시 개별적인 여러 논의들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비교ㆍ정리해야 한다.
- 이와 같은 비교ㆍ정리를 통해 미비하거나 간과된 경우를 밝혀 보완하거나 전혀 다른 주장을 도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 이 주제는 가치를 갖는다.
- 연구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여러 개별 논의들의 방법론을 숙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경우는 첫 번째와 달리 연구 방법 모색이 대단히 다양하게 나타난다. 즉, 선행 연구들이 취한 특정한 연구 방법을 보완하여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연구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러 연구 방법들을 종합하거나 전혀 새로운 연구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 이 경우는 선행연구의 고찰이 가장 어렵다. 이 주제를 선택한 연구자는 개론서나 입문서를 쓴다는 심정으로 선행 연구 고찰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선행 연구들은 대부분의 학교들이 갖추고 있는 전자도서관의 한국학술정보(KISS)와 JOSTOR(Journal Storage)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전자는 국내 학술지 논문들을 수집한 사이트이고 후자는 영어권 학술지들을 수집한 사이트로서 학교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다양한 논문들을 무료로 제공한다.
■ 선행연구가 전혀 없는 경우
- 이 경우는 길잡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 이러한 경우는 주제 자체로 학술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선행 연구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주제나 대상을 조금만 넓혀 관련 선행 연구들을 찾아 간략히 소개한 다음, 해당 주제에 관한 연구가 없음을 언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는 적어도 연구자가 해당 주제뿐 아니라 관련 주제에 관한 선행 연구들도 천착했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 이 때 주제를 너무 넓히면 고찰해야 할 선행 연구들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관련성이 매우 약한 문헌들까지 고찰하게 된다. 주제는 선행 연구 대여섯 개만 수집할 수 있는 범위까지 확장하는 것이 좋다.
- 연구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간접적인 적용 가능성이 있는 연구 방법들을 고찰하여 가능한 대안과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종합적인 방법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연구방법을 구축할 수 있다.
- 이 경우는 연구하기가 가장 어렵다. 연구방법론이나 이론적 배경이 다소 탄탄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주제이다. 그러나 전혀 연구가 되어 있지 않은 주제이므로, 논리와 체계만 갖춘다면 일단 시론(試論)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는 셈이다.
* 출처: 정병기, 『대학원신문』(고려대학교) 제151호(2008.10.01)
(2017.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