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8

홍준표 찍은 척하고 다닐 걸 그랬나



며칠 전에 같이 학부를 다닌 사람들을 만났다. 현재 통역사를 하는 학부 후배는 자기가 쓴 글을 어떤 사람에게 보여주었더니 “페미니즘 활동가를 하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나는 정반대의 경험을 겪었다. 몇 년 전 대학원에서 건너 건너로 들은 이야기인데 페미니즘 운동을 한다고 하는 사람 중 일부가 내가 2017년 대선 때 홍준표를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회운동과 관련된 학부 선배는 그 말을 전한 사람에게 내가 뭐라고 말했느냐고 물었다. 그 때 내가 한 말은 “그 정도로 재능이 없으면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홍준표를 찍었을 것으로 추론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누구냐고 거듭 물어보았지만 말을 안 해주었다), 공동체 내에서 피아식별도 못할 정도로 감각이 없다는 것은 해당 분야에 재능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을 잘 받아봐야 애초에 재능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런데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그런 말을 한 사람은 그럴 법한 조직에서 교육이나 훈련을 받았을 것 같지도 않다. 교육이나 훈련을 받았다면 본인 재능의 한계를 절감하고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해진 절차가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 분담도 체계적으로 되지도 않을 것이고, 예상가능한 범위 내의 비상사태에 관한 시나리오와 대응 매뉴얼도 없을 텐데, 피아식별도 못할 정도로 재능 없는 사람이 날씨처럼 항상 바뀌는 정세 속에서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요새 들어 드는 생각인데, 그냥 홍준표 찍은 척하고 다녔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대학원 내에서 나의 사회적 평판 같은 것이 약간 안 좋아졌겠지만, 그래도 대학원 생활이 약간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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