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기말보고서(라고 하지만 그냥 텍스트 폐기물)를 제출하고 ‘아, 이번 기말보고서도 망했구나’ 하며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었다. 6동 3층 남자화장실 입구 근처에 누군가 잔뜩 버려놓은 책 무더기를 보고, 혹시나 쓸 만한 책이 있나 싶어서 이리저리 뒤지던 중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변희재가 친필 서명한 책이 있었다.
내가 주운 것은 2000년에 출판된 『아이 러브 인터넷: 16인의 행복한 인터넷 리더를 만나다』라는 책이다. 안 읽어봐서 책 내용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책 내용이 아니라 변희재의 친필 서명이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책을 주우면 교보문고 중고서점에 등록해서 판매하는데, 변희재 책은 소장가치가 높기 때문에 판매상품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한국의 대표적인 미친놈 변희재의 친필 서명을 내가 가지게 되다니. 폐허가 된 낙양성에 들어간 손견이 우물에서 옥새를 찾았던 『삼국지연의』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변희재의 책을 얻고 나서 잃어버렸던 활력도 되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3년 넘게 남았다. 정부가 지금처럼만 돌아간다면 임기 끝나기 전에 변희재가 청와대 대변인 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변희재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한다. 윤창중도 청와대 대변인을 했는데 왜 변희재는 하지 못한단 말인가?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일베에서 이 책을 경매해야겠다.
* 뱀발: 흥미롭게도, 책 뒷면에는 오연호와 김어준의 글도 있다. 당시에는 그들이 변희재와 같이 놀았던 모양이다.
“클린턴이 서울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클린턴이 서울에 오는 것보다 자신의 할머니가 서울에 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럼 그게 기사화되는 것이 뭐가 문제겠는가?” (오연호 / 오마이뉴스 리더)
“우리가 정말 잘 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탁월하게 잘하면 5년 정도 후에 조선일보의 사옥을 딴지일보의 화장실로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거다. 하하.” (김어준 / 딴지일보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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