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5

검찰이 어디에 속하는지도 모르는 좌파 학생운동 단체



좌파 학생운동 단체를 표방하는 어느 곳에서 “좌파의 선택은 정권교체여야 한다”며 “포퓰리스트 이재명보다 자유민주주의자 윤석열이 낫다”고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나도 놀랐다. 그런데 좌파를 자처하면서 윤석열을 지지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다. 해당 성명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민주당은 보수주의자들도 인정하는 자유주의의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삼권분립을 형해화하여 사법부, 입법부를 지배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사례일 뿐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행정, 입법, 사법의 역할과 차이에 무지하다. 입법은 법을 제정하는 것, 행정은 법을 집행하는 것, 사법은 법의 위반이란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정의를 관리한다. 따라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검찰과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사법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을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부위라고 인식한다.”





해당 단체는 민주당이 사법부인 검찰을 “행정부가 관리하는 부위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의 가치를 부정한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정부조직법 제32조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있다.

① 법무부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②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

③ 검찰청의 조직・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검찰이 행정부에 속하는지 사법부에 속하는지도 모르는 놈들이 자유주의의 가치 같은 소리를 하니, 이게 무슨 이준석이 안철수의 무운(無運)을 빌어준다는 소리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기자가 무운(武運)을 빈다는 말을 모르지 않나, 대학생 단체라는 곳에서 검찰이 사법부라고 하지 않나, 다들 전두엽에서 문화대혁명이라도 일어난 건가? 나라가 망하려고 그러나? 지금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 링크: [211105 입장문] 20대 대선, 좌파의 선택은 정권 교체여야 한다 ─ 국민의 힘 경선 후보 당선에 부쳐 / 전국학생행진

( https://stulink.me/announce/?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8752297 )

(2021.11.05.)


2022/01/04

<얼룩소>의 마케팅



YTN 무운 파동이 벌어지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얼룩소>라고 하는 곳에 “고백합니다, ‘무운’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글에 따르면, 필자는 전직 일간지 기자이며 학부 때 전공은 무려 국어국문학인데도 “무운을 빈다”는 표현을 처음 들어서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았는데 죄다 처음 듣는다고 하고, 엄마한테 물어보고 아빠한테 물어봐도 처음 듣는다고 하고, 어려서 서당 다녔다고 하는 친구나 겨우 그 표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기자로 일하던 시절부터 무식을 자기만의 무기로 써왔다고 밝히는 전직 기자이자 현직 에티터는, 자기 기준에 ‘무운’은 어려운 말이며 글이 많은 사람에게 가닿기를 바란다면 적확한 표현은 아니더라도 다소 쉬운 표현을 쓰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자는, 안철수의 무운을 빈다는 이준석의 발언에서 무운이 중의적이라 무운(無運)인지 무운(武運)인지 확실하지 않았다며 이준석에게 추가로 질문하여 무운(無運)이 아니라 무운(武運)이 맞다는 확인까지 받은 YTN 기자의 대응에 대하여, 그 정도면 실수에 대해 충분히 대응했다고 본다고 했다. 여기에 “어떤 표현이 대중에게 어려운지 살피는 ‘무식의 감각’이 언론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는 댓글 같은 것을 달아봐야 안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다른 게시판 같은 데에 댓글 같은 것을 달지 않는다. 그런데 해당 글을 읽으니 댓글을 안 달고는 가만히 못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얼룩소>는 몇 가지 주제에 따라 글을 게시해야 한다고 하는데 해당 글이 속한 주제가 ‘한국 언론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였기 때문이다. 인신공격성 댓글을 달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짧게 한 마디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고등학교는 과학고를 다녔고 대학은 미국에서 나온 사람도 아는 한자어를 국어국문학과 출신이자 전직 기자이자 현직 에디터가 몰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주변 사람들도 죄다 똑같이 몰랐다는 거네요?”라고 하는 정도로만 쓰려고 했다. 그래서 댓글창을 클릭하니 회원가입 하라는 창이 떴다.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아, 마케팅이구나. 그럼 그렇지. 국어국문학과 출신 전직 기자가 그럴 리가 없지.’





참고할 만한 마케팅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고객을 우롱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장사는 정직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얼룩소>에 가입하지 않을 생각이다. <얼룩소> 망해라.

* 링크: [얼룩소] 고백합니다, ‘무운’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 박윤경

( https://alook.so/posts/latY6L )

(2021.11.04)


2022/01/03

소주를 마신 듯한 착각



동료 대학원생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대학원생이 읽은 책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이야기를 듣다가, 순간 내 의식이 잠깐 끊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들자마자 나는 ‘이제 술을 그만 먹어야지.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의식이 끊기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그 날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날은 내가 몸이 조금 피곤했다. 대구에 있는 디지스트(DGIST)에 시험 감독하러 갔다 왔기 때문이다. 오전 6시 50분쯤에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디지스트를 가서 학부 교양시험 두 개를 감독하고 다시 서울에 오니 오후 9시쯤이었다. 가서 한 것이라고는 학부 시험 감독한 것과 남는 시간에 교수 연구실에서 개인적인 일 좀 한 것뿐인데도 오가는 데 시간을 많이 써서 그런지 몸이 피곤했다. 서울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순대국밥집에 들어가서 순대국밥을 주문했다.

그냥 순대국밥을 먹을까 하다가 순대국밥을 특으로 시켰다. 그냥 순대국밥보다 고기가 더 많이 나왔다. 따뜻한 국물을 몇 숟가락 떠먹고 고기 몇 점 먹으니 몸이 약간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술 한 잔 마시면 좋겠다 싶었다. 어렸을 때 SBS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이 했던 대사가 떠올랐다. “순대국이지만은 소주 안주로는 딱일 거야. 많이들 먹으라구.”(김두한이 선거운동할 때 조직원들하고 순대국집에서 점심 먹으며 한 대사)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순대국밥을 먹을 때 소주를 곁들여 먹은 적이 거의 없었다. 나는 순대국밥을 주로 혼자 먹는다. 소주 두세 잔만 마시면 좋을 거 같은데 소주 한 병을 시키면 남기기 아까우니 한 병을 다 마셔야 하고, 그래서 소주를 안 시킨 것이다. 물론 한 병을 다 마신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렇지만 나는 그 다음날 술을 마실 예정이었다. 특별히 약속이 있어서는 아니고, 수요일은 트럭에서 파는 구운 닭을 파는 날이니 맥주 한 잔 마시기로 혼자 마음먹고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다음 날 술을 마실 것이니 굳이 오늘 마셔야 하나, 나도 곧 마흔 살이 되는데 운동도 제대로 안 하면서 저녁 먹으면서 술이나 마시면 안 되지 않나, 하는 생각했다. 그런데 내일 맥주를 마실 것이라고 해서 소주 한 잔 마시는 게 그렇게 큰일날 일인가? 고민하다가 순대국밥 안에 있는 고기를 다 먹고 말았다. 고기가 다 먹었으니 안주는 없는 셈이다. 국물에 공기밥을 말아먹고 식당에서 나와서 기숙사 가는 버스에 탔다.

나는 버스 뒤쪽에 탔고 동료 대학원생은 몇 정류장 지나서 중간에 탔다. 버스에서 내릴 때쯤에야 서로 보게 되었다. 그렇게 버스에서 같이 내려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대학원생이 어떤 책을 읽은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동료 대학원생의 책 이야기를 듣다가 내 의식이 잠깐 끊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은, 책의 내용이 전개되다가 갑자기 뜬금없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결론이 나오려면 무언가가 한참은 추가되어야 할 것 같은데 중간 단계 없이 바로 그런 결론이 나오니까 나는 의식에서 그 몇 단계가 지워진 것으로 순간 착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동료 대학원생은 그 책에 애초에 그런 단계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고, 그 지점이 원래 의도했던 개그 포인트였다.

내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책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건 내가 그 날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는 기억에 의존해서였다. 나는 동료 대학원생에게 말했다. “아니, 왜 그런 결론이 나오죠? 순간 내가 술 먹고 의식이 잠깐 끊긴 줄 알았네.” 책의 저자가 술 마시고 책을 쓴 것도 아닐 테고, 설사 술 마시고 책을 썼다고 해도 퇴고할 때는 술을 안 마셨을 텐데, 왜 그런 결론이 나왔을까?

하여간, 의식이 끊긴 듯한 느낌과 그로 인해 그 날 술을 먹은 것으로 순간 착각하고 나서, 감각이나 느낌, 단편적인 기억을 속이거나 조작하는 데는 굳이 능숙한 최면술사나 사악한 악마도 필요 없고 몇 가지 단순한 조건만 맞아떨어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순대국밥을 먹으면서 소주를 안 마시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2021.11.03.)


2022/01/02

무운



임진왜란 때 조선사람들 사이에서는 왜적은 얼레빗 같고 명나라 군사는 참빗 같다는 말이 돌았다고 하는데, 명군의 폐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년 간의 전란으로 황폐해진 조선을 저주하기까지 한 것이다. 보통은, 행운을 빈다고 이야기하는데, 명군은 조선의 행운을 빌어도 모자란 상황에 무운을 비는 마음에서 관왕묘까지 조성했다. 무운이란 무엇인가? 운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만 보더라도, 조선이 명을 재조지은의 나라로 떠받든 것과 별개로, 명은 조선이 전란 이후에 재기하지 않기를 바란 것임에 틀림 없다.






* 링크(1): [동아일보] 관왕묘의 財神 관우가 유커를 부른다면 / 안영배 전문기자의 풍수와 삶

( 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171129/87495776/1 )

* 링크(2): [YTN] 안철수 대선 출마, 캐스팅보트의 위력?

( www.ytn.co.kr/_ln/0101_202111011702372382 )

(2021.11.02.)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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