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9

[과학철학] Popper (2002), Ch 15 “What is Dialectic?” 요약 정리 (미완성)

      

[ Karl Popper (2002), Conjectures and Refutations: The Growth of Scientific Knowledge, 2nd edition (Routledge), pp. 312-335.

  Karl Popper (1963), Conjectures and Refutations: The Growth of Scientific Knowledge. 1st edition (Routledge and Kegan Paul).

  칼 포퍼, 「15. 변증법이란 무엇인가」, 『추측과 논박 2』, 이한구 옮김 (민음사, 2001), 133-176쪽. ]

  

  

  1. 변증법에 대한 설명 (Dialectic Explained)

  2. 헤겔의 변증법 (Hegelian Dialectic)

  3. 헤겔 이후의 변증법 (Dialectic After Hegel)

  

  

  1. 변증법에 대한 설명 (Dialectic Explained)


■ [pp. 312-313, 133-135쪽]

- 인간의 사고는 왜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해결을 시도하는가?

• 시행착오의 방법(the method of trial and error)

• 이는 생물체가 적응 과정에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함.

• 이 방법의 성공은 시행 횟수와 다양성에 좌우됨.

- 철학의 발전에 사용되는 방식은 시행착오적 방법의 특수한 변형

• 이론을 되도록 오래 고수하거나, 이론의 극복을 위해 싸우는 경향

• 사고의 발전이 시행착오와 이데올로기의 투쟁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개선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례는 있었다고 해도 드문 일일 것.

- 시행착오의 방법을 의식적으로 전개하면 ‘과학적 방법’의 특성을 띠기 시작함.

- 과학적 사고의 발전에 대한 이러한 기술은, 사고의 발전이 ‘변증법적’으로 전진한다는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됨.


■ [pp. 313-313, 136-135쪽]



■ [p. 316, 140-141쪽]

- 가장 중요한 오해와 혼란은 모순에 대한 변증론자들의 느슨한 표현에서 비롯됨.

- 변증론자들(dialecticians)은 사고의 역사에서 모순이 비판과 똑같은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을 올바르게 통찰하고 함.

• 왜냐하면 비판은 일종의 모순을 지적하는 데 있기 때문.

• 비판을 받는 이론 내부의 모순이나, 그 이론과 우리가 어떤 이유에 의해 인정하는 다른 이론 사이의 모순이나, 그 이론과 어떤 사실(사실에 대한 일종의 진술) 사이의 모순

• 비판은 그와 같은 어떤 모순을 지적하거나, 아니면 단적으로 그 이론을 부정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

- 그런데 비판은 모든 지적인 발전의 주요한 원동력.

• 모순이 없다면, 즉 비판이 없다면, 이론을 바꿀 어떠한 합리적인 동기도 없을 것이고, 거기에는 아무런 지적인 진보도 없을 것.

- 변증론자들은 모순이 매우 생산적이며, 사고의 진보의 원동력임을 제대로 통찰하고 나서, 이러한 생산적인 모순들을 회피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그릇된 결론을 내림.

• 여기서 모순은 종합이라는 형태의 진보를 ‘산출’하는 정립과 반-정립 사이의 모순

• 변증론자들은 모순이 세계 도처에서 생기므로 불가피하다는 주장까지 함.

- 변증론자들은 모순의 유익함에 호소하여, 전통 논리학의 ‘모순율’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함.

변증법이 새로운 논리학(변증법적 논리학)이 된다고 주장함.

• 단순한 역사적인 이론(사고의 역사적 발전에 관한 이론)이 완전히 별개의 이론이 됨.

• 즉, 변증법은 논리학 이론인 동시에 세계에 관한 일반적인 이론이 됨.


■ [pp. 316-317, 141-142쪽]

- 포퍼는 변증론자들의 주장이 터무니없이 큰 요구이지만 최소한의 근거도 없다고 함.

• 부정확하고 불명료한 표현 이외의 어느 것에도 근거하고 있지 않다는 것.

- 변증론자들은 모순은 유익하거나 창조적이거나 진보를 산출한다고 함.

- 포퍼는 이러한 유익함은 우리가 모순을 허용하지 않고 모순을 포함하는 이론을 모두 바꾸겠다고 결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함.

• 우리가 이러한 자세를 바꾸어 모순을 참아낼 결심을 한다면, 모순은 즉시 모든 다산성을 잃게 됨.

• 단순히 다산성 때문에 모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면, 모순을 용납하면 안 됨.

• 그렇지 않고 모순을 용인할 생각이라면, 그때에는 그러한 모순은 무익한 것이 될 것이고, 합리적인 비판과 토론 및 지적인 진보는 없을 것.

- 그러므로 변증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유일한 ‘힘’은, 정립과 반-정립 사이의 모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결의.

• 발전을 촉진하는 것은 그러한 두 관념 속에 있는 신비한 힘이나 둘 사이의 신비한 긴장 관계가 아니라, 오직 모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결의와 결단임.

• 이러한 결의와 결단은 모순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관점의 탐색으로 우리를 인도함.

- 이러한 결의는 완전히 정당화될 수 있음.

• 모순을 용인한다면 어떤 종류의 과학적 활동이든 포기할 수밖에 없음.

• 이 점은 모순되는 두 진술을 인정하게 된다면, 어떠한 진술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이를 밝힐 수 있음.

• 왜냐하면 서로 모순되는 한 쌍의 진술로부터는, 어떠한 진술도 타당하게 추론될 수 있기 때문.



■ [pp. 318-319, 144-147쪽]

논리학에서 ‘그리고/또는’이라는 표현을 기호 ‘∨’(‘vel’이라고 발음함)로 대치하고 임의의 진술을 ‘p’와 ‘q’와 같은 문제로 쓰는 것이 관례

요소 진술인 p와 q 중 적어도 하나가 참이면 ‘p∨q’라는 형태의 진술은 참.


이러한 추론 규칙은 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기이한 느낌을 줌.

결론이 전제보다 훨씬 적은 정보만 포함하므로 이러한 규칙은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음.

그러나 이러한 규칙은 내기에서 종종 사용됨.

• 예) 동전을 두 번 던지면서 적어도 한 번은 앞면이 나온다고 내기하는 것은 ‘처음 던져서 앞면이 나온다 ∨ 두 번째 던져서 앞면이 나온다’는 복합 진술의 참에 내기를 거는 것.


- 규칙(1): p // p∨q

• “전체 p에서 결론 p∨q를 얻는다.”

- 규칙(2): ~p / p∨q // q 

• “두 전제 ~p와 p∨q에서 결론 q를 얻는다.”


~p는 p가 거짓일 경우에만 참

~p가 참이면 q는 언제나 참이어야 함.

~p가 참이라면 p는 거짓이어야 한다는 추론에서, ~p와 p가 동시에 참일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모순율’을 암묵적으로 사용하는 것.

여기서 포퍼는, 타당한 추론 규칙을 사용하여 한 쌍의 모순된 전제로부터 우리가 바라는 어떠한 결론도 추론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함.


(a) 태양은 지금 빛나고 있다.

(b) 태양은 지금 빛나고 있지 않다.

(c) 태양은 지금 빛나고 있다 ∨ 카이사르는 반역자였다

(d) 카이사르는 반역자였다.


(a)에서 규칙(1)에 따라 (c)를 도출할 수 있음.

(b)와 (c)를 전제로 하면 규칙(2)에 따라 (d)를 도출할 수 있음.

같은 방법으로 다른 임의의 진술인 “카이사르는 반역자가 아니었다”를 도출하려고 하면 할 수 있었음.

이와 같이 우리가 원하는 모든 진술뿐만 아니라 원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부정도 추론할 수 있을 것.


어떤 이론이 모순을 포함한다면, 그 이론은 모든 것을 함축하며 사실상 아무 것도 함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음.

주장하는 모든 정보에 그 정보의 부정을 부가하는 이론은,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못함.

그러므로 모순을 내포한 이론은 이론으로는 전혀 쓸모없음.


■ [pp. 320-321, 147-150쪽]

- 규칙(3): p / q // p 


규칙(3)에 추가하여 포퍼가 ‘간접적 환원 규칙’(rule of indirect reduction)이라고 한 또 다른 규칙이 필요


다음과 같은 타당한 삼단 논법이 있다고 하자.

(a) 모든 인간은 죽는다.

(b) 모든 아테네인은 인간이다.

───────────────

(c) 모든 아테네인은 죽는다.


간접적 환원 규칙


규칙(4): a / b // c 가 타당한 추론이라면 a / ~c // ~b 도 타당한 추론이다.


(a) 모든 인간은 죽는다.

(~c) 모든 아테네인은 죽지 않는다.

───────────────

(~b) 모든 아테네인은 인간이 아니다.


규칙(5)는 규칙(4)를 변형한 것


규칙(5): a / ~b // c 가 타당한 추론이라면 a / ~c // b 도 타당한 추론이다.


규칙(6): a / ~b // a 가 타당한 추론이라면 a / ~a // b 도 타당한 추론이다.


규칙(7): a / ~a // b 는 진술 a와 b가 무엇을 주장하든 타당한 추론이다.


(7)은 서로 모순되는 한 쌍의 전제로부터는 어떠한 결론도 도출할 수 있음을 보여줌.




  2. 헤겔의 변증법 (Hegelian Dialectic)




  3. 헤겔 이후의 변증법 (Dialectic After Hegel)

  


 

 

  

(2020.10.21.)

    

2020/06/18

종교 사업 구상

     

종교와 사교육을 결합하면 어떨까? 꽤 큰 시장이 새로 생길 것이다. ‘중세철학+논술’ 또는 ‘신학+논술’의 형태를 한 학습지를 만들고 개신교단의 지지를 얻는다고 생각해보자. 안셀무스나 아퀴나스의 저작을 가지고 논술 학습지를 만들 수 있다면, 시장과 교단의 지지를 모두 얻을 수도 있다.
  
이런 학습지가 교단에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우선 젊은 교인들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어려서 교회를 다니다 사춘기 이후 교회에 안 다니게 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을 교회에서 밀어낸 한 가지 공통 요소가 있다. ‘반-지성주의’로 불리는 여러 가지 형태의 종교적 광신이다. 사춘기를 세게 맞은 청소년들이 교회에서 방황하면 어른들이 잘 타일러야 하는데, 오히려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중장년들이 과도한 종교적 열정을 경쟁적으로 과시하면서 사춘기 청소년들 앞에서 주책을 떨어서 그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든다.
  
청소년들이 교회에 붙어있게 하려면, 광신적인 신도들이 청소년들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것을 막고, 청소년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 전도사가 잘 타이르는 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학습지를 이용해야 이 둘이 모두 가능하다. 그런 어른들 중 대부분은 그런 학습지로 청소년들을 가르칠 수준이 안 될 것이기 때문에 학습지는 그런 어른들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할 구실을 제공할 것이다.
  
논술 교재에서는 청소년들이 생각해볼만한 문제들을 다룬다. 신은 전지전능한데 기도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은 필연적인 것인가 우연적인 것인가? 필연적인 것이든 우연적인 것이든 어떻게든 설명해야 할 문제가 생기는데 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들에 최종적인 답은 아니더라도 가능한 선택지를 여러 개 제시하는 것이다. 원문을 일부 읽고 논증을 재구성해보고 논술문도 쓴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웬만한 논술 교재보다는 수준이 더 나은 것이 될 것이다. 자기가 이미 다 컸다고 생각할 사춘기 청소년으로서는 상당한 지적 도전이 될 것이고, 이는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마음을 누그러뜨릴 것이다.
  
교재를 잘 만들어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도 효과가 있다면, 비-신자인 학생들도 교회에 올 것이다. 단순히 교재만 잘 만들어서는 안 되고 두 가지가 추가되어야 한다. 하나는 교재를 교회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구입 가능하면 교회에 안 갈 수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만 판매해야 한다. 물론 비싸게 팔면 안 되고 적정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강습료가 무료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시중에 유사품이 안 나온다. 강습료 무료가 가능한 것은 목사와 전도사를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교회와 인력을 이용하면 세 가지 이로움이 있다. 주변 지역 사회의 사교육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목사와 전도사에게 더 봉사할 기회를 줄 수 있고, 초기 투자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눈 먼 돈을 끌어올 수 있다면 교재 개발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 정부 돈을 안 가져가면 개소리하는 놈들이 그 돈을 담아가기 때문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정부 돈을 타야 한다. ‘인문학 대중화’라고 하면서 돈을 받을 수도 있고, ‘융합’이라고 하면서 돈을 받을 수도 있고, 데이터마이닝 할 사람 한두 명 고용한 다음 ‘빅데이터’나 ‘4차 산업혁명’ 같은 것을 사업명에 붙여서 돈을 받을 수도 있다.
  
개신교에서 이런 사업이 성공한다면, 이걸 응용해서 불교에서도 써먹을 수 있다. 한 회사에서 개신교 사업과 불교 사업을 같이 진행하면 좀 그렇기 때문에 자회사를 하나 더 만들어서 종교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사업에서 이익이 나면 일정 비율로 관련 종단에 기부하는 것이 상도덕에 걸맞는 행동일 것이다. 대주주가 개신교 신자라고 해도 해당 분기에 불교 쪽에서 수익이 더 많이 나면 불교 쪽에 그에 상응하는 기부를 하는 것이다. 개신교 신자인 대주주가 절에 기부하면서 “용수보살 덕분에 이번 분기에 많이 벌었습니다”라고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게 상도덕이고 동시에 종교화합이다. 그런 기업이 가능하다면 사훈을 <세계 평화>라고 해도 될 것 같다.
  
  
(2020.04.18.)
     

2020/06/17

2020년 총선에 대한 감상

    

동료 대학원생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선거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대학원생이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3년 전 내가 했던 말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3년 전에 한 말이라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는데, 동료 대학원생의 입을 통해 내가 했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니, 내가 한 말이지만 맞는 말이었다. 말을 하도 많이 하다보면 그 중에 어쩌다 맞는 말이 나오는 법이다.

  

2017년 대통령 선거가 끝났을 때였다. 그 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냐 하면, “민자당 계열의 정당은 이제 쇠락하는 것밖에 안 남았고, 민주당이 헛짓거리를 하더라도 민자당 계열의 정당들은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 말에 동료 대학원생은 그래도 그 동안 한 것이 있으니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나는 정당들 내부 사정은 모르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지난 대선 때 일어난 일 중 가장 인상 깊은 사건은 전직 기무사령부 지휘관 20여 명이 민주당과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한 것이었다. 이게 왜 중요한 사건이냐 하면, 한국 사회가 비-가역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가장 보수적인 집단은 군대일 것이고 그 중에서도 핵심은 정보기관일 것인데, 정보기관의 전직 지휘관들이 민주당 지지 선언을 했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이미 상당 부분 민주당 쪽으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고 나는 파악했다. 정당들의 승부는 결국 우수한 인적 자원을 어느 정당이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있을 텐데, 이제 민자당 계열 정당들은 민주당보다 인적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 설사 기존 조직이 촘촘하게 남아있더라도 결국은 점점 시들어 죽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근거였다.

  

두 번째 근거는 정당 내부에 관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당에서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 빠져나간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이겼다. 자유한국당은 덜 이상한 사람들이 당을 나가고 더 이상한 사람들이 당에 남았으니, 선거에서 진 후 자중지란이 일어나 있는 자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고 이 때문에 새로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도 곤란을 겪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3년이 지났다. 여전히 나는 정당들의 내부 사정은 모른다. 다만, 외견상의 모습으로 추정하건대, 인적 자원의 질이나 양의 차이는 더 커진 것 같다. 동급 스펙 보유자들을 봐도, 스펙이 높은 쪽이나 낮은 쪽이나 민주당 쪽이 더 많은 인적 자원을 새로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당에 해를 끼치는 사람들과 선을 긋고도 아무 문제없이 선거를 진행했는데, 미래통합당은 있는 대로 닥닥 긁어모으고도 선거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래통합당은 지휘부부터 문제가 있었다. 정당에 가입한 적도 없는 사람들 데려와서 대표를 만들어서 좌충우돌 대모험을 하게 만든다든지, 자기가 있는 정당 이름도 헷갈리는 노인네를 선대위원장으로 모셔 와서 이승만 정권 때의 선거 구호를 사용했다. 이러면 말 다한 것 아닌가?

  

여기에 한 가지를 붙이자면, 미래통합당에는 자랑스러운 역사도 없다. 투표 날 아침에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선거 영상을 보았다. 웅장한 음악을 깔고 노무현의 연설을 속도감 있게 편집한 영상이었다. 그 영상을 보니 ‘작년에 조국 교수 가지고 그렇게 난리 장판을 쳤지만 그래도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정당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큰 잘못 없이 임기를 마친다면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정당이 될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누구를 내세울 수 있을까?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직계로 배출한 대통령이 다섯 명인데도 누구를 가지고 선거 영상을 만들 수 있는가? 없다.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은 김영삼인데, 김영삼을 보고 감명 받을 사람이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정상이라서 김영삼으로는 선거 영상을 만들 수 없다.

  

이렇게 놓고 보면, 미래통합당은 과거도 없고 현재도 없는 정당이다. 그렇다면 미래가 있을까? 내가 잘 나가는 사람이고 정치색이 옅은 사람이라면 민주당에 가지 굳이 미래통합당에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정치하고 싶어서 환장났는데 민주당에서 안 부르고 미래통합당에서만 부른다든지, 일베 헤비 유저라든지, 5.18을 북한 간첩들의 폭동이라고 생각한다든지, 기독교 근본주의자라든지, 박근혜 탄핵이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지 하는, 기타 사소한 정신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민주당을 두고 미래통합당을 갈 필요가 없다. 경북, 경남, 대구 등에서 출마할 생각이라면 모르겠지만 10년이나 20년 뒤에 출마할 사람이라면 또 사정은 다를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하나도 안 중요하다.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래서 정의당에서는 어떻게 인적 자원을 확보할 것인가. 정의당은 관심종자, 전두환 추적자도 부대표가 될 정도로 인적 자원이 부족한 정당이다. 어떻게 해야 금융 전문가를 정의당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환경공학 전문가를 정의당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원전 반대 전문가 말고 원전 전문가를 정의당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밀리터리 매니아 말고 군사 전문가를 정의당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쩌다 그런 사람들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 그들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2020.04.17.)

    

2020/06/16

[한문] 유소, 『인물지』 「자서(自序): 머리말」 요약 정리

     

[ 유소, 『인물지』, 이승환 옮김 (홍익출판사, 1999). ]

  

  

- 성현이 아름답게 여기는 것 중 총명함만한 것이 없음.

• 총명함이 귀하게 여겨지는 점 중 인물을 잘 식별하는 일만큼 귀한 것이 없음.

• 인물을 식별하는 일에 지혜롭다면 인재들이 자질에 따라 자리를 얻고 여러 일이 흥할 것임.


- 뛰어난 인재를 등용하여 큰 공적을 이루기 위해 성인이 한 것

• 팔괘를 지어서 군자와 소인의 구분을 확립함.

• 시의 뜻을 풀어서 풍속(風俗)과 아정(雅正)의 일들을 구별함.

• 예약을 제정하여 육예(六藝)와 지용(祗庸)을 고구(考究)함.

• 몸소 정사에 임하여 국정을 보필할 뛰어난 인재들을 선발함.


- 성인이 인재를 얻은 사례

• 요는 뛰어난 덕을 지닌 인재를 발탁하여 칭송받음.

• 순은 이팔(二八)을 등용하여 공을 쌓음.

• 탕은 이윤을 발탁하여 명성을 얻음.

• 문왕은 여상을 천거하여 존경받음.

- 성인이 위대한 덕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능력 있는 사람을 임명하였기 때문.

- 주석

* 이팔(二八): 팔개와 팔원


- 그래서 공자는 발탁되지 못했지만 인물을 나누었음.

• 제자들을 네 등급으로 나눔.

• 인물의 재질을 논하여 세 등급으로 나눔.

• 중용을 찬탄하여 성인의 덕을 특별히 구분하고, 덕을 숭상하여 성인에 가깝게 되기를 권면함.

• 여섯 가지 폐단을 훈계하여 치우친 재능을 가진 사람의 과실을 경계함.

• 광자와 견자를 헤아려서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인 사람들의 재능도 적절히 쓰이게 함.

• 외모는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는 신용없는 자를 질타하여 사이비적인 인물이 오래갈 수 없음을 밝힘.

• 사람의 기호를 살피고 동기를 관찰하여 평상시의 품행을 알 수 있다고 말함.

  

  

(2020.11.24.)

    

2020/06/15

털복숭이의 가출



화천이가 또 새끼를 낳았다. 털복숭이는 화천이가 출산할 때마다 화천이와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약간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잠시 지낸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화천이와 새끼들이 현관문 근처에 있었는데, 털복숭이는 현관문에서 멀리 떨어진 창고에서 왔다 갔다 하더니 집 근처에서 보이지 않았다. 아직 새끼들은 눈도 뜨지 않았고 화천이도 털복숭이를 쫓아내지 않았는데 털복숭이가 알아서 어디론가 간 것이다.

며칠 뒤 집에서 약간 떨어진 폐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털복숭이였다. 폐가 대문 위에 올라가서 우리 집 식구들이 멀리서 보일 때마다 울었다. 처음에는 털복숭이가 거기 있나보다 하고 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갈수록 울음소리가 애절해졌다. 그냥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고 뻔히 보이는 곳에 올라가서 그렇게 울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고양이들이 높은 데 올라가기는 하는데 내려오지는 못해서 119 구급대가 출동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쩌면 구조 요청일지도 몰라서, 나와 어머니는 사다리를 들고 폐가에 갔다.

사다리를 타고 폐가 대문 위에 올라갔다. 대문 위에는 장독 두세 개를 놓을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털복숭이를 끌어안고 내려올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는 대문 위에 올라가서 털복숭이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털복숭이는 내 손을 피해서 슬금슬금 구석으로 가더니 지붕 몇 개를 가볍게 뛰어 건너고는 땅바닥으로 쉽게 내려갔다. 나는 왜 남의 집 대문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인가. 이제는 내가 땅으로 내려가는 것이 더 문제였다.

사다리에서 내려왔을 때 털복숭이는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사다리를 들고 집에 가니 온몸에 시커먼 것을 묻히고 거지꼴이 된 털복숭이가 현관문 앞에 있었다. 털복숭이는 화천이와 머리를 비비더니 언제 집에 나갔었냐는 듯이 밥그릇에 있는 사료를 먹었다. 털복숭이는 왜 집을 나갔으며, 왜 그렇게 식구들을 보며 구슬프게 울었던 것인가. 식구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고양이의 지능을 정확히 알지 못해서 그런 의도였다고 단정하지는 못하겠다.

(2020.04.15.)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