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는 쇠로 된 문 말고도 방충망으로 된 문도 있다. 손잡이를 내리면 방충망이 돌돌 말리면서 방충망 문이 열린다.
어제 저녁, 어머니는 주방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나는 주방 바로 옆에 있는 내 방에서 책을 정리할 때였다. 딸깍 하는 소리가 나면서 방충망 문이 열렸다. 그 당시 집에 세 사람이 있었고 두 명은 집 안에 있으니까, 당연히 아버지가 방충망 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오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화천이가 현관으로 들어와 늠름한 표현으로 좌우를 둘러보았고 그 뒤로 새끼 일곱 마리가 “와-앙” 하는 소리를 내며 우르르 몰려왔다. 화천이가 방충망 문을 연 것이다. 화천이를 현관 밖으로 쫓아내고 새끼들을 한 마리씩 손으로 집어서 현관 밖으로 내놓았다. 새끼들 중 한 마리는 냉장고와 벽 사이 공간으로 기어들어갔고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새끼를 살살 꼬셔서 겨우 꺼냈다.
화천이는 어떻게 방충망 문을 열었을까? 아마도 화천이가 놀다가 우연히 방충망 문 손잡이를 건들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이니 아직 화천이가 문 여는 법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지만,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자꾸 하다 보면 화천이가 문 여는 법을 배우게 될지도 모르니, 사람 없을 때는 쇠로 된 현관문을 닫기로 했다.
(201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