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0

방충망 문도 여는 화천이

현관에는 쇠로 된 문 말고도 방충망으로 된 문도 있다. 손잡이를 내리면 방충망이 돌돌 말리면서 방충망 문이 열린다.


어제 저녁, 어머니는 주방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나는 주방 바로 옆에 있는 내 방에서 책을 정리할 때였다. 딸깍 하는 소리가 나면서 방충망 문이 열렸다. 그 당시 집에 세 사람이 있었고 두 명은 집 안에 있으니까, 당연히 아버지가 방충망 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오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화천이가 현관으로 들어와 늠름한 표현으로 좌우를 둘러보았고 그 뒤로 새끼 일곱 마리가 “와-앙” 하는 소리를 내며 우르르 몰려왔다. 화천이가 방충망 문을 연 것이다. 화천이를 현관 밖으로 쫓아내고 새끼들을 한 마리씩 손으로 집어서 현관 밖으로 내놓았다. 새끼들 중 한 마리는 냉장고와 벽 사이 공간으로 기어들어갔고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새끼를 살살 꼬셔서 겨우 꺼냈다.


화천이는 어떻게 방충망 문을 열었을까? 아마도 화천이가 놀다가 우연히 방충망 문 손잡이를 건들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이니 아직 화천이가 문 여는 법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지만,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자꾸 하다 보면 화천이가 문 여는 법을 배우게 될지도 모르니, 사람 없을 때는 쇠로 된 현관문을 닫기로 했다.



(2018.08.20.)


2018/10/18

사람 성의 무시하는 고양이들

     

화천이는 더울 때 현관문 문턱에 있는 시멘트 부분에 배를 붙이고 쉰다. 그 부분이 그나마 제일 시원한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화천이가 더 시원하게 쉬라고 아예 돌판을 주워왔다. 깨져서 못 쓰는 건물 외장재다. 작아 보이지만 꽤나 무거워서 집에 가져올 때 애를 먹었다.
  
현관문 앞 적당한 곳에 돌판을 두었다. 화천이는 본 척도 하지 않았다. 화천이가 아직 돌판의 시원함을 몰라서 그러나 싶어서 화천이를 들어서 돌판 위에 올려놓았다. 화천이는 금방 돌판에서 내려와서 시멘트 바닥 위에 엎드렸다. 다시 화천이를 잡았다. 화천이는 몸을 비틀더니 내 손에서 빠져나와 다시 시멘트 바닥에 배를 붙였다.
  
화천이는 늙어서 그러나 보다 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나이를 먹으면 익숙한 것이 편한 법이니까. 생후 3주 된 화천이 새끼들을 돌판 위에 올려놓았다. 이 새끼들은 금방 돌판에서 내려와 팔짝팔짝 뛰더니 얼마 후 시멘트 바닥에 엎드렸다.
  
고양이들이 이렇게 사람 성의를 무시한다.
 
 
 
 
 
 
 
(2018.08.18.)
    

2018/10/17

책을 쓸데없이 많이 읽지 말자

   
오랜만에 대형 서점에 갔다. 대형 서점에 갈 때마다 쓸데없는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대형 서점은 사람들이 찾아서 읽는 책은 구석으로 배치하고 사람들이 아직 정체를 모르는 새 책은 잘 보이는 곳에 놓는다. 그러한 새 책 중 상당수는 세상에 나올 필요가 없는 책이다.
   
요즈음 출판계 유행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잡소리 해놓은 것을 엮어서 책으로 내는 것이라고 한다. 신문 기사의 내용이 맞기는 맞는지, 내가 간 서점에서는 무슨 무슨 감성 에세이 류의 책 수십 종을 입구에 진열해놓았다. 종류만 많았지 하나 같이 글이 변변치 않았다. 그런 책의 저자들은 대부분 필명을 썼는데 자기가 봐도 글이 이상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쓴 책이 출판시장에 나온다는 것은 상당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이것은 마치, 노래 교실에서 취미로 노래를 부르는 아주머니들이 녹음한 음반이 음반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과 비슷하다. 출판 시장에서 정상적인 상품이 유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출판사들의 노력이 눈물겹기는 하다. 그러나 도태되어야 할 출판사가 도태되지 않으면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진다. 도태되어야 할 출판사가 살아남으면 멀쩡한 출판사의 몫이 줄어들고, 시장에 진입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시장에 진입할 용기와 유인을 얻게 된다.
   
한국 언론은 한국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가끔씩 혼을 낸다. 그런데 언론에서 추천하는 책은 죄다 읽으나마나 한 책이다. 그런 책을 읽는 것이 사람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개나 소나 쓰는 시시한 소설책을 읽는 것이 넷플릭스로 외국 드라마 보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행위인가. 바람을 잡아도 꼭 유치하게 잡는다. 누구는 책을 몇 권 읽는다더라, 누구네 집에는 책이 몇 권이라더라 하고, 꼭 양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문제는, 방송에서 이렇게 얄팍하게 바람을 잡아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기에 속아 넘어가서 읽을 필요도 없는 책을 산다는 점이다.
     
<1년에 책 몇 권 읽기> 같은 것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좋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이 아니라 정보량이 적어서 읽기 쉬운 책을 많이 읽게 된다. 개인들은 인생을 허비하게 되고 도태되어야 할 출판사들의 생명이 연장되어 출판 시장이 망가진다. 필요한 것은 <책 우라지게 많이 읽기> 운동 같은 것이 아니라 <좋은 책 가끔씩 조금만 읽기> 운동이다.
  
  
(2018.08.17.)
    

2018/10/15

대학 동창 결혼식 이야기

대학 동창이 결혼했다. 마침 신랑과 신부가 동향이라 고향에서 부모용 결혼식을 하고 서울에서 친구-동료용 행사를 했다. 나는 서울에서 한 행사만 참석했다.

결혼식 주례를 천주교 신부가 보았다고 한다. 신부나 스님 같은 사람들이 왜 주례를 보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천주교 신부는 신랑과 신부에게 왜 결혼하느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주례가 주례사 도중에 신랑-신부에게 돌발 질문을 하는 사례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 신부의 질문에 신랑은 “사랑하니까요”라고 대답하고 신부는 “지켜주려구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전해 듣는 내가 다 남사스러웠다. 이게 무슨 박신양-전도연 같은 답변인가.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경제학 박사인 신랑이 “비용-편익 분석상 결혼의 편익이 비용보다 커서”라고 한다든지 “매몰비용이 너무 커서”라는 등의 답변을 하지 않고 “사랑하니까요”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친구-동료용 행사에서 내 학부 선배 중 한 사람은 내가 결혼하면 2박 3일 간 체육대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하긴, 내가 결혼을 한다는 것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2박 3일 간 체육대회를 하며 기뻐할 만한 일이기는 할 것이다.

(2018.08.15.)

2018/10/13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