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3

일본의 과학 전통



물리학 박사인 야마구치 에이이치는 2008년 3월부터 1년 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클레어 홀(Clare Hall)이라는 칼리지에 머물렀다. 클레어 홀에서는 식당에서 도착한 순서대로 앉아 식사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어서, 매번 다른 분야 연구자와 자연스럽게 섞여 식사하게 된다고 한다. 어느 날 에이이치는 우연히 철학과 교수와 저녁을 먹게 되었다.


- 철학과 교수: “혹시 알고 있어요? 내년은 케임브리지 대학 창립 800주년이에요. 여기는 800년 전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 만든 곳이에요!”


- 에이이치: “그러면 아이작 뉴턴이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한 것은 창립한지 450년이나 지난 후의 일이네요.”


- 철학과 교수: “맞아요. 그리고 그로부터 166년 후에 찰스 다윈이 클라이스트 칼리지에 입학했지요. 일본에서는 언제 처음 대학이 생겼지요?”


- 에이이치: “법률상 도쿄대학이 가장 오래된 곳인데, 1877년입니다.”


- 철학과 교수: “정말 최근에 생겼네요. 새 학교나 다름없어요.”


철학과 교수는 놀란 듯 “정말 최근에 생겼네요. 새 학교나 다름없어요”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고 한다.

야마구치 에이이치가 철학과 교수와 대화한 후 새삼 깨닫게 된 것은 뉴턴 이전의 케임브리지 대학에는 지금과 같은 과학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케임브리지 대학은 신학이나 철학을 논하고 젊은이들에게 종교와 철학을 전수하는 곳이었다.

야마구치 에이이치는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과학과 일본인의 과학적 사고를 진단한다. 신학과 철학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과학이 탄생한 유럽과 달리, 일본은 그러한 과학의 탄생 과정을 외면한 채 외부에서 수입하는 데 급급했고 근대화라는 명목 아래 과학을 ‘도구’로서 받아들였다. 메이지 시대에 과학을 수입하는 과정이 이러했기 때문에 오늘날 일본 과학이 불균형하게 되었고 일본인에게 과학적 정신이 이상하리만치 결여된 것은 아닌가. 그래서 에이이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뉴튼은 신학이나 철학에서 출발하여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현재의 시각으로 볼 때 지극히 물리학적인 기초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 과학, 그 중에서도 물리학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뉴튼처럼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일본인은 지금도 과학을 ‘도구’나 기계‘로 바라보지만, 한 번쯤은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은 과학도들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말인 것 같다. 그리고 과학사・과학철학・과학기술학 연구자들이 영업할 때도 쓸 만한 말인 것 같다.

* 참고 문헌

야마구치 에이이치, 『죽기 전에 알아야 할 5가지 물리법칙』, 정윤아 옮김 (반니, 2015), 218-220쪽.

(2018.02.23.)


2018/04/22

[외국 가요] 시셀(Sissel)

  
시셀(Sissel) - Summer Snow
  
  
(2018.04.22.)
   

임칙서는 몰수한 아편을 어떻게 처리했나?



18세기 초 영국은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청나라에 아편을 밀수출하기 시작했다. 청나라에서 아편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은이 대량으로 해외로 유출되고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생기자, 청의 도광제는 임칙서를 흠차대신으로 임명하여 사태를 수습하도록 했다.

어렸을 때 보았던 학습 만화에서는 임칙서가 몰수한 아편을 한 곳에 모으고 모두 불태우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아편을 한 방에 다 태우면 온 도시가 아편굴이 되는 게 아닌가, 임칙서가 몰수한 아편이 2만 8천 근이라고 하는데 이걸 다 태우면 어떻게 되나. 어린 나는 이런 상상을 했다. 임칙서가 높은 곳에 올라 몰수한 아편이 불타는 것을 부하들과 함께 지켜보면서 이런 대화를 한다.


- 임칙서: “몰수한 아편이 불타는 것을 보니 기분이 참 좋군. 흐흐... 흐흐흐...”


- 부하: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나라가 다시 건강해질 것입니다. 흐흐... 흐흐흐흐....”


- 임칙서: “흐흐.. 흐흐흐.... 기분 탓인가? 몸이 전혀 피로하지 않아. 흐흐....”


- 부하: “흐흐흐.... 흠차대신님, 너무 무리하신 것 같습니다. 흐흐... 침까지 흘리시고... 흐흐흐....”


- 임칙서: “흐흐... 자네도 침을 닦게. 흐흐흐흐....”


- 부하: “흐흐흐흐....”


- 임칙서: “흐흐흐...”


실제 임칙서의 아편 처리 방식은 소각이 아니라 중화였다고 한다. 공터에 큰 구덩이를 파고 13행에서 몰수한 아편을 쏟아 넣고 거기에 석회가루와 바닷물을 구덩이에 부었다고 한다. 아편이 석회와 소금에 섞이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마약 성분이 없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부글부글 끓으며 연기 같은 것이 난다. 연기가 나는 것을 멀리서 본 구경꾼들은 몰수한 아편을 불태운다고 착각했고 그 이야기가 와전되어 임칙서가 몰수한 아편을 불태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 참고 문헌

김성문 외, 『중국 속의 중국』 (서교출판사, 2017).

(2018.02.22.)


2018/04/21

오랜만에 우리집에 온 누런 수컷 고양이



봄이 멀지 않은지, 동네 수컷 고양이가 암컷 고양이를 찾아 우리집에 기웃거린다. 작년까지 동네를 주름잡던 회색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누런 수컷 고양이가 우리집에 기웃거린다. 우리집에 사는 눈노란놈도 정신이 반쯤 나갔다.

눈노란놈은 덩치는 큰데 겁이 많다. 꼭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사자 같다. 작년에 회색 고양이가 우리집 대문 안으로 들어왔을 때 눈노란놈은 겁에 질려서 우리집 실내로 뛰어 들어오기도 했다. 밖이 하도 시끄러워서 내가 현관문 밖으로 나가면 우리집에서 눈노란놈을 위협하던 고양이는 나를 보고 도망간다. 내가 그렇게 다른 고양이를 쫓아주면 눈노란놈은 자기 분수를 알고 현관문 앞에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데 괜히 그 고양이를 쫓아가서 몇 대 맞고 온다.

작년에 온 회색 고양이는 나만 보면 멀리 도망갔는데 이번에 온 누런 고양이는 나를 봐도 곧바로 피하지 않고 나를 응시했다. 어느 날은 누런 고양이가 대문 안쪽 시멘트 바닥에 여유 있게 반쯤 누워있었다. 내가 현관문을 나섰을 때 누런 고양이는 도망치지 않고 낮은 소리로 “아옹-- 오옹--” 하고 나를 불렀다. 나도 그 소리에 맞추어 “아옹-- 오옹--”이라고 했고 누런 고양이도 또 “아옹-- 오옹--”이라고 했다. 몇 번 그러고 나서 나는 알았다. 누런 고양이는 원래 우리집에 살았던 것이다. 우리집에 살던 누런 고양이 중에 저 정도로 덩치가 큰 놈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무엇을 먹고 저렇게 덩치가 커졌나 모르겠다. 개밥이라도 훔쳐 먹고 덩치를 키운 것인가. 누런 고양이는 마당 건너편에서 나를 부르기는 했지만 내 근처로는 오지 않았다. 근처에 왔으면 사료라도 한 줌 주었을 텐데 오지는 않았다.

저녁 먹고 고양이들 밥 주려고 현관문 앞에 나오자, 화천이와 화천이 새끼와 노란 고양이가 내 앞에 모였다. 노란 고양이의 야생동물 같은 새끼들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밥을 주니까 내 근처에 있던 세 고양이가 먹기 시작했고 노란 고양이의 새끼들도 한 발자국씩 오더니 결국 다 같이 밥을 먹었다. 그 때 갑자기 고양이집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를 내며 어떤 고양이가 튀어나와 대문 밖으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그 누런 수컷 고양이였다. 내가 오냐 오냐 했더니 현관문 앞에 있는 고양이집을 자기 집처럼 쓰고 있었다. 원래 자기 자리였다 이건가? 누런 고양이가 도망치자 대문 밖에 있던 눈노란놈이 곧바로 집으로 들어왔다. 누런 고양이가 고양이집을 차지하자 겁 많은 눈 노란 놈은 무서워서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8.02.21.)


2018/04/20

[외국 가요] 킨 (Keane)

Keane - Everybody’s Changing [KBS2 <개그콘서트> 패션7080 배경음악]

( www.youtube.com/watch?v=Zx4Hjq6KwO0 )

Keane - Somewhere Only We Know

( www.youtube.com/watch?v=Oextk-If8HQ )

(2022.11.18.)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