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9

고양이의 밥그릇



우리집에 사는 고양이들에게는 각자 자기 밥그릇이 있다. 고양이 마릿수보다 밥그릇 수가 적으면 힘센 놈이 밥그릇에 머리를 들이밀고 혼자 밥을 다 먹어서 마릿수에 밥그릇 수를 맞춘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 마릿수만큼 밥그릇을 가져다 놓았는데도 고양이들은 남의 밥을 빼앗아 먹는다.

밥그릇마다 사료를 주면, 처음에는 고양이들이 각자 자기 밥그릇에 있는 사료를 먹다가, 슬슬 다른 고양이들의 눈치를 보다가, 나중에는 화천이 밥그릇에 머리를 들이밀고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는다. 자기 밥을 다 먹고 나서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밥을 먹다가 말고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는 것이다. 다른 고양이들 밥그릇에는 여전히 사료가 있으니까 화천이는 다른 고양이의 사료를 빼앗아 먹으면 되는데, 화천이는 다른 고양이가 자기 밥을 먹는 것을 보기만 하고 다른 고양이의 밥을 먹지 않는다. 다른 고양이들은 화천이 밥을 다 먹은 다음 자기 밥도 먹는다. 그래서 어머니는 화천이가 밥 먹을 때 다른 고양이가 빼앗지 않도록 옆에서 지키기도 했다.

노란 고양이 새끼들이 나타나면서부터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생후 몇 주 동안 사람과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 노란 고양이의 새끼들은 마치 야생동물처럼 사람만 보면 피했다. 그런데 현관문 앞에서 고양이들한테 밥을 주면, 새끼들은 사람 한 번 보고 사료 한 번 보면서 한 걸음씩 다가온다. 사람만 사라지면 노란 고양이의 새끼들은 화천이 밥그릇에 고개를 들이밀고 남의 밥을 먹는다. 그래서 넓은 그릇을 새끼들 밥그릇으로 만들어서 새끼들 밥도 따로 주었는데, 이 새끼들도 다른 고양이들처럼 자기들 밥을 먹다가 눈치 봐서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는다. 똑같은 사료를 주는데도 그런다. 이번에도 화천이는 자기 밥그릇만 물끄러미 보기만 한다.

고양이들은 왜 다른 고양이의 밥은 안 빼앗아 먹고 화천이 밥만 빼앗아 먹는가? 화천이가 다른 고양이들보다 대접을 잘 받으니까 화천이 밥이 다른 고양이들 밥보다 더 맛있을 것이라고 고양이들이 믿는 것인가? 하여간, 다른 고양이들이 화천이 밥을 빼앗아먹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고안한 방법은 고양이 사료를 밥그릇에 주지 않고 시멘트 바닥에 골고루 뿌려주는 것이었다. 사료를 시멘트 바닥에 뿌려주니 각자 자기 앞에 있는 사료만 먹었고 다른 고양이가 먹는 사료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18.02.19.)


2018/04/18

[논문 쓰기] 인용과 출전 표기 (정병기 교수)



잘못된 인용은 논문을 망친다. 인용을 적절하고 정확하게 해야 논문이 제 격을 갖춘다. 필요한 인용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많은 인용도 좋지 않다.

■ 지나친 인용은 깊이 있는 분석을 방해한다

- 인용을 얼마나 풍부하게 해야 하는지는 논문의 유형에 달려있음.

- 특정 작가와 작품 또는 학자와 저서를 평가・분석하는 경우는 인용이 풍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지나친 인용은 독창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어설픈 알리바이가 됨.

• 지나친 인용은 논문 지면을 제약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평가와 분석을 소개하는 데 치우쳐 깊이 있는 분석을 가로막음.

- 논리 전개상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때를 제외하고는, 직접 관련되지 않는 문헌이나 내용을 인용하면 안 됨.

■ 간접 인용을 중심으로 하되 자신의 소리를 자신의 문장으로

-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반드시 간접 인용을 하며, 직접 인용을 할 때도 간단하게나마 해석을 붙임.

- 수식을 인용하거나 자기 견해와 대조되는 것을 부각시키는 경우 또는 원문이 아니면 그 의미를 독자가 곡해할 염려가 있을 때는 직접 인용을 함.

- 원문의 표현만이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될 때 직접 인용을 해야 하지만, 글솜씨가 원숙해질수록 이러한 경우는 점차 드물게 됨.

- 간접 인용은 내용을 위주로 원문의 문장을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방식이므로, 원저자의 의견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기본임.

- 간접 인용에서도 인용된 부분의 핵심 내용이 인용되었으면, 문장이나 단락의 마지막에서가 아니라 반드시 해당 부분에서 출전을 밝힘.

- 간접 인용은 원전에 대한 독해를 거쳐 자신의 문장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므로 연구자의 독해 능력과 전문 지식 및 글쓰기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임.

- 간접 인용도 지나치게 많은 것은 좋지 않음. 자기 견해를 자기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

■ 정확한 인용은 독자를 위한 배려다

- 모든 인용에 대해서는 그 저자와 출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함.

- 인용과 인용정보를 정확히 제시하는 것은 표절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독자들이 찾아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기도 함.

- 직접 인용을 할 때는 근거 제시가 필요한 해석적 분석을 위해 관련 구절을 충분히 인용함.

- 재인용 할 경우는 저자와 출전을 정확히 확인한 다음에 인용하고, 인용된 부분도 명확히 표시해야 하며 어디부터 어디까지 인용했는지 명확하게 표시해야 함.

- 이미 학술적 상식이 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문장이나 개념들은 인용 부호를 달지 않거나 페이지 수를 쓰지 않고 문헌 정보만 표기할 수 있음. 그 외의 경우는 인용 부분을 정확히 밝혀야 함.

- 1차 자료(분석의 직접적인 대상)를 분석하거나 평가한 2차 자료들은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확인해 주는 경우에만 인용함.

- 인용 구절의 앞이나 뒤에 비판적 표현을 쓰지 않는다면 그 인용은 논문 저자가 인용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함을 전제함.

• 예) “헤겔(Hegel)이 ......라고 말하였다”는 표현은 “헤겔(Hegel)이 ......라고 말한 것은 정당하다”고 하는 것과 같음.

■ 설명주를 이용해 내용을 풍부하게

- 출전을 표기하는 주석을 ‘인용주’ 또는 ‘참조주’라고 하며, 보충 설명을 위한 주석을 ‘내용주’ 또는 ‘설명주’라고 함.

- 설명주는 본문을 보완하고 풍부하게 하는 기능을 함.

- 설명주도 논지를 많이 벗어나거나 본문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길어서는 안 됨.

• 직접 관련이 없거나 필요한 보완이 아닌데도 많이 안다는 것을 자랑하는 주석은 사족임.

- 설명주를 다는 경우(1): 본문에서 논의된 주제를 뒷받침하는 다른 참고 문헌의 정보를 추가할 때 관련 부분에 대한 더 상세한 논의나 관련 문헌을 소개함.

• 관련 문헌 소개는 이론적 배경을 다룰 때 선행 연구들을 유사한 경향성으로 묶어 소개하는 경우에 많이 사용함.

- 설명주를 다는 경우(2): 뒷받침하는 인용문을 도입할 때. 본문 안에서는 논리 전개에 방해가 될 수 있지만 논리의 뒷받침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 자기 논리와 주장을 활용한 사례나 본문에 서술한 부분과 유사한 인용문을 추가할 때 사용함.

- 설명주는 본문에서 주장한 내용을 확대하는 기능도 함. 본문 주제의 주변적인 관찰들이나 반복되는 견해들을 소개할 때 유용함.

• 예) 사회에 회자되는 관련 사실이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인접 학문의 동향 등을 소개할 수 있음.

■ ‘환원적 주’를 활용해 분석을 날카롭게

- 자기 주장에 확신을 가지지만 그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설명주를 ‘환원적 주’라고 함.

- 본문 주장을 환원적으로 수정할 때도 설명주를 사용함.

• 자기 주장을 철회하거나 주요 내용을 반대되는 주장으로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반되는 견해를 소개함으로써 자신이 반대 의견들을 충분히 고려했음을 밝히는 것.

- 환원적 주를 사용하면 자기 주장을 환원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보며 ‘논문이 날카롭다’는 평가를 받게 됨.

- 이 때 주의할 점은 전체 문제 제기와 관련된 다른 주장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 문제제기나 더 지엽적인 문제와 관련된 경우만 사용한다는 것.

• 전체 문제 제기와 관련된 다른 주장들은 선행 연구 비판에서 다루기 때문임.

■ 출전과 참고문헌 표기는 통일되고 상세한 방식으로

- 출전과 참고 문헌의 표기 방식은 학문 분야, 학술 단체, 출판사에 따라 모두 다르며, 같은 분과 학문이라고 해도 학회와 학회지에 따라 다른 표기 방식을 사용함.

- 한 문헌에서는 일관된 방식을 사용해야 함. 글을 제출하고자 하는 학술지나 잡지의 규정에 맞추면 됨.

- 특정 잡지에 기고가 확정된 경우가 아니라면 출전 정보를 가장 상세히 기록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음.

• 통일된 방식을 사용하되 상세한 정보를 표기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

• 단순한 표기 방식으로 처음 글을 작성하고 나서 더 상세한 표기 방식을 요구하는 잡지에 게재하려 하려고 하면, 부족한 부분을 다시 찾아 기입해야 하기 때문임.

* 출처: 정병기, 『대학원신문』(고려대학교) 제153호(2008.12.03.)

(2017.02.19.)


2018/04/15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 ​ ​ ​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