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네 데카르트, 『성찰/자연의 빛에 의한 진리탐구/프로그램에 대한 주석』, 이현복 옮김 (문예출판사, 1997). ]
■ [42-43쪽]
- 아르키메데스가 지구를 움직이기 위한 확고부동한 일점을 찾은 것처럼, 확실하고 흔들리지 않는(certum & inconcussum) 최소한의 것이라도 발견한다면 큰 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임.
- 그러므로 내가 보는 것은 모두 거짓이라고 가정하자.
• 나는 어떠한 감각도 가지지 않으며, 물체, 형태, 연장, 운동, 장소도 환영(chimerae)이라고 하자.
- 아마도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만이 참될 것임.
■ [43-44쪽]
- 조금도 의심할 수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나는 어떻게 아는가?
• 어떤 신이 내 안에 이런 생각(cogitationes)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아닌가?
- 내가 이런 가정을 한다는 것이 함축하는 바
• 자신에게 어떤 감관이나 신체를 가지고 있음을 부정함.
• 세계에 하늘, 땅, 정신, 물체가 없다고 가정함.
• 그렇다면 나 자신도 없다고 가정해야 하는가?
• 어떤 기만자가 항상 나를 속이고 있다면, 나는 내가 어떤 것(aliquid)이라고 생각하는 동안, 내가 아무 것(nihil)도 아니게 할 수는 없음.
- 그러므로 나는 있다, 나는 현존한다(ego sum, ego existo)는 명제를 발언하고 생각할 때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참임.
■ [44-47쪽]
- 나는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내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름.
• 그러므로 이제부터 섣불리 다른 어떤 것을 나로 간주하지 않도록 할 것
- 내가 나라고 믿고 있었던 것
• 인간, 이성적 동물, 이런 식으로 대답하면 안 됨. 동물이란 무엇이고 이성적이란 무엇인지 계속 묻게 되어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됨.
• 우선 떠오른 것은 얼굴, 손 등 지체로 된 기계 전체(신체)를 가진다는 것.
• 그 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영양을 섭취하고(nutriri), 걸으며(incedere), 감각하고(sentire), 사유한다(cogitare)는 것이며, 이러한 활동을 영혼(anima)과 연관시킴.
• 데카르트는 영혼이 무엇인지 주의하지 않았음.
• 물체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으며, 물체의 본성을 판명하게 안다고 생각했음.
- 물체의 본성
• 한정된 모양, 제한된 공간, 다른 물체를 배제하는 공간을 가짐.
• 촉각, 시각, 청각, 미각, 후각에 의해 지각됨.
• 스스로 운동하지 않지만 다른 사물과 접촉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하는 것
- 그러나 악의에 찬 기만자가 나를 속이고 있다면?
• 물체의 속성에 속한다고 말했던 것을 내가 지금 가진다고 확신할 수 없음.
• 내가 영혼에 귀속시킨 것 중 일부는 나에게 속하는 것은 아님.
• 신체를 가지지 않으므로 영양을 섭취하거나 걷는 것은 허구적인 것(figmenta)임.
• 신체가 없으므로 감각하는 것도 불가능함.
• 꿈 속에서 많은 것을 감각한다고 믿더라도 그렇지 않았음을 나중에 깨달음.
• 그렇다면 사유한다는 것은?
- 사유(cogitatio)만이 나와 분리(divelli)될 수 없음.
- 나는 내가 사유하는 동안 나는 있고, 현존함.
• 내가 사유를 멈추자마자 존재하는 것도 멈출 수 있기 때문.
- 그러므로 나는 단지 하나의 사유하는 것(res cogitans), 즉 정신(mens), 영혼(anima), 지성(intellectus), 또는 이성(ratio)임.
■ [47-48쪽]
- 사유하는 것 이외의 나는 무엇인가?
- 나는 내가 상상하여 그려내는 것이 아님.
• 상상한다는 것은 물질적인 것의 형태나 상을 바라보는 것임.
• 모든 상 및 물질적 본성과 연관된 모든 것은 환영(insomnia)임.
- 그러므로, 상상력의 도움으로 포착되는 그 어떤 것도 내 자신에 대해 가지는 지식에 속하지 않음.
■ [48-49쪽]
- 그렇다면 나는 사유하는 것임.
• 사유하는 것이란 의심하고, 이해하며, 긍정하고, 부정하며, 의욕하고, 의욕하지 않고, 감각하는 것임. 그러한 것은, 내 사유와 구별될 수 없으며 나 자신과 분리될 수 없음.
- 나는 상상하는 것임.
• 상상된 것(res imaginata)은 참된 것이 아니더라도, 상상하는 힘(vis imaginandi) 자체는 실제로 현존하며, 내 사유의 한 부분을 형성함.
- 나는 감각하는 것, 즉 물질적인 것을 감각을 통해 지각하는 것임.
• 물질적인 것을 감각하는 것이 거짓이더라도, 내가 보고, 듣고, 느낀다는 것은 확실함.
• 감각함과 사유함은 다르지 않음.
■ [50-52쪽]
- 물체에 관해 고찰해 보자.
• 물체는 가장 판명하게 파악된다고 흔히들 믿는 것임.
• 물체 일반이 아니라 개별적인 물체를 고찰 대상으로 삼자.
- 밀랍을 예로 들어보자.
• 밀랍은 맛, 향기, 빛깔, 모양, 크기 등 어떤 물체가 가능한 한 판명하게 요구되는 모든 것을 가짐.
• 밀랍이 녹으면 이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으나 동일한 밀랍임.
- 밀랍이 판명하게 인식되었던 것은 감각에 의해 포착될 수 있는 것이 아님.
• 밀랍과 관련하여 미각, 시각, 촉각, 청각에 의해 감지된 것은 모두 변했지만, 밀랍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임.
- 밀랍이 가진 요소를 모두 제거하면, 연장성과 유연성과 가변성이 남음.
- 유연성과 가변성은 무엇인가?
• 나는 밀랍이 무수한 변화를 겪을 수 있음을 이해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모두 상상 속에 나타낼 수 없음.
• 따라서 이러한 이해는 상상력으로 도달할 수 없음.
- 연장성은?
• 밀랍에 열을 가하면 연장이 커지므로, 연장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지금까지 상상 속에 품던 것보다 더 다양하게 될 수 있음.
• 그러므로 밀랍이 무엇인지는 상상이 아니라 오직 정신에 의해(sola mente) 지각됨.
- 밀랍을 지각하는 작용은, 시각, 청각, 상상력이 아니라 오직 정신의 통찰(solius mentis inspectio)이라는 점.
• 이러한 통찰은 그 구성 요소에 관한 주의 집중력의 정도에 따라 불완전할 수 있고 명석하고 판명할 수도 있음.
■ [52-55쪽]
- 내 정신이 쉽게 오류에 빠지는 것은, 언어 사용에 의해 속아 넘어가기 때문임.
• 예) 눈앞에 밀랍이 있으면, 우리는 밀랍 자체를 보고 있다고 말하지, 밀랍이 지닌 색이나 모양 때문에 밀랍이 눈앞에 있음을 판단한다고 말하지 않음.
• 언어 때문에 밀랍이 정신의 통찰이 아니라 시력에 의해 인식된다고 단정하게 됨.
• 예) 거리를 지나는 사람을 볼 때 나는 사람을 보고 있다고 말하지만, 내가 지금 보는 것은 단지 모자와 옷이며 그 속에 자동기계가 숨겨졌을 수도 있음.
• 실제로 눈으로만 보는 것인데도 내 정신에 내재된 판단 능력을 통해 파악한다고 잘못 생각하게 됨.
- 일반 대중보다 더 현명해지기를 원한다면, 대중이 고안한 담화 형식에서 의심의 기회를 포착하려고 하면 안 됨.
- 외적 감각을 통해 또는 공통 감각(sensu communi), 즉 상상력을 통해 밀랍을 인식하는 것은 동물이라도 지닐 수 있는 것
- 밀랍을 외적 형태로부터 구별하여 고찰하려 한다면, 내 판단에 여전히 오류가 있을 수 있더라도, 밀랍은 인간 정신 없이는 지각될 수 없는 것임.
- 밀랍을 판명하게 인식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런 나를 훨씬 참되고 확실할 뿐 아니라 훨씬 더 판명하고 명증하게 인식함.
• 왜냐하면 내가 밀랍을 보고 있으므로 그것이 현존한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에서 나 자신이 현존한다는 사실로 귀결되기 때문임.
• 내가 보는 것은 밀랍이 아닐 수도 있고, 내가 눈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밀랍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안 나는 어떤 것도 아닐 수는 없음.
- 내가 밀랍을 만지고 있기 때문에 밀랍은 현존한다고 판단한다면, 이 경우에도 나는 현존한다는 결론이 도출됨.
- 내가 밀랍을 상상하거나 또는 어떤 다른 이유에서 밀랍이 현존한다고 판단한다면 역시 같은 결론이 도출됨.
- 밀랍이 시각이나 촉각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많은 근거들에 의해 알려졌을 때 더 판명하게 지각되는 것으로 보인다면, 내가 지금 나 자신을 그만큼 더 판명하게 인식할 수 있음.
• 밀랍이나 그 밖의 다른 물체를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든 근거들은 동시에 내 정신의 본성을 더 잘 알게 해주기 때문임.
■ [55쪽]
- 물체도 감각이나 상상력이 아니라 오직 오성에 의해서만 지각됨.
- 물체는 만져서 또는 보아서가 아니라 이해함으로써 지각됨.
(202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