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8
통일은 대박이다 - 철학과 편
학회 업무 인수인계 자리에 참석했다. 인수인계 보고 후 선생님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선생님들은 대학의 열악한 지원, 이상한 것을 요구하는 학술재단, 믿을 수 없는 대학평가 등을 성토했다. 그러다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좋은 날이 오려나?” 그 선생님은 나에게도 말을 걸었다. “결혼했어요?”, “아직 안 했습니다.”, “결혼할 생각이 아직도 있어요?”, “네, 아직 있습니다.”, “아니, 박사과정 오면서 결혼을 포기하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만큼 학계 상황이 열악하다는 말씀이다. 나는 답했다. “통일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통일이 된다면 북한 대학에서 어느 학과가 살아남을까.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보면 북한 대학의 원자력 공학이나 로켓 공학 쪽 인력들은 통일 이후에도 대부분 살아남을 것 같다. 다른 자연과학 분야도 상당수는 살아남을 것이다. 경제학이든 정치학이든 사회과학 쪽은 대부분 남한 인력으로 교체될 것이다.
인문학은 분야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다. 국문학이나 역사학은 북한 나름대로의 연구 성과가 있을 테니 전면적으로 교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인력 중 절반 이상은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 눈여겨 볼 것은 철학이다. 북한 대학에 철학과가 있어봐야 주체사상과 관련되었을 테니 거의 대부분 남한 인력으로 교체될 것이다. 북한 대학 인력의 고용이 보장된다고 해도 철학과 신규 채용은 대부분 남한 인력이 차지할 테니, 아마도 인문대학에서 통일의 가장 큰 수혜자는 철학과가 될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고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며 통일은 대박이다.
(2017.09.18.)
2017/11/17
[중국사] 사마천 『사기』 권63 「노자・한비 열전」 요약 정리
■ 노자
- 노자는 초나라 고현 여향 곡인리 사람.
• 성은 이씨(李氏), 이름은 이(耳), 자는 백양, 호는 담(聃).
• 노자는 주나라 장서를 관리하는 사관이었음.
- 공자가 주나라에 머무를 때 노자에게 ‘예’에 관하여 물음.
• 노자: “[...] 훌륭한 장사치는 물건을 깊이 숨겨서 없는 것처럼 보이고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지만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고 들었소. 당신의 교만과 지나친 욕망, 위선적인 표정과 끝없는 야심은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버리시오.”
- 공자는 돌아와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함. “[...] 달리는 짐승은 그물로 잡을 수 있고, 물고기는 낚시로 낚을 수 있고, 새는 화살을 쏘아 잡을 수 있으나 용은 어떻게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지 알 수 없다. 나는 노자를 만났는데 마치 용과 같은 존재였다.”
- 노자는 주나라가 쇠락하는 것을 보고 주나라를 떠남.
• 함곡관에 도착하자 관령 윤희가 노자에게 글을 청함.
• 노자는 <도덕경> 상⋅하편 5천 자를 지음.
- 그 뒤 노자가 어떻게 여생을 살았는지 아무도 모름.
- 노래자도 초나라 사람으로 책 15권을 지어 도가의 쓰임을 말했는데, 공자와 같은 시대 사람이라고 함.
- 노자는 160여 세 또는 200여 세를 살았는데 이는 도를 닦아 양생법을 터득해서라고 함.
- 공자가 죽은 지 129년 되던 해 주나라 태사 담(膽)이 진 헌공을 만나 이렇게 말함. “진나라가 주나라와 합쳤다가 500년이 지나면 나뉘고, 나뉜 지 70년이 지나면 패왕이 나올 것이다.”
• 어떤 사람은 담이 노자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함.
- 노자의 아들 종(宗)은 위나라 장군이 되어 봉토를 받음.
• 종의 아들은 주(注)이고, 주의 아들은 궁(宮).
• 궁의 현손인 가(假)는 한나라 효문제를 섬김.
• 가의 아들 해(解)는 교서왕 앙의 태부가 되어 제나라를 다스림.
- 노자의 학문을 배우는 이들은 유가 학문을 멀리하고, 유가 학문을 배우는 이들은 노자의 학문을 멀리했음. “길이 다르면 서로 도모하지 않는다.”
■ 장자
- 장자는 몽 지방 사람으로 이름은 주(周).
• 양혜왕, 제선왕과 같은 시대 사람.
- 장자의 학문은 노자의 말에서 시작하여 노자의 학설로 돌아감.
• 10여 만자에 이르는 장자의 책은 대부분 우화로 구성된다.
• 장자는 뛰어난 문장 감각과 비유로 유가와 묵가를 공격함.
- 초나라 위왕은 장주를 재상으로 맞아들이려고 함.
• 장주는 웃으며 초나라 사신에게 말함. “[...] 고제에 희생물로 쓰이는 소는 여러 해 동안 잘 먹고 살다가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종묘로 끌려간다. 그 때 소가 돼지가 되겠다고 해도 그렇게 될 수 없다. [...] 나는 시궁창에서 노닐지언정 제후들에게 얽매이지 않겠다.”
■ 신불해
- 신불해는 경읍 사람으로 본래는 정나라의 낮은 신하.
- 법가의 학술을 배운 후 한나라 소후는 신불해를 재상으로 기용함.
• 15년 동안 안으로 정치와 교육을 바로 세우고 밖으로 제후들을 상대함.
- 신불해의 학문은 황제(皇帝)와 노자에 근본을 두고 형명(刑名)을 내세움.
■ 한비자
- 한비는 한나라 공자 중 한 사람.
• 형명과 법술의 학설을 좋아했으나 한비의 학문은 황로 사상으로 분류됨.
- 한비자는 어려서부터 말을 더듬어 유세를 잘 못했으나 글을 잘 지었음.
- 한비와 이사는 순경을 스승으로 모심.
• 이사는 자신이 한비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함.
- 한나라가 쇠약해지자 한비는 한나라 왕에게 여러 차례 글을 올려 간언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
- 한비는 유세의 어려움을 알고 「세난」편을 지었으나 결국 진나라에서 죽어서 자신은 그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함.
- 한비의 책이 진나라에서 퍼졌다.
• 진나라 왕: “이 책을 쓴 사람을 만나 사귈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
• 이사가 그 책을 한비가 썼음을 알려줌.
- 진나라는 급히 한나라를 쳤고 한나라는 한비를 사신으로 보냄.
• 진나라 왕은 한비를 좋아했으나 믿고 등용하지는 않음.
- 이 때 이사와 요고는 한비를 해치려고 헐뜯음. “한비는 한나라의 공자 중 한 명이니 결국 한나라를 위해 일할 것이고 진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로 돌려보낸다면 뒤탈을 남기는 일이니 죄를 지었다고 하여 법에 따라 죽이는 것이 낫다.”
- 진나라 왕은 관리를 시켜 한비에게 독약을 보내 자살하도록 했다.
• 한비는 진나라 왕을 만나고자 했으나 만날 방법이 없었음.
• 뒤에 진나라 왕이 이를 후회하고 한비를 놓아주게 했으나 이미 한비가 죽은 뒤였음.
■ 태사공은 말한다.
- 노자가 생각한 도는 허무(虛無)라는 것이고 자연을 따르며 무위 속에서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이라, 노자가 지은 책은 말이 미묘하여 이해하기 어렵다. 장자는 노자의 도덕의 의미를 미루어 풀었다.
- 신불해는 도덕을 형명과 법술에 적용했으며, 한비는 법규를 만들어 옳고 그름을 분명히 했지만 너무 가혹하여 덕망이 부족하다.
- 이들의 학설은 모두 도덕에 근원을 두지만 그 가운데 노자의 학설이 가장 심오하다.
(2017.11.12.)
2017/11/16
[과학철학] Feyerabend (2010), Against Method, Ch 4 요약 정리
[ Paul Feyerabend (2010), Against Method, 4th edition (Verso), pp. 27-32.
Paul Feyerabend (1975), Against Method, 1st edition (New Left Books).
파울 파이어아벤트, 「제4장」, 『방법에 반대한다』 (그린비, 2019), 93-101쪽. ]
[p. 27, 93-94쪽]
- 기존 관점에 대한 검토는 양립불가능한 대안을 포함할 수 있고, 그래서 최초의 난점이 나타나기 전까지 대안을 연기시키라는 (뉴튼식) 조언은 앞뒤가 바뀐 것.
- 자신의 이론이 가지는 최대한의 경험적 내용에 관심을 가지는 과학자는 그 이론을 ‘경험’, ‘데이터’, 또는 ‘사실들’과 비교하기보다는 다른 이론과 비교할 것이며, 경쟁에서 진 것으로 보이는 관점들을 배제하기보다는 개선시키려고 할 것임.
• 대안들은 과거의 것에서 얻을 수도 있기 때문임.
• 한 주제의 역사 전체가 그 주제의 가장 진보된 단계를 개선하기 위해 활용됨.
• 따라서 과학사, 과학철학 및 과학 그 자체 사이의 구분은 사라지고 과학과 비-과학의 구분도 사라짐.
[pp. 28-32, 95-100쪽]
- 헤세: “어떤 형이상학이라도 좋다면, 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주의나 부두교에서 가능한 현대과학에 대한 비판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 파이어아벤트: 진보는 헤세 박사가 추방했던 것 같은 종류의 ‘과거로부터의 비판’에 의해 종종 이룩되어 왔음.
- 사례(1):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 이후 폐기되었던 피타고라스의 견해가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재생되었고, 이 과정에 헤르메스주의의 문서가 중요한 역할을 함.
• 뉴튼도 헤르메스주의의 문서를 연구함.
- 어떠한 관념도 그것의 모든 분지까지 검토되지는 않으며, 어떠한 관점도 그것이 가져야 할 모든 기회를 가지는 것이 아님.
• 이론들은 그 진가를 나타낼 기회를 얻기 전에 포기됨.
• 고대의 이설 등이 이상해 보이는 것은 그것의 과학적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문헌학자나 인류학자에 의해 왜곡되기 때문임.
- 사례(2): 부두교를 후진성과 혼란의 패러다임으로 이용하지만, 우리는 아직 부두교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음.
• 부두교에 대한 지식은 우리들의 생리학 지식을 풍부하게 하고 개정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음.
- 사례(3): 중국 전통의학의 부흥
• 서양 의학과 양립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전통의학이 배제됨.
• 그러다 1954년부터 중국에서 부르주아적 요소를 숙청하면서 전통의학 부흥을 위한 캠페인이 시작됨. 이는 정치적 이유에 의해 시작된 캠페인.
• 캠페인의 두 요소: (1) 서양과학과 부르주아 과학의 동일시 (2) 과학을 정치적 감시로부터 제외하는 것과 전문가에게 특권을 주는 것에 대한 거부
• 현대 의학에서 재현할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진단의 효과나 수단이 존재함을 알게 됨. 서양의학은 약초가 유기체 전체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는 것과 병이 든 것은 유기체 전체의 상태와 관련되어있음을 간과함.
• 지식은 관점의 증식에 의해 얻어지며, 관점의 증식은 비-과학적 동인들에 의해 이루어질 수도 있음.
[p. 32, 100-101쪽]
- 다원주의적 방법론 옹호
(2021.05.30.)
2017/11/15
물리학과와 수학과의 차이 - 인사위원회 편
물리학과와 수학과는 인사위원회에서 신규 교수 임용 결정을 내릴 때도 약간 다르다고 한다. 수학과는 규정집에 의거해서 임용을 결정하는데 규정집이 하도 두꺼워서 규정을 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어떤 것까지 규정하느냐 하면, 어느 후보에게 먼저 투표할지를 투표하는 규정까지 있다고 한다. 물리학과는 신규 교수를 임용할 때마다 규칙을 새로 만든다고 한다.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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