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7
연구윤리 수업을 다르게 해보자 (타짜 버전)
수의학과를 비롯한 몇몇 학과에서는 연구윤리 수업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황우석이 수의학과 교수였고 그 여파로 연구윤리 수업이 생겼다고 한다. 내 룸메이트 말에 따르면 그 수업은 정말 재미없고 별 내용도 없다고 하는데, 이왕 하는 거 조금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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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독백) “싸늘하다. 지도교수의 한 마디가 가슴에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편집 속도는 연구 속도보다 빠르니까. 외국 논문에서 한 단락, 국내 논문에서 한 단락, 내가 쓴 거 한 단락, 외국 논문에서 한 단락, 다시 국내 논문에서 한 단락...”
논문심사위원: “동작 그만, 첫 논문부터 표절이냐?”
학생: “무슨 말씀입니까?”
논문심사위원: “국문초록만 늬 손으로 썼지, 교수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학생: “증거 있으십니까?”
논문심사위원: “증거? 증거 있지. 너는 구글 스칼라에서 자료를 찾았을 것이여. 그리고 이거 이거 주술 호응 안 맞고 내용 전개도 뜬금없고 인용부호 없는 문장, 이거 외국 논문에서 그냥 따온 거 아니여? 자, 모두들 보쇼. 어디서 적당히 대충 긁어 와서 석사과정을 끝내겠다 이거 아니여?”
학생: “상상력이 풍부하십니다, 교수님.”
옆 교수: “저기 김 선생, 그 표절 확인하는 프로그램에 넣고 돌려봐.”
논문심사위원: “논문 건들지 마, 손모가지 날라가분께. 해머 갖고 와!”
학생: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논문심사위원: “표절하다 걸리면 피 보는 거 지도교수한테 안 배웠냐?”
<<표절에 대해 알아봅시다.>>
(2014.09.02.)
박경철의 <자기혁명> 비판
동료 대학원생이 박경철의 <자기혁명>을 읽길래 무슨 말이 나오나 몇 쪽 읽어보았다. 박경철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우선 그 책은 제목과 달리,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같은 것만 잔뜩 써놨다. 그 책을 읽으니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이 술술 들리는듯했다. “사랑하는 (사랑하는) 온곡 (온곡) 초등학교 (초등학교) 어린이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박경철이 그 책에서 말한 게 자기혁명이라면 내가 보았던 교장선생님들은 혁명가일 것이다.
그 별거 아닌 내용을 풀어내는 방식도 정말 별로였다. 마치 책 많이 읽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의 글 같았다. 한 줄로 끝낼 말을 이상한 수사를 덧붙여서 2쪽에 걸쳐 써놨는데, 보통 그런 것은 글을 안 써본 사람들이 많이 한다. 그런 사람들은 글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멋있는 단어를 쓸지 누구의 명언을 인용할지를 더 고민하는 경향이 있다. 책표지에는 박경철이 대단한 독서가네 어쩌네 써있는데, 어쩌면 책이라는 게 사람을 크게 바꾸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김난도 책도 150만부가 팔리는 판이라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 안철수가 대선 후보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석연치 않다. 박경철과 그의 친구 안철수는 전국을 돌며 토크콘서트를 했고 그게 안철수가 대선후보가 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런데 그 토크콘서트의 내용이라는 것이 <자기혁명>에 나오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면, 한국은 후진국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나라가 개판이면 그런 별 거 아닌 거에 현혹되겠나.
말기 증상 중 하나는 사람들이 별거 아닌 거에 현혹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나라 말에 장각은 “나한테 쌀 다섯 말만 가져오면 병을 낫게 해주지. 그런데 병이 안 나으면 네가 나를 안 믿어서 그런 거야”라고 했다. 나라가 멀쩡하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안 나올 뿐 아니라 그런 사람이 나타나도 사람들은 외면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먹힌다는 것은 그만큼 한나라가 개판이었기 때문이다.
나라가 얼마나 개판이면 사람들이 평생 정치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을까. 아, 그러고 보니 2002년에는 정몽준이 있었네.
(2014.07.29.)
우선 그 책은 제목과 달리,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같은 것만 잔뜩 써놨다. 그 책을 읽으니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이 술술 들리는듯했다. “사랑하는 (사랑하는) 온곡 (온곡) 초등학교 (초등학교) 어린이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박경철이 그 책에서 말한 게 자기혁명이라면 내가 보았던 교장선생님들은 혁명가일 것이다.
그 별거 아닌 내용을 풀어내는 방식도 정말 별로였다. 마치 책 많이 읽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의 글 같았다. 한 줄로 끝낼 말을 이상한 수사를 덧붙여서 2쪽에 걸쳐 써놨는데, 보통 그런 것은 글을 안 써본 사람들이 많이 한다. 그런 사람들은 글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멋있는 단어를 쓸지 누구의 명언을 인용할지를 더 고민하는 경향이 있다. 책표지에는 박경철이 대단한 독서가네 어쩌네 써있는데, 어쩌면 책이라는 게 사람을 크게 바꾸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김난도 책도 150만부가 팔리는 판이라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 안철수가 대선 후보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석연치 않다. 박경철과 그의 친구 안철수는 전국을 돌며 토크콘서트를 했고 그게 안철수가 대선후보가 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런데 그 토크콘서트의 내용이라는 것이 <자기혁명>에 나오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면, 한국은 후진국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나라가 개판이면 그런 별 거 아닌 거에 현혹되겠나.
말기 증상 중 하나는 사람들이 별거 아닌 거에 현혹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나라 말에 장각은 “나한테 쌀 다섯 말만 가져오면 병을 낫게 해주지. 그런데 병이 안 나으면 네가 나를 안 믿어서 그런 거야”라고 했다. 나라가 멀쩡하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안 나올 뿐 아니라 그런 사람이 나타나도 사람들은 외면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먹힌다는 것은 그만큼 한나라가 개판이었기 때문이다.
나라가 얼마나 개판이면 사람들이 평생 정치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을까. 아, 그러고 보니 2002년에는 정몽준이 있었네.
(2014.07.29.)
2014/12/05
문제는 독서량이 아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도서관의 대출도서 순위를 밝히는 기사는 1년에 한 번씩 꼭 나온다. 서울대 도서관 대출 1위가 『해리포터』라는 기사가 나오면, 요즘 젊은 학생들이 교양서적을 안 읽는다는 둥 온갖 걱정을 하는 칼럼이 따라 나온다.
도서관에서 대출한다는 건 그 책을 돈 주고 사서 읽지 않는다는 거다. 학생들이 할 일이 없어서 『해리포터』나 읽으며 시간을 죽이고 있는 건지, 교양서적은 돈 주고 사서 읽고 『해리포터』는 그러기에 돈이 아까워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건지, 하도 학과공부에 치이다가 어쩌다가 『해리포터』 읽는 건데 2만 명이 빌리는 거라 집계에 그렇게 잡힌 건지 알 방법이 없다.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진단하려면 어떤 책을 읽는지를 조사해야 하는데, 그러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대학 도서관에서 자료 받은 것을 적당히 기사로 만들어서 내보내는 것이다.
신문에 가끔씩 한국 사람들 책 안 읽는다, 책 좀 읽어라 하는 기사가 날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다. 1인당 연간 독서량을 중심으로 나라별로 비교를 하는데, 과연 그게 적절한 비교일까. 그들이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지 모른 채로 1년에 책 몇 권 읽는 거 비교하는 게 그렇게 유의미한 비교일까. 가령, 이지성이 쓴 책을 읽은 것을 연간 독서량에 넣는 것은 유의미한가.
한국인 1인당 연간 독서량 관련된 기사에는 평균만 나와 있지 표준 편차가 얼마인지도 나오지 않는다. 상위 10%와 상위 50%의 독서량 차이가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어떤 책을 읽는지도 알 수가 없다.
기사는 독서를 안 해서 국가경쟁력, 기업경쟁력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다. 괜한 걱정이다. 이전 세대라고 해서 그렇게 독서량이 많다거나 지적으로 성숙했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몇몇 어른들은 “옛날에는 책을 읽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고 하는데, 막상 만나보면 대학원생 빼고 교수 빼고 학부 졸업한 사람들만 놓고 볼 때 어른들과 젊은 사람들 사이에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어른들보다 젊은 사람이 나은 경우가 더 많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지식의 격차다. 과학고 출신에게 들으니, 요즘 어떤 과학고에서는 원서로 분석철학 서적을 읽는다고 한다. 웬만한 영어 책은 문제없이 읽으니 교재로 쓰는 영어 책의 난이도를 높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 과학고 학생들의 독서 수준은 서울 시내 웬만한 대학의 학부생보다 높은 것이며 나처럼 엉성한 대학원생보다도 높다. 이런 차이는 대학 사이에도 나타나고 직업군 사이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그 차이는 재능의 차이 뿐 아니라 빈부격차나 생활환경도 반영한다.
기사에서 아무리 “책 읽어라, 안 읽으면 나라 망한다”고 겁을 줘도 책을 안 읽던 사람들은 책을 안 읽을 것이며 10년 후에 재앙이 벌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독서량 상위 20%와 하위 20%의 삶의 배경을 취재한다면 조금 더 설득력 있는 기사가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당분간 한국 언론에서 그런 기사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 링크: [머니투데이] 무식한 대한민국… “진지 빨지 말고 책 치워라”
(2014.07.26.)
세월호와 나사로
예배에서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세월호 참사에 관하여 어떤 사람은 국민들이 미개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왜 돈 없는 애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갔냐고 했습니다. 이 말이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생각해봐야 할 점은 이 말이 그 와중에 해야 하는 말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 말은 잘못된 말이지만, 설사 맞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그 말이 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라면 해서는 안 됩니다.
요한복음 11장에 나사로의 죽음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나사로가 죽었을 때 사람들과 함께 울었습니다. ‘천국 갔는데 왜 우느냐’,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어요. 예수님의 성육신은 단순히 육체만 인간인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완전히 인간이 되신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똑같이 기뻐하시고 똑같이 슬퍼하시고 똑같이 아파하셨습니다. 우리 기독교인도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을 믿습니다. 아멘.”
목사님 말씀을 듣고 생각난 것은 예전에 방송에서 김용민이 말했던, 김어준의 일화였다.
김어준이 장례식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장례식장에서 예배를 하는데 유족들이 우니까 목사가 역정을 내더란다. “울지 마세요, 울지마! OOO 성도가 천국에 갔는데, 이렇게 기쁜데 왜 웁니까. 울지 마요!” 그 말을 듣고 김어준은 이 목사에게 가만히 다가가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고 한다.
“뭐라고, 이 ㅆㅂ놈아?”
(2014.06.09.)
2014/12/04
국궁장에서 만난 교수님
처음 사대에 서서 활을 쏘았다. 다섯 발을 한 순이라고 하고 한 순을 쏴서 그중 한 발을 과녁에 맞추는 것을 일중이라고 한다(사대에서 과녁까지 거리는 145m). 입회한지 석 달 만에 일중을 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어떤 할아버지가 나의 직업을 물었다.
할아버지: “자네 직업이 뭔가?”
나: “대학원생입니다.”
할아버지: “전공이 어떻게 되나?”
나: “철학과입니다.”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탄식. “아...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는 건데...”
탄식과 함께 맹자의 한 구절을 내뱉은 그 분은 모 사립대 중문과 교수였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서 철학과가 없어졌다고 하셨다. 나는 그 동안 그분이 그냥 동네 할아버지인 줄 알았다.
교수님은 나보고 일중했으니 술 한 잔 하자고 하셨다. 나는 교수님께 만 원을 받아서 국궁장 밑에 있는 가게에 가서 술을 사왔다. 막걸리 두 병을 사와서 마셨다.
평소에 그 분은 근육 이야기, 체력 이야기 정도를 하는 분이셨다. 그런데 내가 대학원생인 것을 알자 학교 이야기를 하셨다. 피를 토하듯 울분을 토해내셨다.
“내가 올해 나이가 63살이야. 연구년인데 실적을 내래. 기껏 단행본을 냈더니 이 ㄱㅅㄲ들이 단행본은 실적에 안 들어간다고 논문을 써내라는 거야! 내일 모레 정년인데 이게 뭐야! 학과장이 후배인데 그놈한테 말하니까 그놈이 일단 잘 말해놓을 테니까 빨리 논문을 쓰래. 6개월이면 논문 서너 편은 쓰지. 그런데 이게 뭐야. 아오, 정말.”
막걸리 한 병씩 마시고 나서, 나와 교수님은 다시 사대에 섰다. 교수님이 쏜 화살은 과녁에 맞지 않았고, 나는 내가 놓은 활시위에 제대로 맞아 팔뚝에 피멍이 들었다. 교수님이 흐트러진 것은 마음이었고, 내가 흐트러진 것은 자세였다.
(2014.05.27.)
뒤에서 지켜보던 어떤 할아버지가 나의 직업을 물었다.
할아버지: “자네 직업이 뭔가?”
나: “대학원생입니다.”
할아버지: “전공이 어떻게 되나?”
나: “철학과입니다.”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탄식. “아...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는 건데...”
탄식과 함께 맹자의 한 구절을 내뱉은 그 분은 모 사립대 중문과 교수였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서 철학과가 없어졌다고 하셨다. 나는 그 동안 그분이 그냥 동네 할아버지인 줄 알았다.
교수님은 나보고 일중했으니 술 한 잔 하자고 하셨다. 나는 교수님께 만 원을 받아서 국궁장 밑에 있는 가게에 가서 술을 사왔다. 막걸리 두 병을 사와서 마셨다.
평소에 그 분은 근육 이야기, 체력 이야기 정도를 하는 분이셨다. 그런데 내가 대학원생인 것을 알자 학교 이야기를 하셨다. 피를 토하듯 울분을 토해내셨다.
“내가 올해 나이가 63살이야. 연구년인데 실적을 내래. 기껏 단행본을 냈더니 이 ㄱㅅㄲ들이 단행본은 실적에 안 들어간다고 논문을 써내라는 거야! 내일 모레 정년인데 이게 뭐야! 학과장이 후배인데 그놈한테 말하니까 그놈이 일단 잘 말해놓을 테니까 빨리 논문을 쓰래. 6개월이면 논문 서너 편은 쓰지. 그런데 이게 뭐야. 아오, 정말.”
막걸리 한 병씩 마시고 나서, 나와 교수님은 다시 사대에 섰다. 교수님이 쏜 화살은 과녁에 맞지 않았고, 나는 내가 놓은 활시위에 제대로 맞아 팔뚝에 피멍이 들었다. 교수님이 흐트러진 것은 마음이었고, 내가 흐트러진 것은 자세였다.
(201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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