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4

옆 동네 성토 현장에서 만난 땅 주인 아저씨



며칠 전부터 옆 동네에서 성토 작업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양계장 뒤쪽으로 덤프트럭이 들락날락하는 것이 보였고 덤프트럭이 흙을 쏟을 때 “쾅-” 하는 소리가 이따금 들렸다. 성토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과 우리집 사이에는 통행가능한 도로가 없고 직선거리로도 약 5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서, 해당 지점에 창고나 공장이 들어선다고 한들 우리집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 멀리 풀이나 나무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창고나 공장이 보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남의 동네에 있는 남의 땅에서 하는 성토작업을 내가 본다고 한들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점심 먹고 양계장 근처로 가보았다.

우리집에서 양계장 근처로 가려면, 직선으로는 갈 수 없고 동네 안길에서 빠져나와 다른 동네를 크게 우회해서 가야 한다. 다른 동네를 우회하며 보니, 예전에 있던 야트막한 산이었던 곳이 죄다 평지가 되어 공장부지 매물로 나와 있었다. 원래는 야트막한 산 둘레에 농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는데, 산을 밀어내고 남은 벌판에 몇몇 집들이 덩그러니 남은 모습이었다. 공장이 들어서면 농가 주인들은 헐값에 땅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소음과 분진을 견디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양계장은 이전에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 진입로를 찾는 데 약간 애를 먹었다. 산길을 따라 들어가니 양계장 근처에 성토작업 하는 곳이 있었다. 울타리가 쳐져 있고 울타리 안에서 성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잘 가꾼 소나무가 곳곳에 있었다. 이상했다. 성토 작업을 하는데 왜 나무가 그대로 남아 있지? 그 이유를 땅 주인에게 물어보았는데, 땅 주인의 답변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땅 주인은 물 빠짐이 안 좋아서 나무가 잘 안 자라니까 성토 작업을 한 다음 새로 나무를 심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보고 혹시 나무 필요하면 캐가라고 말했다. 관리가 잘 된 소나무 수십 그루가 있었는데 머지않아 흙에 덮일 모양이었다. 내 눈에는 충분히 나무가 좋아 보이는데, 땅 주인은 나무가 잘 안 자란다고 했다. 전문가 눈에는 나 같은 비-전문가에게 안 보이는 것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땅 주인은 해당 토지에서 세금 낼 돈 정도만 나오면 된다면서 성토 작업이 끝나면 단풍나무를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동안 집에서 건너편 동네에 있는 양계장을 보면서 왜 양계장에서 저렇게 조경에 신경을 쓰나 궁금해했는데, 양계장은 조경한 곳과 무관하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땅 주인은 옆집에 양계장이 들어오는 바람에 계획했던 게 다 틀어졌다고 말했다. 해당 토지를 공원처럼 만들어서 마을 주민들이 산책도 오게 하고 예쁘게 잘 조경해서 “극락처럼 만들려고 했는데” 바로 옆에 있는 양계장 때문에 사시사철 닭똥 냄새가 나서 망했다고 한다. 겨울인 지금도 닭똥 냄새가 올라온다. 여름에는 방 안까지 닭똥 냄새가 들어와서 살기 어렵다고 한다. 땅 주인이 해당 토지를 구입한 것은 17년 전이고 그 동네로 이사온 것은 약 10년 전이다. 현재 땅 주인은 해당 토지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 그 동네에 양계장이 들어온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땅 주인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저 양계장이 10년 안에는 나갈까? 그런데 내가 10년 뒤에 살아 있을까 모르겠네.”

옆 동네에 이장이 양계장을 짓도록 허락해서 그 동네에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를 몇 년 전에 들은 적이 있다. 얼핏 보면 시골 동네 이장이 우스워 보이지만 나름대로 권한이 있어서 동네 사람들의 감시가 소홀하면 나쁜 마음을 먹은 이장이 동네 이권을 팔아먹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이장 놈은 변변한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면서 산다고 하는데, 이장을 직업 삼아 살면서 동네 이권을 팔고 뒷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언제는 그 동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이장으로 뽑으려고 하자, 그 이장 놈이 선거 자체를 성립하지 않게 해서 지금도 연임을 하고 있다고 한다.

(2025.02.14.)


고양이집 안에 들어가 햇볕을 쬔 우리집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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