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8

은자 피에르



은자 피에르는 십자군 원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은자 피에르는 꿈에 베드로가 나타나 성지를 정화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면서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이슬람과 전쟁을 하기 위해 십자군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전쟁을 선동하기 위해 은자 피에르를 교묘하게 앞세웠다. 1095년 11월, 우르바누스 2세와 은자 피에르는 성스러운 원정에 참여하는 것은 신의 뜻이며 전쟁에서 죽게 되면 천국에 간다는 설교를 했고, 이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가난한 기사들, 농민들, 부랑자들, 어린이, 여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은자 피에르를 따랐다. 은자 피에르는 정식 십자군이 출발하기 전에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이끌고 예수살렘으로 출발했다. 은자 피에르를 따랐던 이들은 ‘군중 십자군’이라고 불린다. 군중 십자군의 수는 수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군중 십자군들은 상징으로 십자가를 지니고 어깨에는 십자가의 표지를 달았으며 교황이 하사한 하얀 삼베 십자가를 어깨에 걸쳐 메었다. 십자가와 종교적 열정만이 그들이 가진 전부였다. 갑자기 모인 사람들이라 조직화되어 있지 않았고 훈련도 전혀 하지 않았고 무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군중 십자군들은 예루살렘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예루살렘이 동쪽에 있으니 동쪽을 향해 진군했다. 식량도 제대로 보급 받지 못했던 군중 십자군은 자신들의 귀중품을 팔아서 식수를 구입하고 식량을 공급받다가 이조차 여의치 않자 가는 곳마다 약탈을 자행했다. 헝가리 땅을 거치면서는 가는 곳마다 “여기가 예루살렘이냐” 라고 묻고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민폐를 끼치며 돌아다니던 군중 십자군은, 헝가리 왕국 기병대의 반격을 받아 태반이 떼죽음을 당했고 베오그라드 보병대에게도 공격받아 상당수가 죽었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은자 피에르를 따라 1096년 7월 콘스탄티노플에 도착했다. 동로마 황제는 무지하고 무질서한 거지 떼를 수도에 머무르게 할 수 없어 군중 십자군을 곧바로 보스포러스 해협 너머로 보내버렸다. 그렇게 해협을 건넌 군중 십자군들은 니케아에서 셀주크 투르크 술탄 킬리지 아르슬란 1세에게 전멸당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포로로 잡혀 노예로 팔렸다. 그 와중에도 은자 피에르는 목숨을 건졌고, 이후 1차 십자군에 합류했다.

1차 십자군 원정이 예루살렘 탈환으로 마무리된 1099년 이후, 피에르가 어떻게 삶을 살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기록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기록마다 은자 피에르의 행적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은자 피에르가 코로나19에 걸렸을 것이라는 학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 작자 미상, <군중 십자군을 선동하는 은자 피에르>, 73 x 25 cm, 루브르박물관 소장

(2020.08.18.)


2020/10/16

[한국 가요] 이소라 (Lee Sora)



이소라 - 신청곡

( www.youtube.com/watch?v=lzyl7abaPe0 )

이소라 - 제발

( www.youtube.com/watch?v=hbqd5zHNH9w )

이소라 -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 www.youtube.com/watch?v=xHDDGPlxZLU )

이소라 - 슬픔 속의 그댈 지워야 해

( www.youtube.com/watch?v=QRxRdsPnohI )

이소라 - 처음 느낌 그대로

( www.youtube.com/watch?v=i63dW1bsU2c )

이소라 - 잊지 말기로 해

( www.youtube.com/watch?v=ZizVBahdoa8 )

이소라 - 난 행복해

( www.youtube.com/watch?v=ilpxwWd0b5Q )

이소라 - 기억해줘

( www.youtube.com/watch?v=hLPf_4MPWdc )

이소라 -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 www.youtube.com/watch?v=Q0-bjMfOOBQ )

(2024.03.15.)


글에는 글쓴이의 무엇이 반영되는가?



이완용이 명필이라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 들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께 들었는지 중학교께 들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하여간 서예대회에서 상 받는 분이 하신 말씀이다. 이완용은 당대에도 명필로 유명했으나 나라를 팔아먹었기 때문에 박물관 수장고에나 그 글씨를 보관하지 전시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전시하지 않으니 인터넷에서 이완용 글씨를 찍은 사진을 보는 것도 어렵다. <연남책빵> 영상에 이완용의 글씨가 잠깐 나온다. 내가 글씨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얼핏 보아도 이완용이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의사보다 글씨를 잘 썼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쓴 것 같다.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는 말이 있다.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나는 학부 때 서예 동아리에 있었다. 글씨를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쓰는 것은 보았다. 잘 쓴 글씨도 있었고 못 쓸 글씨도 있었으나 인품을 알 수 있는 글씨는 없었다. 콘크리트로 만든 광화문을 철거하고 새로 광화문을 지었을 때 현판을 유심히 보았다. 현판 쓴 사람의 인격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고 엉성하게 썼다는 생각만 들었다. 현판 글씨가 못쓴 글씨일 리 없으니 내가 잘 모르는 것이겠거니 하면서 현판을 보았으나 그래도 잘 쓴 글씨 같지는 않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경복궁 중건 할 때 돈이 없어서였는지 지금으로 치면 현장소장 하는 사람의 글씨를 광화문 현판으로 걸었다고 한다. 하여간 현장소장의 인격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글씨를 본다고 그 사람을 어떻게 알겠는가. 글씨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서예 능력뿐이다. 옛날 사람들은 근거도 없이 이상한 것을 많이 믿었다. 오늘날 사람들도 이상한 것을 믿으니 옛날 사람들이 이상한 것 믿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요즈음에는 글씨를 예쁘게 못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글씨까지는 아니더라도 글에는 그 사람의 내면의 꾸며낼 수 없는 무언가가 반영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꽤 있는 모양이다. 전-근대 동아시아 식 사고방식인지, 아니면 전 세계적인 사고방식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역사와 전통이 있는 틀린 생각임에는 틀림없다.

글에는 글쓴이의 무엇이 반영되는가? 내가 보기에는 지능, 지식, 경험 정도밖에 없다. 똑똑한 사람이 일부러 멍청해 보이는 글을 쓸 수는 있지만 멍청한 사람이 똑똑한 글을 쓰기는 어렵다. 아는 것을 모르는 척 글을 쓸 수 있지만 모르는 것을 아는 척 글을 쓰기는 어렵다. 해본 것은 안 한 척 하는 글을 쓸 수 있지만 안 한 것을 한 척 하는 글을 쓰기는 어렵다. 딱 그만큼이다. 안 착한 사람이 착한 척 하는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쉽다.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이 아니라 그 사람의 표현 능력과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뿐이다. 글에 글쓴이의 삶의 궤적이나 인품 같은 것이 묻어날 것 같다는 그런 오묘하고 신비로운 생각이 들면 조국 교수의 트위터를 보자.

인공지능이 이미 사람이 쓴 시와 구별하기 힘든 시를 쓰고 있는데도 삶이 녹아들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삶이 수용성인지 지용성인지 내가 알 바는 아니다. 다만, 삶이 녹아들지 않은 것은 시가 아니므로 인공지능이 쓴 것이 시가 아닌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시를 쓰고 있으니 시에 삶이 녹네 용해되네 하는 것이 애초에 개뻥이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렇게 시에 삶이 녹아 있으면 시만 보고도 그 사람의 삶을 유추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시만 보고 그 사람의 삶을 유추할 수 없다면 무슨 근거로 시에 그 사람의 삶이 녹아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또, 그러한 방식의 설명이 어떻게 사이비 설명이 아닐 수 있는가?

* 링크: [연남책빵] 역사 덕후 컬렉터는 어떤 물건을 수집할까? 이완용 붓글씨, 브나로드 운동 포스터, 한글 가사 등

( www.youtube.com/watch?v=55BR5uc1dYU )

(2020.08.16.)


이공계 내 글쓰기 교육 인력 육성의 필요성

이공계에서는 수학은 과학의 언어라고 하면서 떠받들면서, 자연 언어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신이 수학자라고 해도, 이론이든 실험이든 내가 얻은 결과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 쓰는 것은 결국 자연 언어일 텐데, 왜 자연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