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9

정희진 박사의 공존



정희진 박사의 “내전과 공존”이라는 글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필자가 극우와 공존해야 하고 극우에 단호히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극우 택시기사가 하는 말을 저항 없이 다 들어놓고는, 정작 지인인 시민운동가가 “극우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지도 않고 혼자 제멋대로 상상해 버린다는 것이다.

시민운동가인 지인과 현재 한국의 극우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가 그의 말에 놀랐다. 그는 “극우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호한 대처의 구체적 방도’가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대화가 불가능한 상대에 대해 “단호한 대처”라는 발상에 당황했다. 이것은 ‘정말 싸우자’는 이야기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양쪽은 맨손으로 백병전이라도 할 기세다. 아니, 이미 법원 습격이라는 폭력 사태가 발생했고, 폭력의 연쇄는 앞으로도 예상되는 일이다. ‘그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생각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단호한 대처의 구체적 방도’가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라는 말은, 단호한 대처가 무슨 뜻인지 묻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구체적 방도가 있는지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체적 방도가 무엇이냐고 묻기만 했어도 시민운동가가 말한 ‘단호한 대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가닥이라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예 묻지도 않고 혼자 상상해 버리니 상대방이 말한 ‘단호한 대처’가 무슨 뜻이었는지 알 수가 있나?

정희진 박사가 생각하는 사회운동은 “공존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일”이라는데, 지인하고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무슨 지혜를 모은다는 것일까? 정희진 박사의 ‘공존’은 ‘외면’이나 ‘체념’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 링크: [경향신문] 내전과 공존 / 정희진의 낯선 사이

( www.khan.co.kr/article/202503182023015 )

(2025.03.19.)


2025/05/18

오성과 감나무



오성과 감나무 이야기는 어린 이항복의 기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로, 지금까지도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나도 어렸을 때는 그 이야기가 어린 아이의 기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마흔 살이 넘어 다시 읽으니 그런 이야기로만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옆집 주인인 권철(권율의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옆집 감나무가 내 집으로 넘어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내 토지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옆집에서 감나무 가지가 넘어오지 않았다면 담장 근처 내 땅에 내 감나무를 심었을 수도 있는데, 옆집 감나무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옆집에서 자기 집 감나무 가지를 치든지 나한테 양해를 구하든 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가을이 되니 옆집 하인들이 내 집으로 들어온다. 왜 왔냐고 하니 감 따러 왔단다. 화가 나겠는가, 안 나겠는가?

그런데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화가 나서 옆집 하인들을 쫓아냈더니 오밤중에 옆집 애새끼가 몰래 내 집에 들어와서는 창호지 문을 주먹으로 뚫고는 이 팔이 누구 팔이냐고 묻는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의 애새끼가 있나? 보통 사람이라면 “네 팔이니 네가 아프겠지?” 하면서 효자손 같은 것으로 손모가지를 후두려 패든지 할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권철은 일조권을 침해한 집의 애새끼가 재물손괴까지 했는데도 하는 말이 이치에 맞다며 감까지 돌려준다.

이렇게 본다면, 어린 이항복의 기지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권철의 인내심과 아량이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링크: [지역N문화] 오성 이항복과 감나무

( https://ncms.nculture.org/traditional-stories/story/754 )

(2025.03.18.)


2025/05/16

[강의계획서] 심리철학 (김범용, 2024년 2학기)



- 과목명: <심리철학>

- 한신대 인문융합대학 철학 전공

- 2024년 2학기

- 담당 교수: 김범용

■ 수업 개요

인간은 물질인 몸뿐만 아니라, 생각, 믿음, 바람, 감정, 느낌 등의 정신적 특성을 갖는 생명체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본성은 무엇인가? 마음은 몸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둘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인가? 의식 현상은 물리적으로 환원가능하거나 설명가능한가? 컴퓨터나 로봇도 마음을 갖는다고 할 수 있는가? 몸과 마음은 어떻게 서로 인과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생각, 믿음 같은 심적 상태들은 어떻게 그 내용을 가지는가? 심리철학은 마음에 관한 이러한 철학적 문제들을 다룬다.

■ 수업 목표 및 내용

지난 반세기 동안 논쟁을 형성한 심리철학의 중심 쟁점들과 심신 관계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 수업 방법 및 평가 지침

- 강의

- 토론문 발표와 그에 관한 토론

■ 평가 방법

- (1) 출석 (10%)

- (2) 중간고사 (35%)

- (3) 기말고사 (35%)

- (4) 과제 (10%) / 비평문

- (5) 기타 (10%) / 퀴즈

■ 학습목표

심리철학의 주요 흐름과 주제를 이해한다.

■ 수업운영방식

- 강의

- 비평문 발표 및 토론

- 수업 시작 전 시행하는 퀴즈 (비정기)

- 연습문제 풀이

■ 과제물

- 비평문(1): 수업에서 다룬 주제 중 하나를 골라 비판적으로 논증한다.

- 비평문(2): 수업에서 다룬 주제 중 하나를 골라 비판적으로 논증한다.

■ 수업 참고도서 (교재 포함)

- 이안 라벤스크로프트, 『심리철학』, 박준호 옮김, 서광사, 2012.

- 김재권, 『심리철학』, 필로소픽, 2023.

■ 주차별 학습진행계획

- 1주차 (09/03): 수업 소개 및 배경 설명

• [K] 1장

- 2주차 (09/10): 이원론/행동주의

• [R] 1장, [K] 2장/[R] 2장, [K] 3장

- 3주차 (09/17): 추석 연휴

- 4주차 (09/24): 동일론

• [R] 3장, [K] 4장

- 5주차(10/01): 기능주의(1)

• [R] 4장, [K] 5장

- 6주차(10/08): 기능주의(2)/제거주의와 허구주의

• [K] 6장/[R] 5장

- 7주차(10/15): 비평문(1)

• 비평문(1)을 10월 13일(일) 오후 5시까지 제출

- 8주차(10/22): 중간고사

- 9주차(10/29): 계산주의/연결주의

• [R] 6장, [R] 7장

- 10주차(11/05): 물리주의와 수반/내용

• [R] 8장-9장, [K] 8장

- 11주차(11/12): 심적 인과

• [R] 10장, [K] 7장

- 12주차(11/19): 의식의 다양성

• [R] 11장, [K] 9장

- 13주차(11/26): 현상적 의식

• [R] 12장, [K] 10장

- 14주차(12/03): 비평문(2)

• 비평문(2)를 12월 1일(일) 오후 5시까지 제출

- 15주차(12/10): 기말고사

* [K]: 김재권, [R] 라벤스크로프트

(2025.06.06.)


한국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삼국지>를 만든다면

리들리 스콧의 영화 <나폴레옹>은 영화가 전반적으로 재미없다는 것을 다 떠나서 약간 놀라운 게 있는데, 바로 나폴레옹이 영어를 쓴다는 점이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처럼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아닌데, 나폴레옹이 주인공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