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소나 표현의 자유 같은 소리를 한다. 개나 소나 표현의 자유를 말할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까 표현의 자유 같은 소리나 하는 것이겠지만, 도대체 표현의 자유가 무엇이길래 표현의 자유를 그렇게 막 가져다 쓰는 것인가?
특히나 예술 계열에 있는 사람들이 사고치고 변명할 때 표현의 자유 같은 소리를 한다. 내가 학부 다닐 때도 그랬다. 신입생 OT 준비할 때마다 반-성폭력 내규 때문에 단과대 학생회장들끼리 싸우곤 했다. 예술대학에서는 과 전통이라면서 매년 OT마다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게임을 하며 놀았다. 이를 두고 문과대 학생회나 사회대 학생회에서 반-여성적이라고 비판하면, 예술대학 학생회에서는 “과 전통이니 간섭하지 말라”고 했고, 고학번 여학생이 “그건 강제로 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라고 대응했다. 이게 무슨 개돼지 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그런 식으로 대응하다가 궁지에 몰리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고 했다. 도대체 뭘 표현하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미친놈들이 장티푸스 하는 소리할 때머다 꼭 표현의 자유를 들먹였다. 그렇게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던 놈들 중에 몇 놈이나 그렇게 대단한 예술가가 되었는지 전수조사를 해보고 싶다.
나는 표현의 자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표현의 자유가 정확히 어떤 개념이며 무엇에 근거를 두는지 등을 잘 모른다. 나는 정치철학 수업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정치철학 전공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뭔가 그럴듯한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 개입하는 정치철학자를 아직까지 못 본 것 같다. 사실, 한국에 정치철학 전공자 자체가 적기도 하다.
나는 철학의 사회적 효용 중 하나는 이상한 놈들이 헛소리하는 것을 때려잡아서 개인이 에너지를 허비하는 것을 막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실제 철학 권위자들은 연구하기 바쁘거나, 학생 지도하기 바쁘거나, 세상일에 관심이 없거나, 세상일에 관심이 있기는 있지만 낯을 많이 가리거나, 사교적이지 않아서 미친 놈들을 때려잡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 틈을 타서 헛소리하는 놈들이 활개 친다. 아마도 최악의 상황은 페미니즘은 수준 낮다고 했던 강신주가 등판해서 자기가 철학 박사라고 하면서 정치철학을 운운하는 것일 텐데, 머지않아 곧 실현될 것 같다.
(2017.01.26.)